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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찬규의 각성, 흔들리는 LG선발진 하드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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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찬규의 각성, 흔들리는 LG선발진 하드캐리
  • 이성제 명예기자
  • 승인 2020.05.27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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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이성제 명예기자] 2019시즌 여름, LG트윈스 투수 임찬규는 특별한 공약 하나를 내놓았다. 남은 시즌 동안 직구 구속이 145km에 도달할 경우 자신의 연봉을 최일언 투수코치에게 선물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구속 회복에 각별히 신경 쓰며 노력했던 임찬규가 오히려 최일언 코치에게 큰 선물이 될지도 모르겠다.

2011년 1차 지명으로 LG에 입단한 신인 임찬규는 ‘당찬규’라는 별명답게 씩씩한 피칭으로 9승과 7개 세이브를 올리며 LG 마운드 희망으로 떠올랐다. 특히 최고 구속 150km에 이르는 직구를 과감하게 타자들 몸 쪽에 꽃아 넣으며 LG팬들을 설레게 했다. 하지만 팔꿈치 수술 여파로 구속을 잃어버리며 기교파 투수로 변신했다.

24일 KT전에서 역투하고 있는 LG 선발 임찬규 [사진=AP/뉴시스]
임찬규의  역투 장면. [사진 = 뉴시스]

휘문고 시절부터 공에 대한 감각이 남달랐던 임찬규는 리그 상위권 구종가치를 보이는 커브와 체인지업 등으로 타자들을 상대했다. 제구력 불안으로 인한 볼넷 허용이 많은 와중에도 두드러지게 나타난 삼진 비율은 임찬규의 변화구들이 얼마나 위력적이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130km 대 후반에서 140km 대 초반의 직구는 임찬규가 던지는 변화구들의 효과를 감소시켰다. 때문에 임찬규는 직구 스피드 회복에 주안점을 두고 훈련해왔다.

임찬규는 매 시즌 LG 성적을 좌우할 ‘키맨’으로 꼽히며 선발진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아쉬운 모습의 연속이었다. 개인 최다승인 11승과 함께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에도 승선하며 좋은 시즌을 보냈던 2018년에도 임찬규의 세부지표는 좋지 못했다. 11승에도 불구하고 0.41에 불과한 war(Wins Above Replacement)과 1.65라는 높은 whip (Walks Plus Hits Divided by Innings Pitched)를 기록했다.

2019년에는 시즌 초반부터 부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서 이탈하며 중간과 선발을 오가는 시즌을 보냈고 2018년에 비해 60이닝 가까이 덜 던졌지만 허용한 볼넷 개수는 비슷했다.

그러나 LG 류중일 감독은 임찬규에게 신뢰를 보내며 2020시즌을 앞두고 4선발 자리를 맡아주길 기대했다. 일본 오키나와와 잠실에서 열렸던 연습경기, 자체 청백전 등에서 꾸준히 선발 등판 기회를 받으며 마운드에 오른 임찬규는 등판 시마다 난타당하며 걱정을 키워갔다.

결국 베테랑 송은범에게 4선발 자리를 넘겨주었고 선발투수로 전업한 정찬헌, 신인 김윤식, 이민호 등에게 5선발 자리를 위협받는 처지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찬규는 자신만의 ‘피칭 디자인’을 그려 나갔다. 전력 분석팀과 함께 트랙맨(투구나 타구의 궤도를 측정하는 기기), 랩소도(3D 트래킹 시스템) 등 시스템들을 활용하며 피칭 내용을 분석했다.

먼저 직구와 체인지업의 릴리스 포인트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고 ‘피칭 터널’을 이루는데 집중했다. 또한 주무기인 커브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방법도 연구했다.

LG 투수 임찬규의 투구 모습 [사진=AP/연합뉴스]
LG 투수 임찬규의 투구 모습 [사진=AP/연합뉴스]

전력분석의 효과였을까? 

임찬규는 부진했던 연습경기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정규시즌을 보내고 있다. 주력했던 ‘피칭 터널’이 어느 정도 타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고 그동안 크게 재미를 보지 못했던 슬라이더 또한 먹혀들고 있다. 현재 3경기에 선발 등판한 임찬규는 18이닝을 소화하며 평균 6이닝을 투구 중이다. 5이닝 정도를 소화하는데 급급했던 이전과 달리 이닝이터 역할까지 해낸다. 특히 단 2개의 사사구 허용은 가장 큰 변화다. 사사구를 남발하며 누상에 주자들을 쌓고 한 방으로 대량 실점을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올 시즌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투구 수가 줄어드는 효과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리그 3위에 해당하는 2.44의 FIP(수비무관평균자책점)과 1.11에 불과한 whip(이닝당 안타+볼넷 허용률)등 세부기록 역시 임찬규의 발전을 대변한다. 여기에 임찬규 특유의 빠른 투구 패턴은 야수들의 수비 시간도 줄이며 타석에서 더욱 집중하게 만든다. 실제로 임찬규가 등판한 3경기에서 LG 타선은 모두 대량 득점에 성공했으며 승리를 따냈다.

지난 24일 KT와 경기에서 임찬규는 또 한 가지 긍정적인 요소를 만들었다. 이 날 최고 구속이 146km까지 나온 것. 아직 시즌이 초반임을 감안하면 날씨가 더워졌을 때 임찬규 구속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늘어난 직구 구속과 함께 변화구 역시 보다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시즌 전 상수로 평가받던 LG 선발진은 외국인 원투펀치 윌슨과 켈리가 자가 격리 여파로 아직 제 구위를 찾지 못하고 있고 ‘토종 에이스’ 차우찬도 들쭉날쭉한 피칭을 보이고 있다. 정찬헌과 신인 이민호가 분전하고 있지만 선발투수 평균자책점이 리그 최하위에 처져 있다. LG는 연이은 호투로 ‘실질적인 1선발’ 활약을 보이고 있는 임찬규가 반가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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