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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작심발언, 여자농구 향한 호소 그 당위성 [SQ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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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작심발언, 여자농구 향한 호소 그 당위성 [SQ이슈]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2.12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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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한국 여자농구가 12년 만에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됐다. 세르비아에서 목표로 했던 최종예선 1승을 달성, 티켓을 확보한 국가대표팀은 이제 ‘본선 1승’이라는 새로운 지향점을 바라보며 구슬땀을 흘릴 예정이다.

11일 대표팀이 금의환향했지만 ‘대들보’ 박지수(22·청주 KB스타즈)는 속 편히 웃지 못했다. 본선 진출의 핵심 역할을 맡았던 그는 ‘감격’을 이야기하기보다 ‘창피함’을 토로했다. 

대회 기간 이문규 감독의 선수 혹사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박지수가 말하고자 한 것은 비단 경기력만은 아니었다. 대표팀 간판으로서 작심 발언을 던진 것이다.

여자농구 '대들보' 박지수가 올림픽 최종예선을 마친 뒤 귀국하며 본선 진출의 기쁨을 논하기보다 진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사진=연합뉴스]

연합뉴스에 따르면 박지수는 세르비아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최종예선을 마치고 11일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하며 “1, 3차전은 아쉬웠다. 못했다. 어쨌든 1승을 해 출전권을 따낸 것은 좋다”는 소감을 전했다. 출전권을 따낸 기쁨에 앞서 1, 3차전 졸전에 대한 자책이 깃든 말이다.

이어 “이번 대회 문제가 있었던 건 다들 아실 거라 생각한다. 선수들에게 수고했다고 말하고 싶다”며 “뭐가 됐든 다들 아시는 부분일 거라 생각한다. 내가 딱히 할 말은 없다”고 했다.

이문규 감독은 팀을 올림픽에 진출시켰지만 비판 여론에 휩싸였다. 세계랭킹 3위의 강호 스페인전 대패는 차치하더라도 영국전 주전 혹사와 이어진 중국전 완패로 경기운영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낳았다.

사활이 걸렸던 영국전 김한별이 6분가량 출전했을 뿐 주전 5명이 나머지 시간을 모두 소화해야 했다. 이 감독은 “(주전이) 오래 뛰지 않으면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밝혔지만 구시대적 투혼 강요에 우려의 목소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박지수는 “영국전뿐만 아니라 스페인, 중국전에서도 최선을 다했다”면서도 중국전 대패에 대해서는 “태극마크를 달고 나가서 뛰는 게 좀 많이, 창피하다고 느껴졌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렇게 질 일도 아니고, 그렇게 질 선수들, 경기도 아니었다. 경기가 그렇게 흘러간 것에 아쉬움이 컸고 화도 났다”고 강조했다.

박지수의 호소는 비단 대표팀 내부 운영만을 향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최종예선을 준비하며 느낀 미흡했던 지원 시스템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박지수(오른쪽)는 마땅한 백업 없이 3경기 동안 혼신의 힘을 쏟았다. [사진=FIBA 제공]

박지수는 “일본, 중국 대표팀은 1년 정도 모여 훈련하고 외국에서 친선경기도 하는데, 우리는 우리끼리만 운동한다. 국내 남자 선수들과 경기할 때도 있지만, 한계가 있다는 걸 이번에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이어 “유럽을 상대로 이렇게 할 경기가 아니었는데 아쉬움이 자꾸 남는다. 유독 유럽 선수만 보면 우리 선수들 기가 죽어 들어가는 게 있는데, 그런 부분에서라도 친선경기가 열렸으면 한다. 지원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도 “소집 첫 날 3명 그다음 날 4명으로 연습했다. 설 연휴 진천 선수촌에 3일 동안 밥 먹을 곳이 없어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고 했다.

박지수는 이번 대회 영국전 배탈로 고생하는 와중에도 풀타임 가까이 뛰며 15점 9리바운드 6블록슛으로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이후 몸살까지 겹쳐 중국전 저조한 컨디션으로 싸워야 했다. 

이번 대표팀 구성 상 박지수를 대체할 만한 이는 딱히 없었다. 박지수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지도자도 선수들도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모든 것을 감내한 박지수가 보다 근원적인 아쉬움을 지적한 셈이다. 

박지수는 지난 시즌 여자프로농구(WKBL) 정규리그 최우수선수상(MVP)을 차지한 뒤 “우승컵을 들어보니 무거웠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라는 말이 있다”며 “여자농구 인기가 살아나려면 대표팀 성적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팀에서뿐만 아니라 대표팀에서도 잘해서 여자농구의 부흥을 일으킬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WKBL을 정복한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최근 2년 동안 비시즌 미국여자프로농구(WNBA)를 경험했다. 개인적인 성취도 있겠지만 여자농구에 대한 책임감이 깃든 행보였다.

“엄마에게 가끔 ‘쌍둥이로 낳아주지’라는 농담을 한다. 혼자 골밑을 지키는 데 대한 부담감에 대해서는 딱히 생각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최선을 다할 뿐”이라며 “12년 만에 올림픽에 나가는데, 아무것도 못 해보고 돌아오고 싶지 않다. 열심히 뛰겠다”는 그의 말에서 진정성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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