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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조기종료, 우리카드-현대건설 '애석한' 강제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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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조기종료, 우리카드-현대건설 '애석한' 강제 1위?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3.2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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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프로배구 V리그가 결국 조기 종료를 선언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 탓이다. 2005년 출범 이래 정규리그를 모두 마치지 못한 건 처음이다. 앞서 여자프로농구(WKBL)가 먼저 조기에 시즌을 마감하는 등 사회적 분위기도 고려해야 했다. 남녀부 선두였던 서울 우리카드와 수원 현대건설의 경우 특히 아쉬움이 짙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23일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사무국 회의실에서 프로배구 남녀부 13개 구단 단장(1개 구단은 대행 참석)이 참석한 가운데 임시 이사회를 열고 리그 종료 혹은 재개 여부를 논의했다. 2시간 반 격론 끝에 2019~2020 도드람 V리그를 예정보다 일찍 끝내는 데 합의했다.

순위는 남녀부 각 팀들마다 치른 경기수가 달랐던 만큼 5라운드 종료 시점을 기준으로 한다. 우승 팀은 없고, 정규리그 1위 등 순위만 기록에 남는다. 우리카드와 현대건설은 ‘강제’ 1위로 남게 됐다.

조원태(왼쪽 첫 번째) KOVO 총재가 23일 임시 이사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상황이 급변했다

KOVO는 “봄 배구를 기다리는 배구 팬들에게 송구하지만 이번 시즌을 현 시점에서 종료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조원태 KOVO 총재는 “회의 1분 만에 리그 종료는 결정했다. 순위 결정, 우승 자격, 상금 활용 방안 등에 대한 대화도 나눴다”고 밝혔다. 

연맹은 코로나19 사태의 확산세 속에 범국가적 ‘사회적 거리 두기’, 실내체육 운영중단 권고에 적극 동참하는 한편 배구 팬들과 선수들을 비롯해 리그 구성원들의 보호를 위한 결정을 내렸다.

지난 19일에도 KOVO는 이사회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하지만 나흘 새 리그 종료 쪽에 무게가 실렸다.

21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를 위한 담화문’을 발표, “집단감염 위험이 높은 종교시설과 실내 체육시설, 유흥시설은 앞으로 보름 동안 운영을 중단해 줄 것" 강력히 권고했다. 20일 WKBL이 동계 프로종목 중 가장 먼저 시즌 조기 종료를 선택한 것도 큰 영향을 끼쳤다.

정부의 권고에 따라 4월 5일 전에는 경기를 치르기 부담스럽다. KOVO는 앞서 체육관 대관, 다음 시즌 준비 등 문제를 고려해 4월 14일을 시즌 종료 마지노선으로 정했던 만큼 선택의 폭이 더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신영철(왼쪽) 감독의 우리카드, 이도희 감독의 현대건설은 남녀부 1위로 올 시즌을 마감하게 됐다. 내심 통합우승까지 노렸을 그들이기에 아쉬움이 짙을 수밖에 없다. [사진=KOVO 제공]

◆ '1위'는 있지만 '우승'은 없다

우승 팀은 없지만 순위는 5라운드를 기준으로 한다. 다음 시즌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신인 드래프트 확률 추첨도 5라운드 순위를 기준으로 한다.

시즌 중단 시점(3월 3일)과도 순위가 같아 논란의 소지가 적다. 남자부는 해당 시점까지 승점 64(23승 7패)를 적립한 우리카드, 여자부는 승점 52(19승 6패)를 얻은 현대건설이 1위에 올랐다. 현대건설은 2010~2011시즌 이후 9년 만에 통산 3번째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고, 우리카드는 창단 이후 처음으로 시즌을 가장 높은 자리에서 마쳤다.

2위 인천 대한항공(승점 62·22승 8패)과 서울 GS칼텍스(승점 51·17승 8패)는 아쉬움을 삼켰다. 남녀부 3위 천안 현대캐피탈(승점 56·19승 13패)과 인천 흥국생명(승점 48·14승 13패)도 '봄 배구'를 통한 역전극의 꿈을 잃었다.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은 “이사회 결정을 존중한다. 정규시즌 전체를 소화하지도 않았고, 포스트시즌도 치르지 않았으니 ‘우승’ 타이틀을 얻을 수는 없다”며 “우리 목표는 포스트시즌 진출이었는데 이를 확정했고, 그 덕에 (구단 첫) 챔피언결정전 진출로 목표를 키울 수 있었다. 젊은 선수가 많은 우리 팀에 챔프전 출전은 큰 자산이 될 수 있는데, 그 기회를 놓쳐 아쉽다”고 했다.

이도희 감독은 “정규리그를 마치진 않았지만 5라운드까지 1위고, 현재도 1위다. 선수들이 잘해줬기 때문이다. 굉장히 고맙다”며 “깔끔하게 정규리그 우승을 한 뒤 챔프전에서도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싶었는데 아쉽다”고 했다. 현대건설은 주전 리베로 김연견의 부상 공백을 메우기 위해 실업 팀에서 김주하를 단기 계약으로 데려왔다. 이사회 당일 오후까지도 훈련하며 우승이란 목표를 정조준하고 있었다.

다음 시즌을 앞두고 고려해야 할 부분들이 아직 많이 남았다. [사진=연합뉴스]

◆ 남은 과제는?

KOVO는 정규리그 1∼3위 상금 총 4억 원을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성금으로 기부한다. 일단 상금을 구단에 지급하고, 기부 받는 형식이다. 전문위원, 심판, 기록원 등 구성원들의 생활자금으로도 지원할 계획이다.

KOVO는 “리그 조기 종료에 대한 후속조치를 차질 없이 진행하고 앞으로 이런 천재지변과 같은 상황에 대한 세밀한 규정을 보완해 어떤 상황에도 모두가 수긍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4월 초 다시 열릴 이사회에서 리그 종기 종료에 따른 2020~2021시즌 준비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자유계약선수(FA), 시상, 외인 트라이아웃 등 행정적인 문제가 남아있다.

본래 ‘매 시즌 출전 경기 수가 정규리그의 40%를 넘은 선수’가 FA 자격을 얻지만 올해는 ‘소속 팀이 소화한 경기의 40%’를 기준으로 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32경기를 치른 우리카드의 경우 13경기, KGC인삼공사의 11경기를 뛰면 FA 등록 기준일을 채운다. 본래대로 시즌이 치러졌다면 남자부는 15경기, 여자부는 12경기 이상 나서야만 했다.

각 부문 시상과 체코에서 열릴 예정인 외인 트라이아웃도 관심사다. 현재 유럽 전역이 코로나19로 입국을 제한하는 상황이라 트라이아웃 개최 계획에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이 3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성공하며 배구 열기에 불을 지폈다. 올 시즌 시청률과 관중 동원에서 지난 시즌보다 좋은 성과를 내며 겨울철 대표 스포츠로 자리 잡은 프로배구이기에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조기 종료가 더 애석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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