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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효진-나경복 프로배구 MVP, 반응은 엇갈렸지만 [V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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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효진-나경복 프로배구 MVP, 반응은 엇갈렸지만 [V리그]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4.10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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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양효진(31·수원 현대건설)과 나경복(26·서울 우리카드)이 2019~2020 도드람 V리그 최고 별로 우뚝 섰다. 나란히 생애 첫 정규리그 최우수선수상(MVP)의 영예를 안았지만 팬들 사이에서 이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왜일까.

양효진과 나경복은 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린 V리그 팀·개인상 전달식에서 남녀 MVP를 수상했다. 기자단 투표 30표 중 각각 24, 18표씩 얻어 경쟁자를 물리쳤다. 소속팀의 남녀부 1위를 이끈 공을 인정받았다.

양효진은 데뷔 13년 만에 처음으로 MVP를 거머쥐며 신인상을 놓쳤던 아쉬움을 달랬다. 2015~2016시즌 데뷔하며 신인상을 차지했던 나경복은 4년 만에 MVP에 오르며 현재 V리그 간판 중 한 명임을 입증했다.

양효진은 마침내 받아야 할 상을 받았다는 평가가 따르는 반면 나경복에게는 의문부호가 붙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결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양효진(오른쪽)과 나경복이 V리그 최고 남녀부 선수로 꼽혔다. [사진=KOVO 제공]

◆ 양효진, 너무나 당연했던

양효진은 각각 세터와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로 베스트7에 이름을 올린 이다영(현대건설)과 발렌티나 디우프(대전 KGC인삼공사·이상 3표)를 가볍게 따돌렸다. 

11시즌 연속 블로킹 1위(세트당 0.853개)로 ‘블로퀸’의 위엄을 뽐냈다. 미들 블로커(센터)로서 가장 많은 429점(전체 6위)을 올렸고, 공격성공률은 전체 1위(43.70%)였다. 아울러 여자부 최초로 5500점(5562점), 블로킹 성공 1200개(1천202개) 돌파 등 대기록도 세웠다.

2014~2015시즌부터 선정한 베스트7에 매년 이름을 올렸다. 최근 한국배구연맹(KOVO) 공식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관련 게시물에 김연경(엑자시바시)이 양효진을 태그하며 “매년 있노, 니 배구좀 하네”라고 반응할만했다. 올 시즌 4라운드 MVP에 선정되는 등 라운드 MVP 타이틀은 숱하게 가져갔지만 정규리그 MVP는 처음이니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양효진은 “사실 주위에서 계속 ‘네가 MVP다’라고 말했고, 그럴 때마다 ‘바람 넣지 말라’고 했다. 큰 상 욕심을 두지 않고 있다”며 “신인상을 받지 못한 게 한이 돼 이후 어떤 상이라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MVP도 어릴 때 받았다면 안주했을 지도 모르겠다. 또 욕심이 너무 지나쳐서 못했을 수도 있다. 큰 상을 기대하지 않고 하다 보니 이렇게 좋은 기회가 왔다”고 기뻐했다.

현대건설은 지난 시즌 5위에 머물렀지만 올 시즌 리그 개막 전 KOVO컵 우승을 시작으로 V리그에서도 승승장구했다. 양효진이 정상급 세터로 올라선 이다영과 팀의 연승을 이끌며 통합우승을 노렸기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인한 시즌 조기 종료가 더 아쉽다.

그는 “지난 시즌 성적이 좋지 않았다. 이번에 포스트시즌에 올라가면 후회 없이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정규리그라도 끝낼 수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동료들 중 봄 배구를 경험하지 못한 선수가 많다. 포스트시즌 경험 여부는 경기력에 크게 작용한다”며 아쉬워했다.

이어 “올 시즌 도중 인터뷰에서 ‘배구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어릴 때는 정말 앞만 보고 달려왔다. 하지만 이제 나이를 생각하면 많은 책임감이 생긴다. 이 기량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각오를 다졌다.

나경복과 양효진은 나란히 소속팀이 정규리그를 1위로 마치는데 앞장섰다. [사진=KOVO 제공]

◆ 나경복, 기록은 아쉽지만

나경복은 김학민(의정부 KB손해보험), 신영석(천안 현대캐피탈)에 이어 역대 3번째로 신인왕과 정규리그 MVP 트로피를 모두 획득한 선수가 됐다. 지난해 창단 이래 처음으로 플레이오프(PO) 무대를 밟았던 우리카드가 올해는 창단 최다연승인 10연승을 달리는 등 정규리그 우승을 노렸다. 그 중심에 나경복의 성장이 있었다. 그는 우리카드가 배출한 첫 MVP이기도 하다.

올 시즌 국내파 중 가장 많은 491점(전체 6위)을 적립했다. 공격성공률 4위(52.92%)를 비롯해 시간차공격 1위, 퀵오픈 4위, 후위공격 5위, 서브 6위 등 주요지표 전반에 걸쳐 외국인선수 못잖은 기량을 뽐냈다. 

경쟁자가 만만치 않았기에 더 값진 상이다. 비예나(인천 대한항공)는 득점 1위(786점), 공격성공률 1위(56.36%)에 오르고 퀵오픈 1위, 서브 2위, 오픈공격 3위, 후위공격 3위로 공격 지표에서 군더더기 없는 활약을 뽐냈다. 트리플크라운을 6회나 기록했고, 5라운드 종료 시점 기준으로 대한항공과 우리카드의 승점 차가 단 2에 그쳐 끝까지 우승의 향방을 알 수 없었다는 점에서 비예나도 MVP 자격이 충분했다. 

하지만 큰 경기 경험이 적은 젊은 선수들이 많은 우리카드에서 나경복이 레프트 라인의 중심을 잡아줬다는 점, 외인 라이트 펠리페가 중반까지 기복을 보일 때마다 나경복이 좌우를 가리지 않고 팀의 주공격수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나경복도 “솔직히 내가 받을 줄 몰랐다. 기록 면에서 비예나가 앞서기에 내가 받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며 “신인상 때는 솔직히 운이 너무 좋았다. 이번에도 받을 줄 몰랐는데 받게 됐다. 다음 시즌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알겠다”며 얼떨떨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지난 시즌 기복이 심했다. 하지만 올 시즌 기복이 줄어 자신감을 찾았다. 형들과 감독님, 구단 내부에서 계속 자신감을 실어줬고, 성적이나 모든 면이 좋아졌다”며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다음 시즌 꼭 정규리그 우승을 하고 싶다. 더 나아가 챔프결정전도 가고 싶다. 챔프전 우승이 꿈”이라고 덧붙였다. 

또 2018~2019시즌 부임 이후 꾸준한 신뢰를 보내준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에게 “우리카드로 오신 뒤 나를 계속 밀어주셨다. 못 하는 날에도 믿어주셔서 감사하다. 항상 감사할 뿐”이라며 고마워했다. 신 감독을 만난 뒤 나경복은 공수를 갖춘 세터의 ‘믿을맨’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나경복은 상금 500만 원을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2019~2020 도드람 V리그 팀·개인상 수상 명단
△ 정규리그 1위 = 우리카드 현대건설
△ MVP = 나경복 양효진
△ 남자부 베스트7 = 이상욱 한선수 신영석 김규민 나경복 정지석 비예나
△ 여자부 베스트7 = 임명옥 이다영 양효진 한송이 이재영 강소휘 디우프
△ 신인상 = 정성규 박현주
△ 감독상 = 신영철 이도희
△ 페어플레이상 = IBK기업은행 우리카드 현대캐피탈
△ 심판상 = 최재효(주부심) 심재일(선심)
△ 공로패 = 김도진(IBK기업은행 전 은행장) 주승호(KBSN스포츠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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