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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탁구 갈등 일단락, 뒷맛은 씁쓸 [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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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탁구 갈등 일단락, 뒷맛은 씁쓸 [기자의 눈]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2.13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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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2020 도쿄 올림픽을 앞둔 중요한 시기에 한국 여자탁구가 크게 휘청거렸다. 1선에 선 선수와 감독 간 갈등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대한탁구협회는 12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전지희(28·포스코에너지)와 유남규(52) 전 한국 여자탁구 국가대표팀 감독 간 갈등 사태와 관련해 논의했다. 그 결과, 전지희에게 징계 중 가장 낮은 수위 ‘견책’을 결정했다. 이유는 ‘품위 손상’이다. 

‘견책’의 사전적 정의는 ‘잘못을 꾸짖고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주의를 주는, 가장 가벼운 징계 처분’이다. 

뒷맛이 씁쓸할 수밖에 없다. 사퇴한 유 감독에 대해서는 징계가 없는 데다, 문제의 원인이었던 지도방식에 대한 논의 역시 오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남규(사진) 감독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12월 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사진=연합뉴스]

사태는 전지희와 유 감독 간 녹취 공방에서 시작됐다.

전지희가 지난해 대표팀 훈련 과정에서 유남규 전 감독의 지시 내용을 허락받지 않고 녹음한 뒤 이를 협회 임원진에 제출하면서 두 사람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전지희는 “지시 내용을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지만 훈련 방법 등을 놓고 유 전 감독과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3월 대표팀을 맡은 유 감독은 랭킹순으로 국가대표를 뽑는 남자팀과 달리 별도의 선발전을 갖는 등 ‘무한경쟁’을 화두로 내걸었다. 이 방식에 일부 선수들이 반기를 들었는데 특히 국내 랭킹 1위 전지희와 큰 갈등을 빚었다고 전해진다.

결국 유 전 감독이 지난해 12월 사퇴했고, 전지희는 대표 선발전 관문을 통과하지 못해 올림픽 세계예선에 출전하지 못했다. 사건의 당사자 모두에게 악재로 돌아온 것이다.

협회는 이날 전지희와 유 전 감독을 불러 소명을 들었고, 전지희가 전날(11일) 유 전 감독을 찾아가 사과하고 오해를 풀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전지희는 공정위원회 전날 유 감독을 찾아과 사과했다. [사진=연합뉴스]

전지희는 이날 공정위에 참석해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오해가 있었다. 나쁜 의도가 없었더라도 지시 내용을 녹음한 건 잘못이다.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유 전 감독은 “전지희와 오해를 풀었고, 선수의 처벌은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진지희에게) 지금 사과는 너무 늦지 않았냐. 결국 내가 사표를 쓸 때가지 뭐했냐. 다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한다고 하니 사과는 받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전지희와 유 감독이 앞서 화해의 제스처를 주고받은 점을 감안한 듯 보인다. 전지희에게 출전 정지 및 자격 정지 등 중징계가 아닌 가장 가벼운 견책을 결정하고, 유사 사례가 재발했을 때는 엄하게 조치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장호 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위원장은 MBC와 인터뷰에서 “부적절한 언행이 있었다. 전지희 선수 개인을 향한 것이라기보다는 말하는 과정에서 비유를 들 때 (약간 부적절한 언사가 있었다)”면서도 이미 사임했다는 이유로 유 감독에 대해선 어떠한 징계도 내리지 않았다.

알맹이 없는 공정위원회였다는 지적이 따른다. 전지희도, 유 감독도 개운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건을 일단락하기 급급했다는 평가다.

지난달 남녀 탁구 대표팀이 나란히 올림픽 단체전 티켓을 확보했다. 다음달 22일부터는 부산에서 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개막한다. 국내에서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리는 것은 한국 탁구 100년 역사상 처음이다. 여러모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협회겠지만 썩은 뿌리를 제대로 도려내지 않고 덮어두는 모양새다. 언젠가 줄기는 물론 열매까지 모두 상할 수 있다는 우려를 지울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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