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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이 스페인에 간 이유 [WHY 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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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이 스페인에 간 이유 [WHY Q]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2.2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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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기성용(31)이 K리그1(프로축구 1부) FC서울이 아닌 라리가(스페인 1부) RCD 마요르카 유니폼을 입었다. 3개월 단기계약서에 사인하며 그가 스페인행을 택한 이유는 뭘까.

마요르카는 25일(한국시간) 공식 채널을 통해 기성용 영입을 발표했다. 지난달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계약을 상호해지하며 7년 반 동안 몸 담았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떠난 기성용이 자유계약(FA) 신분으로 이적료 없이 라리가에서 새 둥지를 틀었다.

등번호는 10, 계약 기간은 올해 6월 말까지며, 연봉 등 세부사항은 공개되지 않았다.

카타르리그,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의 여러 팀과 협상했다. 레알 베티스, SD 우에스카 등의 러브콜도 받았지만 최종적으로 마요르카에 입단했다. 연봉 등 조건을 낮춰 꿈에 베팅한 셈이다.

기성용(가운데)의 라리가 진출 꿈이 이뤄졌다. [사진=마요르카 공식 홈페이지 캡처]

기성용은 과거 여러차례 선호하는 리그로 라리가를 꼽으며 스페인 무대 진출을 희망했다. 그는 먼저 대의적인 차원에서 K리그 복귀를 추진했다. 기량이 온전할 때 국내 팬들 앞에서 뛰고 싶다는 바람으로 친정팀 서울을 비롯해 전북과 대화를 나눴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대우가 좋은 다른 리그의 제안을 뿌리치면서 국내 무대 리턴을 노렸지만 좌절된 기성용은 다시 오지 않을 수 있는 스페인행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 21일 협상을 마무리하기 위해 출국하며 그는 “어릴 때부터 꿈꿔온 무대다. EPL에 처음 갈 때보다 설레는 것 같다”며 “20대 초반은 아니지만 도전할 수 있어 행복하고 의미있다”며 “그동안 경기에 못 뛰었으니 단기 계약을 한다 해도 크게 불만이 없다. 기간이 얼마든 라리가에 설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다. 행복할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그는 “‘고생 많이 했으니 너도 좀 편하게 살라’는 말을 많이 들었고, 국내에 들어오면서 ‘이제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기회가 오니 세계 최고의 무대를 경험해보자는 마음이 강했다”면서 “좋은 리그에서 뛰게 돼 감사하다. (리오넬 메시 등) 최고의 선수들과 경기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경험이다. 선수 생활뿐 아니라 은퇴 이후 축구 분야 일을 할 때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며 들뜬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2006년 서울에서 데뷔해 2009년 스코틀랜드 셀틱에 입단하며 유럽에 진출한 기성용은 2012년부터 EPL 스완지 시티에서 뛰었다. 2013∼2014시즌 선덜랜드로 한 시즌 임대되기도 했던 그는 2018년 6월부터는 뉴캐슬에서 1년 반 활약했다.

마요르카의 리그 잔여일정은 13경기다. 그가 경기에 출전하면 이천수(레알 소시에다드·누만시아), 이호진(라싱 산탄데르), 박주영(셀타 비고), 김영규(알메리아), 이강인(발렌시아), 백승호(지로나)에 이어 라리가 무대를 밟는 7번째 한국인 선수가 된다.

기성용이 마요르카의 잔류에 힘을 보탤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마요르카 공식 홈페이지 캡처]

25경기를 치른 현재 마요르카는 6승 4무 15패(승점 22) 저조한 성적으로 20개 팀 중 18위에 머물고 있다. 마요르카는 2018년 2부로, 지난해 1부로 연속 승격한 팀이다. 올 시즌 역시 잔류가 목표다. 기성용 영입은 그의 풍부한 경험이 강등권 다툼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거라는 판단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4-2-3-1 전형을 주로 쓰는 마요르카 중원에서 기성용이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거라는 분석이 따른다.

마요르카는 기성용이 셀틱에서 우승을 경험하고 EPL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것, 3차례 월드컵에 출전하고 국가대표팀 주장을 지낸 것,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것 등 경력을 자세히 소개하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트위터에는 “새로운 이적생을 소개합니다”, “환영합니다”라는 한국어 문구로 환영했고, 인스타그램에 게재한 소개 영상에서 기성용의 눈 부분을 가려 영화 ‘기생충’ 포스터를 패러디하기도 했다. 기성용을 향한 기대 심리를 엿볼 수 있다.

마요르카는 내달 2일 헤타페와 홈경기를 앞두고 있다. 기성용은 올 시즌 뉴캐슬에서 총 4경기를 소화하는데 그쳤다. 지난달 4일 FA컵 이후 두 달 가까이 제대로 훈련하지 못했던 기성용이 헤타페전을 통해 바로 데뷔할 가능성은 낮다.

기성용은 입단 인터뷰에서 “마요르카에서 뛰게 된 것, 특히 스페인에서 뛰게 돼 큰 영광이다. 어렸을 때부터 꿈꿔온 무대”라며 “최고의 선수들과 경기하는 게 기다려진다. 꿈을 이룬 기분”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팀이 잔류하는 게 최우선이다. 다소 어려운 상황이지만 해내리라 확신한다”며 “훈련을 통해 몸 상태를 끌어 올려 팀이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되겠다”고 힘줬다.

과거 "국가대표팀 주장은 중국에 가지 않는다"며 실수령 연봉 220억 원가량의 중국 슈퍼리그(CSL) 영입 제안을 거절했던 그, 팬들 앞에서 좋은 기량을 보여주고 싶다는 이유로 K리그 복귀를 타진했던 그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기성용이 스페인에서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지 많은 팬들이 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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