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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골탈태 롯데자이언츠,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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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골탈태 롯데자이언츠,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유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5.11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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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개막 후 5연승. 지난해 꼴찌 롯데 자이언츠가 확 바뀌었다. 비록 무관중 경기로 진행되고 있는 프로야구지만 놀라운 변신으로 부산을 다시 야구 도시로 바꿔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

롯데는 10일 홈구장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전 4-0 완승을 거두고 개막 5연승을 달렸다. 2013년 이후 7년 만이고 단독 1위 등극은 2227일만이다.

144분의 5.3% 밖에 진행되지 않은 프로야구이기에 장담할 수 있는 건 없지만 분명한 건 롯데의 긍정적인 변화가 일고 있다는 점이다. 자연스레 기대감도 뒤따른다.

 

롯데 자이언츠가 개막 5연승을 달리며 신바람을 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승률 0.340. 팀 타율(0.250), 득점(578), OPS(0.674), 평균자책점(4.83), 사사구(617) 등 좋은 건 하나 같이 최하위, 나쁜 건 1위를 빼놓지 않았던 롯데다. 그야말로 총체적난국이었다.

그러나 롯데가 급격히 변했다. 5연승으로 키움(5승 1패), NC 다이노스(4승 1패)를 제치고 (단독 1위를 달리고 있는데, 팀 타율(0.295) 3위, 홈런(9) 1위, OPS(0.848) 2위 등 타격은 물론이고 마운드에서도 평균자책점(3.13) 1위, 사사구(11) 취하위로 완벽한 경기력을 뽐내고 있다. 지난해 1위(114)였던 실책도 단 2개만 범하며 한층 안정감을 찾았다.

성민규(38) 단장 제작 허문회(48) 감독 연출, 선수들 주연의 롯데 시네마다. 각자의 역할을 완벽히 수행해내며 한 편의 영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 시즌 말미 롯데는 돌연 성민규 단장을 선임했다. 감독은 물론이고 이대호와 동갑인 젊은 단장 선임은 파격이었다. 그러나 그의 행보는 그보다 더 놀라웠다.

야인으로 떠돌던 노경은을 데려왔고 내부 FA인 전준우와 고효준도 합리적 가격에 잡았다. 팀 마무리 손승락의 은퇴는 다소 아쉬웠지만 과거와 같이 협상 과정에서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엿볼 수 있었다.

 

롯데 자이언츠 성민규 단장(왼쪽)과 허문회 감독은 철학을 공유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팀을 운영하며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전 2루수감인 안치홍을 데려왔는데, 2+2 계약은 더욱 화제가 됐다.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계약 방식인데, 안치홍에겐 동기를 부여하고 당장 큰 금액을 쓰지 않는 효율적 방법이었다. 부족한 내야 한 자리는 유격수 딕슨 마차도가 채웠고 포수의 아쉬움은 트레이드를 통해 데려온 지성준이 메웠다.

이게 끝이 아니다. 선수들에게 타자들에겐 삼진 줄이기와 OPS(출루율+장타율) 높이기로, 투수들에겐 볼넷 줄이기 등으로 인한 공격적 피칭을 주문했고 이로 인한 인센티브 공약 등 인식 개선을 유도했는데, 그 결과가 초반 5경기 고스란히 나타났다.

장기적 관점은 선수들이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있는 요소다. 리빌딩을 목표로 내건 성민규 단장은 내년에 더 큰 그림을 그리겠다며 올 시즌은 물음표를 지우겠다고 밝혔다.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롯데의 불안하고 불확실했던 부분은 하나하나 물음표에서 느낌표로 변해가고 있다.

초보 감독 허문회의 리더십도 주목을 받고 있다. 마운드 운용에 있어 확실한 철학을 갖고 최대한 많은 투수들을 활용하면서도 성과를 냈다. 부족한 경험은 코칭스태프, 투수 파트와 소통을 통해 메웠다.

 

새 얼굴 안치홍(위)과 마차도는 달라진 롯데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강단도 있다. 롯데의 부족한 2%를 메워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은 지성준을 개막전 엔트리에서 빼버린 것이다. 지성준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의미심장한 글을 남기기도 했지만 허문회 감독은 성민규 단장과 마찬가지로 더 큰 그림을 그렸다. 자신의 선수시절 이야기를 꺼내며 “지성준이 나처럼 반쪽짜리 선수가 돼선 안 된다. 팀의 10년을 책임질 선수이기에 2군에서 더 많은 경기를 뛰어 수비 경험을 쌓는 게 낫다”며 2군으로 내려보냈다.

이러한 허문회 감독의 자질을 알아본 성민규 단장은 자신이 한 일 중 허문회 감독을 세운 게 가장 잘 한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1위 수성은 물론이고 포스트시즌 진출도 장담할 수는 없다. 당장은 12일부터 사직에서 펼쳐질 두산 베어스와 주중 3연전이 변수다. 외국인 투수 아드리안 샘슨이 개인 사정으로 미국에 다녀오며 2주 간 자가격리에 들어가 나설 수 없는 가운데 선발 매치업에서도 서준원, 박세웅, 장원삼은 라울 알칸타라, 이영하, 크리스 플렉센으로 구성된 두산 1~3선발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진다.

그러나 당장 성과가 문제는 아니다. 건설적인 철학이 공유되는 단장과 감독 아래 선수들은 확신을 갖고 경기에 나서고 플레이하고 있고 당장 성과를 강조하지 않는 야구에 아이러니하게도 어느 때보다 훌륭한 결과를 내고 있다.

철학과 이를 지키려는 감독과 프런트, 이에 대한 선수들과 소통, 장기적인 관점의 팀 운영이 어떤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바람직한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는 롯데이기에 앞으로가 더울 기대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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