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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FC, 14년 벼른 제주전 '비록 무관중일지언정' [SQ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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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FC, 14년 벼른 제주전 '비록 무관중일지언정' [SQ현장]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5.26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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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부천FC1995.

부천을 연고로 하는 K리그2(프로축구 2부) 소속 구단의 정식 명칭이다. 1995는 부천 SK의 전신인 유공 코끼리 팬들이 응원을 위해 최초로 뭉친 해 1995년을 뜻한다. 현재는 ‘헤르메스’로 발전한 부천 서포터즈는 2006년 2월 2일 돌연 팀이 제주로 연고를 옮긴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과 마주했고, 그 후 14년이 흘렀다. 

부천이 26일 오후 7시 경기도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제주 유나이티드와 2020 하나원큐 K리그2 4라운드 홈경기에 나섰다. 양 팀 간 사상 첫 맞대결로 비단 K리그1(1부)에서 강호로 꼽혔던 팀이 강등돼 성사된 매치업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부천 팬들은 무려 5228일 동안 제주와 만남을 벼르고 있었다. 제주가 강등된 시점부터 부천-제주 격돌은 한국 프로축구사에 역사적인 날이라는 평가가 따랐다. 무관중 경기라는 게 애석하다는 반응도 쏟아졌다.

부천FC1995가 마침내 제주 유나이티드와 만났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2006년 2월 부천 SK가 돌연 부천을 떠나 제주를 새 연고지로 하는 제주 유나이티드로 다시 태어났고, 지금의 부천FC는 하루아침에 팀을 뺏긴 헤르메스와 부천 시민들의 염원이 담긴 시민구단이다. 2017년 12월 헤르메스는 천신만고 끝에 부천과 연고지 협약을 맺고 구단을 창단하기에 이르렀다. K3에서 시작한 그들은 2013년 K리그2에 입성하며 프로구단이 됐다.

제주는 2010년대 후반 승승장구했다. 2016시즌 K리그1 3위에 오르고 2017시즌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꾸준히 상위권에 머물렀다. 그 사이 부천은 계속 K리그2에 있었으니 양 팀의 경기는 좀처럼 성사되기 어려웠다.

하지만 현재는 양 팀 격차가 그 어느 때보다 좁혀졌다. 2016년 처음으로 대한축구협회(FA)컵 4강에 올랐던 부천은 지난해 처음으로 준플레이오프(PO)에 진출하며 승격까지 노크했다. 같은 해 제주가 K리그1 최하위로 강등 됐으니 마침내 K리그2에서 양 팀이 자웅을 겨룰 순간을 맞이했다.

공교롭게 올 시즌 초반 기세 역시 부천이 더 좋다. 부천은 3연승으로 단독 선두를 달린 반면 ‘승격청부사’ 남기일 감독을 위시한 우승후보 제주는 1무 2패로 고전했다.

무관중경기였지만 경기장 곳곳에서 부천 선수단과 팬들의 결연한 각오를 엿볼 수 있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송선호 부천 감독은 3라운드 안산 그리너스전에서 승리한 뒤 “부천 시민들이 기다려왔던 경기다. 제주전에 집중하겠다”며 필승을 다짐했고 김영남, 조범석 등도 공식 SNS를 통해 결연한 각오를 드러냈다.

부천은 경기에 앞서 ‘2006 0202/절대 잊지 않을 그날/같은 자리 같은 공간/부천 축구는 계속된다’는 문구를 강조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속 경기장을 찾을 수 없는 팬들은 ‘저들이 떠나고 만난 진정한 부천FC/당신들만이 우리의 영웅입니다’, ‘5228일 동안 지켜온 우리의 긍지/새롭게 새겨지는 우리의 역사’라는 걸개를 내걸고 선수들을 독려했다.

관중석은 비었을지언정 장내는 미리 녹음해둔 헤르메스의 쩌렁쩌렁한 응원 소리로 가득 채워졌다.

특히 ‘WELCOME TO THE HELL’이라는 현수막 문구는 부천 팬들과 시민들이 지난 14년 동안 가슴 속에 품고 있던 감정을 집약한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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