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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기성용 영입 이왕 불발됐다면... [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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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기성용 영입 이왕 불발됐다면... [기자의 눈]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2.20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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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외적인 이슈보다는 선수들이 오늘 경기를 잘 치르고자 준비했다.”

K리그1(프로축구 1부) FC서울을 대표하는 공격수 박주영(35)은 지난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3년 만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본선 복귀전에서 결승골로 어수선한 팀 분위기를 다잡았다.

그가 말한 ‘외적인 이슈’는 최근 큰 화제가 됐던 서울 출신 미드필더 기성용(31) 영입 건이다. 구단은 유럽 진출 뒤에도 꾸준히 친정을 향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던 '구단 레전드' 기성용의 복귀를 추진하다 갈등을 빚었고, 결국 계약에 ‘실패’했다. 정말 그를 품으려는 의지가 있었는지는 단언할 수 없지만 표면적으로는 말이다.

서울은 기성용 건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현재까지도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이날 멜버른 빅토리를 상대로 전반 8분 이 경기 유일한 골을 넣으며 승점 3을 선사한 박주영의 말에 서울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있다.

박주영(사진)의 말 속에 FC서울이 나아가야 할 길이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연합뉴스에 따르면 박주영은 경기를 마친 뒤 “추운 날씨에도 많은 팬들이 찾아와주신 덕분에 힘을 받아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면서 “(이에) 만족하지 않고 좋은 결과를 내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영하의 날씨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까지 겹쳤음에도 불구하고 5229명의 팬들이 ‘상암벌’을 방문했다. 상당수 서울 팬들과 K리그 팬들은 구단이 기성용 영입 과정에 소홀했거나 혹은 근시안적인 일 처리로 계약을 그르쳤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날은 한창 뜨거웠던 ‘기성용 이슈’가 일단락되는 시점이었다.

일부 팬들은 그래도 자신이 응원하는 서울의 아시아 무대 복귀에 힘을 보태고자 자리했겠지만 어떤 이들은 ‘정말 기성용이 없어도 되는 전력인지 두고 보자’는 심리로 입장했을 터다.

지난달 부로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계약을 상호 해지하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떠나게 된 기성용은 기존 연봉(30억 원)을 70% 이상 삭감하면서까지 서울 복귀를 타진했다.

하지만 기성용 측에 따르면 서울이 금전적인 문제 외에 태도적인 면에서 기성용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전북 현대로 눈길을 돌렸지만 26억 원가량으로 알려진 고액의 위약금 탓에 전북도 발을 뺄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기성용은 셀틱 입단 당시 K리그로 돌아올 시 서울과 우선협상한다는 조건을 걸었기 때문이다.

기성용은 지난 11일 K리그행을 단념했음을 밝히며 인스타그램을 통해 “거짓말로 나를 다치게 하면, 나는 진실로 당신을 다치게 할 수 있다. 날 갖고 놀지 마라. 내가 그대로 갚아주면 당신에게도 좋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이에 K리그 팬 전반의 서울을 향한 비판과 비난 여론에 불이 붙었다.

'기성용 영입에 소극적이었다'는 평가 속에 비판 받고 있는 FC서울.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최용수 서울 감독은 경기 전날 공식 기자회견에서 “어느 지도자가 EPL에서 200경기 넘게 소화한 친구를 마다하겠나”라며 “그러나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은 때가 되면 말씀드리겠다. 지금은 내일 경기에 집중하고 싶다”고 했다.

실제 경기에서 서울 선수들은 박주영을 중심으로 뭉쳤고, 멜버른보다 좋은 경기를 펼친 끝에 승리를 챙겼다. 박주영은 “선수들이 실제로 동요했다거나 하는 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할 필요도 없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결국 기성용의 K리그 복귀는 무산됐다.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를 비롯한 복수 해외 리그 팀의 러브콜을 받아온 기성용이 최종적으로 스페인 2부리그 진출을 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SD우에스카에서 3개월 단기 계약을 제시받았다고 전해진다.

서울은 “내년에 다시 기성용 영입을 시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고, 실제로 기성용이 3개월 단기 계약을 맺는다면 올여름 다시 K리그로 돌아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와중에 구단이 취해야할 노선은 분명하다. 최 감독은 “자신이 생각하는 '완성된' 스쿼드로 한 시즌 전체를 치르는 감독은 어디에도 없다”면서도 “지난해보다 선수 수급 면에서 만족하고 있다. 지금 특별히 자국 선수를 영입할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다. 기성용과 함께하지 못한 게 아쉽지만 현재 스쿼드에도 만족하며 가진 자원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이었다.

많은 서울 팬들은 구단의 사정을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결국 피치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줌으로써 서포터즈의 실망감을 믿음과 신뢰로 돌려놔야 한다. 더불어 다시 기성용과 대화할 기회가 온다면 진정성 있는 소통으로 서로 간 오해를 풀 필요가 있어 보인다. 혹여 구단 사정 상 영입이 어렵더라도 타 구단 입단에 협조적으로 대응한다던지 대승적 차원의 결단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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