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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쿠에바스 매너 대비, 잘하면 그만인 시대는 갔다 [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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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쿠에바스 매너 대비, 잘하면 그만인 시대는 갔다 [기자의 눈]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5.22 14: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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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야구엔 불문율이 있다. 대부분 선수의 안전과 존중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게 불문율의 규정을 받는 건 아니다.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행동은 불문율 외에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21일 한화 이글스와 KT 위즈가 맞붙은 수원 KT위즈파크. 9회말 등판한 한화 투수 박상원(26)의 투구 과정에서 중계카메라에 KT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30)가 잡혔다. 그는 박상원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는 동시에 오른손 검지를 입에 갖다 댔다. 조용히 하라는 뜻이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21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KT 위즈 윌리엄 쿠에바스가 박상원을 향해 조용히 하라는 사인을 보내고 있다. [사진=SBS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지난 5일 한 달여를 미뤄왔던 프로야구가 개막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여전히 무관중 경기가 진행 중이다.

관중이 사라진 야구장에선 이색적인 장면들이 많이 목격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선수들의 목소리다. 더그아웃에서 파이팅을 외치는 소리, 야수들끼리 콜 플레이를 하는 소리 등이 과거와 달리 생생하게 전해진다.

박상원은 그 가운데 화제를 모았다. 공을 던질 때마다 거세게 외치는 기합 소리 때문. 지난 17일 타자가 타이밍을 잡는데 방해가 될수도 있다고 판단한 허문회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심판에게 어필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기 진행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롯데 더그아웃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들렸다. 박세웅은 “고라니 화났다”, “울어 울어” 등 박상원을 비하하는 표현이 쏟아졌다. 이는 야구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며 박세웅은 도마에 올랐다.

 

한용덕 한화 이글스 감독(왼쪽)이 쿠에바스의 행동에 분개하며 그라운드로 뛰쳐 나와 항의를 하고 있다. [사진=SBS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21일 상황도 비슷했다. 한용덕 감독은 불편함을 감추지 못했다. 3루 더그아웃에서 뛰쳐나와 KT 벤치 쪽을 가리키며 심판에게 항의했다. 투구를 방해하는 동작이라는 것. 이후 쿠에바스는 입을 다물었다.

박상원의 기합 소리는 관중이 있을 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던 부분이다. 있는 힘을 다해 던지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기합이 튀어나오는 것이다. 관중이 없이 경기를 한다고 이를 제재하긴 어려운 점이 있다.

다만 박세웅과 쿠에바스의 경우는 다르다. 쉽게 말하자면 관중이 있어서 감춰졌던 부분이 이제야 수면 위로 떠오른 셈이다. 언제든 정당화될 수 없는 행위지만 그동안은 관중 덕에 들키지 않았을 뿐이다.

이와 대비되는 일이 있었다. 지난 19일 NC 다이노스 외국인 투수 마이크 라이트는 상대 타자 박세혁에게 몸에 맞는 공을 던졌다. 라이트는 즉각 모자를 벗어 박세혁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여 고의가 아니었음을 표했다.

 

쿠에바스의 지적 이후 박상원(오른쪽)이 돌연 투구를 멈추자 최재훈이 마운드에 방문에 다독이고 있다. [사진=SBS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KBO리그에선 흔한 일이지만 외국인 선수가 목례까지 하는 건 흔한 일은 아니다. 경기를 중계하던 에두아르도 페레스 미국 스포츠매체 ESPN 해설위원은 이 장면에 깊은 인상을 받고 마음에 드는 장면이라고 표현했다.

다음날 적장인 김태형 두산 감독은 “보기 좋은 것 같다”고 했는데, 이동욱 NC 감독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한국 문화와 예절 등에 대해 교육을 했는데, 라이트는 특히 굉장히 오픈 마인드로 이를 받아들였다”며 “문화를 존중하는 자세로 언어적으로도 적극적으로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까지 따지지 않더라도 상대 선수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부분이다. 쿠에바스는 박상원의 행동을 조롱하듯 웃으며 넘지 말아야 할 선까지 넘어섰다. 관중이 있었을 땐 얼마나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행동을 했을까로 생각은 옮겨진다.

아무리 프로라고 해도 기량만 뛰어나서 인정을 받는 시대는 지났다. 중계기술 발전 등으로 웬만한 장면은 포착이 된다. 걸리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 선수에 대한 존중을 더 키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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