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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싶다, 조주빈에게 사연을 주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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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싶다, 조주빈에게 사연을 주지 마라
  • 김지원 기자
  • 승인 2020.03.30 1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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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지원 기자] "범죄자에게 서사를 부여하지 마십시오. 범죄자에게 마이크를 쥐어주지 마십시오." (자우림 김윤아 SNS)

'N번방 사건'을 탐사보도한 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자극적인 묘사와 부적절한 방향성으로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 28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은밀한 초대 뒤에 숨은 괴물 - 텔레그램 '박사'는 누구인가'라는 부제로 텔레그램에서 박사방을 운영하며 불법 성 착취물을 제작, 유포한 혐의로 검거된 조주빈을 추적했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화면 캡처]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로 검거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화면 캡처]

 

'박사'는 여성들에게 고액 알바를 소개하겠다고 접근해 피해자의 신상을 수집한 뒤 이들을 노예로 부리며 성 착취 영상이나 사진을 촬영하도록 종용했다. 이에 현재 밝혀진 피해자만 해도 미성년자 16명을 포함한 74명으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다.

이날 방송에서 붙잡힌 조주빈과 텔레그램 내 '박사'가 남긴 흔적들을 통해 두 사람이 동일인인지 분석하는 과정에서, 제작진들은 지인을 통해 조주빈의 가정환경, 교우관계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조주빈의 지인 A씨는 "조주빈이 박사라면 돈 때문에 그런 일을 했을 것"이라며 "돈에 대한 욕망이 컸다. 어렸을 때 찢어지게 가난했다고 이야기를 했다. 부모님이 이혼하셨는데 아버지에게 맞으면서 자랐고, 어머니를 되게 안 좋아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주빈이 1억을 모았다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관상 봐주고 그렇게 모았다며 5만원권을 여러 장씩 들고 다녔다"고 회상했다.

또 다른 지인 B씨도 "부모님 사이에 폭행이 있었던 것 같다. 그게 가정환경에 영향을 줬을 것 같다"며 "조주빈의 아버지가 어려운 환경에서 폐지를 주우면서 생계를 꾸렸다. 최소한 (조주빈이) 중학생 때까지 그랬다"고 설명했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화면 캡처]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화면 캡처]

 

해당 내용이 방송되자 누리꾼들은 '보도 방향이 잘못됐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가해자 조주빈에게 '서사'를 주지 말라는 것이 요지였다. 특히 가해자의 불우한 가정환경 등을 강조하는 것은 동정론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한 누리꾼은 SNS를 통해 "우리는 가해자 조주빈의 내면이나 가정환경이 궁금하지 않다. 모든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이런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 조악한 범죄자의 내면을 드라마틱하게 묘사하지 않길 바란다"고 지적했으며, 또 다른 누리꾼 역시 "조주빈의 가해 사유를 가난과 가정환경에서 찾지 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은 'N번방 보도, 피해자 보호가 최우선이 되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지침에서 "가해자를 '짐승', '악마' 등의 표현으로 부르는 것은 가해자를 비정상적인 존재로 타자화해 예외적 사건으로 인식하게 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탄 차량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와 검찰 유치장으로 향하자 시민들이 조주빈의 강력처벌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것이 알고싶다'는 조주빈을 '괴물', '엄청난 아이' 등으로 설명하며 타자화했으며 결국 '박사의 정체'에만 몰두해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그 뒤에 숨은 가담자를 지우는 결과를 낳았다. '그것이 알고싶다'가 조주빈의 개인사를 탐구하기보다 성범죄 처벌과 피해자 구제를 위한 보도에 더욱 집중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터져나오는 이유다.

한편, 미디어오늘은 이날 방송 촬영과정에서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암호화폐 주소를 도용당한 A씨를 '박사'의 공범자로 확정해 강압적으로 취재했다고 보도했다. A씨는 제작진에게 수차례 해명했지만 제작진은 10일 이상 A씨를 범죄자로 봤고, 이런 내용의 방송 예고편을 공개했다.

A씨는 지난 25일 오후 법원에 방송금지가처분을 신청했고, 담당 PD는 'A씨를 공범자(가해자)가 아닌 암호화폐 지갑주소(은행계좌에 해당)를 도용당한 피해자로 방송 방향을 바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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