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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망언' 빅스 홍빈, 제 입으로 무너뜨린 8년의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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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망언' 빅스 홍빈, 제 입으로 무너뜨린 8년의 신뢰
  • 김지원 기자
  • 승인 2020.03.02 1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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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지원 기자] '수습불가', 네 글자로 설명할 수 있는 사건이다. 팬들까지 등을 돌렸다.

지난 1일 새벽, 그룹 빅스 멤버 홍빈은 개인 인터넷 생방송(트위치) 1주년 기념으로 '음주방송'을 시작했다. 그는 소주 3병과 와인 1병을 마신 만취 상태에서 팬들과 대화하던 중, 동료 아이돌 그룹의 음악방송 무대 영상이 나오자 얼굴을 찡그리며 비하 발언을 했다.
 

빅스 홍빈 [사진=스포츠Q(큐) DB]
빅스 홍빈 [사진=스포츠Q(큐) DB]

 

선배 가수인 샤이니의 '에브리바디(Everybody)' 무대 영상에는 "누가 밴드 음악에 이딴 아이돌 노래를 끼얹어. 허접하게"라며 얼굴을 찌푸렸고, 마찬가지로 선배인 인피니트의 '내꺼하자' 안무에는 "나였으면 안무가 때렸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과거 늑대 콘셉트의 무대를 선보였던 그룹 엑소를 간접적으로 언급하며 "SM은 다 짜준다. 제스처든 뭐든 행동 하나를 짜주는 사람이 있고 안 정해 주는 사람이 있다. 우리(빅스)는 우리가 모든 걸 다 기획했다. 늘 뱀파이어(빅스 콘셉트)가 울프(엑소 콘셉트)를 이겼다"고 비아냥대는가 하면 레드벨벳의 '빨간 맛'을 듣고는 "너무 아이돌 노래다"고 빈정댔다.

홍빈이 이 같은 비하 발언을 이어가자 팬들은 실시간 댓글을 통해 "취했다. 그만하라"고 권유했으나, 댓글을 본 홍빈은 자신을 걱정하는 시청자들에게 손가락 욕설을 했다.

방송 직후 해당 장면을 녹화한 클립 영상이 SNS와 커뮤니티에 퍼지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특히 비하의 대상이 된 아이돌그룹의 팬들은 '#홍빈_사과해' 해시태그 등으로 홍빈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사진=홍빈 트위치 생방송 화면 캡처]
[사진=홍빈 트위치 생방송 화면 캡처]

 

얼마 지나지 않아 홍빈은 라이브 방송을 다시 켜 2시간여 동안 사과에 나섰으나, 술이 덜 깬 것으로 보였다. "술을 마시고 경솔한 발언을 했다"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변명을 늘어놓는가 하면, 방송 말미 "난 원래 방송하던 대로 방송한 건데 문제가 됐다. 세상 무섭다. 세상 조심하면서 살겠다"며 책임을 전가했다.

방송 도중 소속사 직원과 멤버가 찾아와 홍빈을 말리기도 했다. 현재 사회복무요원 근무 중인 레오는 첫 번째 방송 이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미안하다"고 대신 사과했지만, 홍빈은 두 번째 방송 도중 "멤버가 찾아와서 탈퇴하라고 했다"며 "이럴거면 팀에서 나가라는 말을 들었다. 팀이 나가라고 하면 나가겠다"고 전했다.

홍빈의 사과문은 1일 오후에 게재됐다. 홍빈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저의 잘못된 언행으로 상처 받으신 아티스트 분들과 아티스트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 드린다. 또한 빅스 멤버 분들과 팬 분들께도 심려를 끼쳐드리게 되어 죄송하다. 변명의 여지없이 어떤 이유에서라도 깊이 있게 생각하지 못하고 경솔한 행동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고 전했다.

빅스 소속사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역시 공식 입장을 통해 "이번 일로 더욱 책임을 갖고,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아티스트들이 더욱 깊이 생각하고 신중히 행동할 수 있도록 신경 쓰고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겠다"며 사과했다.

 

그룹 빅스 [사진=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빅스 [사진=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제공]

 

홍빈의 사과에도 사태는 쉽게 수습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홍빈의 '음주 망언'은 팀을 향한 '역대급 민폐'로 누리꾼들에게 알려지게 됐다.

2012년, 6인조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한 빅스는 데뷔 초 흔한 콘셉트로 비교적 주목받지 못했지만, 2013년 발매한 뱀파이어 콘셉트 '다칠 준비가 돼 있어'를 시작으로 팬덤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이후 지킬앤하이드, 저주인형, 사이보그, 시간여행, 신 등 다양하고 독창적인 콘셉트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독보적인 '콘셉트돌', 빅스가 쌓아온 성과는 비주얼과 퍼포먼스를 통한 콘셉트 설정이 무궁무진한 '아이돌 그룹'이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였다. 홍빈의 '이딴 아이돌 노래'라는 한 마디는 결국 제 살 깎아먹기에 불과해 안타까움을 더한다.

"예술에는 높고 낮음이 없고 누군가의 땀과 뜨거움을 쉽게 깎아내려선 안된다는 생각이 저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에게 깊게 스며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상처 받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홍빈의 사과 이후 멤버 라비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게재한 메시지다. 결국 상처 받은 별빛(빅스 팬)과 타 아이돌 팬들의 마음은 멤버들이 대신 살폈다.

'마의 7년'(재계약 시기)를 넘기고 팀을 유지한 채 8년 차에 접어든 빅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공들여 쌓아온 탑이 한 명의 '망언'으로 처참히 무너졌다. 말실수는 사과할 대상이 있다. 하지만 8년의 신뢰가 무너진 '별빛'들의 마음은 누가 달랠 수 있을까? 팬들까지 등을 돌리게 한 '말'의 무게, 부디 깨달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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