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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이호정 '피겨판 오뚝이'(下) 다시 뛰는 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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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이호정 '피겨판 오뚝이'(下) 다시 뛰는 가슴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3.27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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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왕=스포츠Q(큐) 글 김의겸 기자·사진 손힘찬 기자] '피겨판 오뚝이' 이호정(23) SBS 피겨스케이팅 해설위원은 갑작스레 은퇴를 선언한 뒤에도 도전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마이크를 잡게된 뒤 다시 삶에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그의 가슴을 다시 설레게 하는 것은 뭘까.

※ 본 기사는 [SQ인터뷰] 이호정 '피겨판 오뚝이'(上) 편에서 이어집니다.

이제는 지도자와 해설위원으로서 피겨 인생 2막을 연 이호정 위원.

◆ 이호정의 스케이팅은 끝나지 않았다

“올림픽이 정말 꿈의 무대인 게 ‘아무리 마음이 커도 안 되는 건 안 되나 보다’ 싶었다. 그만두고 싶어 그만둔 게 아니라 마음을 다잡기까지 1~2년 걸린 것 같다. 지금은 괜찮다. 그 때는 한동안 링크장에 가지를 못했다. 코치를 시작하면서 처음 맡았던 아이들이 (이)해인(15·한강중), (위)서영(15·도장중)이다. 그 아이들이 잘 되니 너무 좋고 기쁘다. 정말 잘 됐으면 좋겠다고 진정으로 바라게 된 첫 제자들이다. 그 전까진 나의 아쉬움이 너무 컸던 것 같다.”

선수 타이틀을 내려놓고 잠시 쉴 만도 했지만 그는 지체 없이 지도자로 팀에 합류해달라는 몇몇 팀의 제안에 응했다. 그렇게 곧장 피겨인생 2막을 열었다. 현재 프리랜서 코치이자 안무가로 최형경, 지현정 코치를 비롯한 여러 지도자의 팀을 돌면서 많은 아이들을 보살피고 있다. 

“2017년 4월, 삿포로 아시안게임이 끝난 직후였다. 일부러 ‘바쁘게 살자’고 생각했다. 성격 상 하던 일이 잘 안 되면 바로 대책을 찾지, 좌절해 있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만둔 건 그만둔 거고 마음을 다잡게 됐다. 한 없이 우울하면 안 되니까 빨리 시작하자는 마음이었다”고 반추했다.

지난 8일 에스토니아에서 열린 주니어세계선수권에서 이해인이 김연아(은퇴) 이후 14년 만에 한국 선수로서 메달 획득에 도전했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 넘어지면서 5위로 마감하고 말았다. 이호정 해설위원이 어려서부터 봐 온 후배인데, 중계 데스크에서 지켜봤으니 감회가 남달랐을 터. “내가 더 긴장했을지도 모른다. ‘본인은 얼마나 떨릴까’하며 응원했다. 실수가 나왔을 때 ‘얼마나 속상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결국 본인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는 해설위원다운 멘트를 잊지 않는다.

평창 올림픽 강릉 아이스 아레나 장내 아나운서로 마이크를 처음 잡게 됐다. [사진=이호정 본인 제공]

그렇게 지도자로 발돋움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2018 평창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종목이 열린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장내 아나운서를 맡아달라는 제의를 받게 됐다. 해설위원으로서 삶을 시작한 지금 돌아보면 좋은 경험이었지만 당시에는 이를 선뜻 수락하기 어려웠다.

“그토록 선수로 가고 싶던 대회였는데 아나운서로 앉아있는 걸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본 경기 때는 국제빙상연맹(ISU)에서 전문가들이 오고, 공식 연습(Official Practice) 때는 장내 아나운서가 진행한다. 우리나라 심판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너무나 가고 싶던 올림픽에 (캐나다에 있던 당시) 팀 메이트들이 다 출전했다. 마주치니 차마 얼굴을 못 보겠더라. 다들 나한테 왜 그만뒀는지 물어보니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면서도 “엄청 큰 도전이었는데 하길 잘 한 것 같다”고 했다.

이호정 위원에게 있어 인생의 변곡점 중 하나였다. 지난 아픔을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가는 차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올림픽 이전에는 강릉시와 협업해 초심자를 대상으로 피겨스케이팅에 대해 설명하는 영상을 찍기도 했다. 이런 경험들이 쌓여 SBS로부터 해설위원직을 제안 받는 결과로 이어졌으니 그가 힘겹게 내딛은 발걸음들이 그에게 새롭게 나아갈 길을 제시한 셈이기도 하다.

선수 시절 견디는 데 익숙했던 이호정 위원은 이제 할 말은 할 줄 아는 냉철한 시선의 해설위원으로 성장 중이다.

◆ 넓어진 시야, 다시 찾은 활력

2019~2020시즌 개막을 앞둔 지난해 8월 말 SBS로부터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았다. 동계 스포츠를 오랫동안 팔로우 해온 SBS다. 피겨 팬들은 20년 동안 해설위원으로 활약했던 방상아 해설위원의 목소리에 익숙한 상황이라 부담이 컸다.

이호정 해설위원은 “걱정도 많이 됐다. 하지만 일단 하고 나서 후회하는 게 낫다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다. 9월 초 주니어 그랑프리가 시작하는데 8월 말 오디션을 봤으니 준비기간이 너무 짧았다”며 “나중에 해보고 싶다고는 생각했지만 당장에는 그려보지 못했던 삶이었다. 오디션 때 가진 생각을 거침 없이 말 했는데 이를 좋게 본 것 같다. 어렸을 때는 참기만 했는데, 그러다 다친 탓인지 이제는 할 말을 다 하는 성격이 됐다”고 했다.

해설위원으로서 현장에서 또 스튜디오에서 경기를 중계하고, 방송을 준비하면서 피겨를 바라보는 시야가 더 넓어졌다. 

규정을 철저하게 아는 것은 기본이다. 대회 전에는 외국 선수들에 대한 공부도 많이 한다. “기술 점수(TES), 예술 점수(PCS) 기준을 모두 명확히 알고 타는 선수가 많지 않다. 피겨에도 트렌드가 있다. 내가 타던 때와는 기술적인 부분도 많이 바뀌었다. 기록경기가 아니라 주관적인 평가가 합쳐지는 종목이라 또 어렵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호정 해설위원은 마이크를 잡게 된 뒤 선수, 지도자로서 피겨를 바라보던 때와는 또 다른 관점으로 피겨를 대하게 됐다.
해설위원으로 데뷔하며 다시 선수 때처럼 가슴이 뛴다는 이호정 해설위원.

외국 영상도 많이 보고 앞서 했던 해설위원들과 곽민정(KBS), 김해진(MBC) 등 동료들이 어떻게 중계했는지 참고하기도 한다. "공부를 아무리 해도 늘 하고 나면 아쉽다. 매 대회마다 배우는 것 같다. 성장해야겠다는 생각을 계속 한다”는 말에서 그가 새롭게 삶의 동력을 발견한 인상을 받았다.

최근 조정식, 최기환 캐스터와 호흡을 맞췄는데 둘 모두 피겨 중계가 처음이었다고 한다. “워낙 임기응변에 능한 베테랑 진행자이긴 하지만 나도 처음인데, 내가 알려줘야 하는 입장이 됐다”며 “앞으로의 호흡이 중요하다. 올림픽을 목표로 맞춰가고 있는 셈이다. 이제 다음 시즌까지 6개월여 남았다. 올림픽까지 하려면 내가 잘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해설을 하게 된 뒤 스케이트를 바라보는 마음이 달라졌다. 선수로서, 코치로서, 해설로서 보는 관점이 다르다. 선수 때는 ‘어떻게 하면 잘할까’라는 생각으로 스스로에 집중했다면, 코치 때는 아이들이 알아듣기 좋게 지도하고, 고쳐야 할 점을 포착하려 노력한다. 해설로서는 ‘어떻게 표현해야 시청자들이 쉽게 알아들을까’ 고민한다.”

“지난해 코치를 하면서 이게 맞는 건가 하는 생각에 힘들었다.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정체된 느낌도 받았다. 평생 이 일을 해야 하는데, 새로운 걸 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싹을 틔웠다. 해설을 하면서 도전에 대한 욕심을 채우게 된 것 같다. 굉장히 큰 터닝포인트였다.”

자신의 제자 중 한 명인 이해인의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를 중계했으니 감회가 남달랐을 터. [사진=이호정 본인 제공]
이호정 위원은 해설위원으로서 베이징 올림픽을 현장 중계하는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사진=이호정 본인 제공]

“물론 아이들을 가르칠 때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해설할 때 정말 오랜만에 선수 때처럼 잘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가르친 아이들이 연기하는 것은 사실 내 마음대로 될 수가 없다. 해설은 내가 직접 하는 것이니 내게 활력이자 동력이 된다. 좋은 기회가 왔으니 잘 해내는 게 내 몫이다.”

그의 당면 과제는 지도자로서 충실함과 동시에 해설위원으로서 역량을 잘 쌓아 2022 베이징 올림픽을 현장에서 중계하는 것이다. 그 와중에 다른 목표도 놓지 않는다. 그는 국제심판 자격증 취득도 준비 중이다.

“해설에 도움이 될 거라고도 생각한다. 내년부터 연령 요건을 충족한다. 규정을 ‘빠삭하게’ 익혀 외국에서 시험을 봐야 한다. 국내에서 심판 트라이얼도 해야 한다. 미리 준비하면 좋다는 생각에 공부를 시작했다. 싱글과 아이스댄싱을 모두 한 게 나의 장점이니 국제심판도 ‘아이스댄싱 테크니컬 스페셜리스트’ 분야에 도전하려 한다. 물론 싱글 종목 자격도 따내고 싶다”며 “지난해 대학교 막 학기를 다니면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해설까지 하느라 몸이 많이 힘들었다”고 말하는 그의 표정에선 오히려 생기가 넘쳐났다.

선수 시절 당했던 큰 부상 그리고 파트너와 결별, 은퇴 직후 남아있던 선수로서 미련. 이를 뒤로하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벌인 노력들이 모여 지금 그가 웃을 수 있는 배경이 됐다. ‘피겨판 오뚝이’는 여러 차례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면서 여기까지 왔다. 그가 지금 카메라 앞에서 보여주는 아름다운 미소는 피겨 선수들이 관중 앞에서 연기를 마치고 환하게 웃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지를 대변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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