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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우리카드 나경복, 지난 2년 그리고 앞으로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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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우리카드 나경복, 지난 2년 그리고 앞으로 3년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4.28 0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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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2019~2020시즌 도드람 V리그 남자부 최우수선수(MVP) 나경복(26·서울 우리카드)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프로 데뷔 후 가장 바빴던 두 시즌을 보낸 그는 올해 남자배구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로 꼽혔다. 

나경복은 윙 스파이커(레프트) 보강을 노리는 몇몇 팀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3년 연봉 4억5000만 원, 총액 13억5000만 원에 잔류했다. 우리카드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크고 있는 그는 이제 어엿한 팀의 중심이 됐다.

현재 남자부에서 가장 바쁜 인물인 그는 우리카드에서 앞으로 더 바빠지기를 소망한다. 그가 스포츠Q(큐)와 통화 인터뷰를 통해 신영철 감독 부임 후 달라진 우리카드의 지난 2년을 돌아보고, 앞으로 그려갈 3년을 논했다.

나경복(왼쪽)은 최고의 한 해를 보냈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짙을 수밖에 없는 시즌이었다. [사진=KOVO 제공]

◆ 최고의 한해? 아쉬움 가득했던 2019~2020시즌

나경복은 지난 9일 V리그 팀·개인상 전달식에서 남자부 MVP를 거머쥐었다. 기자단 투표 30표 중 절반이 넘는 18표를 얻어 안드레스 비예나(인천 대한항공)를 눌렀다. 

김학민(의정부 KB손해보험), 신영석(천안 현대캐피탈)에 이어 3번째로 신인왕과 정규리그 MVP 트로피를 모두 획득한 선수가 됐다. 지난해 창단 이래 처음으로 플레이오프(PO)에 진출했던 우리카드는 이번에 창단 최다연승인 10연승을 달리는 등 정규리그 우승까지 노렸다. 그 중심에 나경복의 성장이 있었다. 그는 우리카드가 배출한 첫 MVP이기도 하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시즌이 5라운드 종료 시점을 기준으로 순위를 산정해 마감됐다. 우리카드는 창단 이래 처음으로 1위로 마쳤지만 ‘챔피언’ 타이틀은 얻지 못했기에 아쉬움이 짙을 수밖에 없다.

나경복은 국내파 중 가장 많은 491점(전체 6위)을 적립했다. 공격성공률 4위(52.92%)를 비롯해 시간차공격 1위, 퀵오픈 4위, 후위공격 5위, 서브 6위 등 주요지표 전반에 걸쳐 외국인선수 못잖은 기량을 뽐냈다. 공격 지표에서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비예나보다 떨어지지만 젊은 팀 우리카드에서 레프트 라인의 중심을 잡아주고, 외인 라이트 펠리페가 흔들릴 때는 오른쪽에서도 제 몫을 했다는 평가다. 

나경복은 “시즌이 끝나고 전화 인터뷰를 많이 했다. 모처럼 가족들과 시간도 보내고, 여자친구와 결혼도 준비하고 있다. 또 얼마 전부터 다시 보강 운동을 시작했다”는 근황을 전했다.

이어 “부모님이며 여자친구며 (윤)봉우 형 등 선수들이며 너무 많은 분들께서 축하해주셨다. 신영철 감독님은 ‘MVP는 쉽게 받는 상이 아니다’라며 축하해주셨다”고 했다.

수상 당시에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얼떨떨해 했던 그는 “앞으로 더 열심히 해 발전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번 시즌 내가 생각해도 확실히 기복이 줄었다. 경기 안에서도 또 세트 안에서도 기복이 있었는데 좋아졌다. 팀 전체에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지고 있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게 크다”고 복기했다.

국가대표팀에서도 아쉬움은 남는다. ‘숙적’ 이란과 도쿄 올림픽 최종예선 준결승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아쉽게 졌다. 20년 만의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경기력이 좋았던 만큼 아쉬워하는 팬들도 많다.

나경복은 “대표팀 경기가 끝나고 다들 많이 아쉬워했다. 하루 정도는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후 리그와 대표팀을 아예 분리해 생각하려 노력했다. 대표팀에서 아쉬웠기 때문에 리그에서 더 열심히 했고, 다음 기회는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돌아봤다.

신영철 감독은 나경복에게, 우리카드에 특별한 지도자다. [사진=KOVO 제공]

◆ 우리카드 그리고 나경복에게 신영철 감독이란?

“주변에서 봐도 (팀이) 달라졌다고 느끼더라. 팀 분위기도 그렇고 디테일 면에서 많은 발전이 있었다. 신영철 감독님은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길게 보신다. 우리도 잠깐씩 경기력이 처질 때가 있더라도 감독님을 믿기에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는 나경복의 말에서 신 감독과 선수단이 쌓은 신뢰를 어렴풋이 알 수 있다.

신영철 감독은 올 시즌 초반 “4, 5라운드면 소위 ‘2강’인 인천 대한항공, 현대캐피탈과 견줄 만한 팀이 될 것”이라 예고했는데, 실제로 우리카드는 점점 좋아졌다. 5라운드 대한항공에 패해 연승이 끊긴 우리카드는 6라운드 맞대결을 벼르고 있었다.

나경복은 “아직 부족한 것도 있지만 조금씩 이겨보기도 했다. 이제는 경기가 안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6라운드 대한항공전에 초점을 맞췄는데 종료돼 아쉽다. 비단 우리뿐 아니라 모든 구단이 다 그럴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그는 “(신영철) 감독님 오시고 많이 배웠다. 나와 잘 맞는 지도자라고 생각한다. 감독님께서 대외적으로는 인색해보이지만 훈련 때는 칭찬도 장난도 많이 하신다. 시즌 후반기에는 하지 말아야 할 범실이 나오면 커피를 쏘는 등 팀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며 “지난 2년 동안 생각을 많이 줄였다. 안 풀렸던 경기는 잊고, 생각을 줄여 단순하게 플레이하려 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했다.

그렇게 지난 2년간 우리카드와 자신의 성장을 돌아보며 그는 자신을 잘 따라준 후배 레프트 한성정과 황경민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우리카드의 성장, 그 중심에 단연 나경복이 있었다. [사진=KOVO 제공]

◆ 우리카드에 남은 이유, 목표는 하나

지난 시즌 정지석(대한항공)이 FA 시장을 앞두고 주목받았다면 올 시즌에는 나경복이었다. 세간의 주목은 나경복에게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동기부여도 됐지만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상당했다.

“FA는 민감한 부분이라 압박감을 느꼈다. 생각도 안하고 있는데 주위에서 말이 많아 스트레스를 받았고, 또 부담스러웠다.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해 시즌 준비를 정말 많이 했다.”

“감독님께 배울 게 많기도 하고, 다음 시즌 반드시 챔피언결정전에 오르고 싶다.”

나경복은 우리카드와 3년 더 함께하게 된 이유를 간단명료하게 설명했다. MVP는 프로 무대에서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개인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의 다음 목표는 명확하다. “챔피언결정전에 올라 우승하는 게 목표다. 그것 말고는 현재는 따로 없다”며 굳은 심지를 드러냈다.

나경복은 오는 7월 여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유부남이 된 뒤 심적으로 안정감을 찾는 선수가 많다. 나경복은 결혼을 통해 더 단단해질 수 있을까.

“다 경험해본 형들이 하는 말들이니 (결혼이)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며 “전에도 말했듯 같이 결정해야 할 문제도 혼자 해결해준 게 고마우면서도, 내가 옆에서 잘 도와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크다. 내가 (아내에게) 더 많이 노력하고 챙겨줘야 될 것 같다”며 예비 신부를 향한 복잡한 감정을 표현했다.

나경복은 지난 2년 한국 남자배구를 대표하는 레프트로 성장했다. 신영철 감독 그리고 우리카드와 함께할 앞으로 3년 동안 그가 또 어떻게 커질지 지켜보는 것은 배구 팬들의 크나큰 줄거움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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