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웅의 밴드포커스’와 함께 연재됐던 ‘인디음악 전문 인터뷰’ 박영웅 기자의 인디레이블탐방이 돌아왔습니다. 수년간 인디신 전문 취재를 통해 다져진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인디뮤지션들의 심층적인 인터뷰를 다룰 계획입니다. 뮤지션과 함께하는 음악 리뷰와 여러 이야기를 통해 국내 밴드 음악을 편하게 이해하며 즐기시길 바랍니다. <편집자 주>
[스포츠Q(큐) 박영웅 기자] '인디신의 여왕'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싱어송라이터 오지은이 2020년 두 장의 싱글 앨범을 발매하며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인디신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기둥이자 조상 격인 오지은 컴백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팬들 역시 공백을 깨고 나온 그의 컴백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스포츠Q는 오지은을 직접 만나 그의 컴백 이야기를 듣고 그의 변화된 음악 세계를 들여다봤다.
◆ 리얼 인디 오지은의 음악사
오지은은 지난 2007년 1집 앨범 '지은'으로 공식 데뷔했다. 그는 첫 음반을 발매할 때부터 남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여줬다. 첫 음반 발매 당시 들어가는 비용을 앨범 선주문 판매 형식의 방식을 활용해 팬들 모금을 통해 충당했다. 우여곡절 끝에 발매한 이 앨범은 높은 완성도는 물론이고 오지은만의 색깔을 완벽하게 표현하면서 인디신 내에서만큼은 대박 신화를 만들어 냈다. 오지은이라는 뮤지션이 '홍대 인디신 여왕'이라는 타이틀을 달 수 있게끔 하는데 큰 원동력이 됐다. 당시 오지은의 이 같은 행보는 '인디'라는 타이틀을 달았지만 정작 잘 갖춰진 레이블 시스템에서 활동하던 수많은 뮤지션과 관계자들에게는 정말 놀라운 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오지은은 정규 2집부터 해피로봇레코드 소속 뮤지션이 됐지만, 그의 시작만큼은 리얼 인디뮤지션으로서의 행보였다. 이런 데뷔 스토리 때문에 많은 인디신 후배뮤지션들은 그를 따르고 존경하고 있다.
"지난 2005년부터 클럽 공연을 통해 활동하다가 2007년 1집을 발매하게 됐습니다. 당시 앨범 발매에 들어갈 돈을 직접 모금 해 앨범을 내게 됐죠. 이런 행보에 '제대로 된 뮤지션이라면 레이블로 가야지 않겠느냐, 넌 별거 다 하고 산다'는 등 그 당시 뮤지션들에게 좋은 소리를 못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 의지대로 갔고 제 음악을 발매하는 것에만 집중했습니다. 다행히 많은 분이 앨범을 사랑해 주면서 성과, 경험 등 정말 여러 가지 좋은 것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를 생각하면 팬 여러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려요."
◆ 싱어송라이터 오지은의 공백기 그리고 복귀
오지은 음악 역사를 대표하는 작품들이라면 단연 3장의 정규앨범을 꼽을 수 있다. 오지은이 2007년부터 2013년까지 발매한 3장의 정규 앨범은 록 장르가 인디신을 지배하던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이자 그 시대 최고 수준의 록 장르가 무엇인지를 맛볼 수 있는 교과서와 같은 앨범이다. 오지은은 3장 앨범을 통해 대한민국 밴드신 역사에 족적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런 성공 뒤에 그의 행보는 예상과 달랐다. 2013년 이후 수년간 공식적인 솔로 활동을 볼 수 없었다. 2017년부터 베스트앨범 형식의 음원 발매는 있었지만 기다렸던 정규앨범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갑작스러운 공백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직접 들어봤다.
"해피로봇에서 활동을 하면서 2009년에 2집을 냈고 2010년에는 오지은과 늑대들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2013년에 3집을 내고 나니까 소진된 기분이 들더라고요. 1집, 2집, 3집으로 내가 말하려고 했던 '사랑은 고작 이런 거였다'는 이야기는 다 한 상황에서 더는 하고 싶은 것이 없었죠.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다 한 것 같은데, 이런 상황에서 계속 만들어 봤자 재탕이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책을 썼습니다. 2015년 '익숙한 새벽 3시'라는 책을 냈어요. 그것은 노래로 못했던 이야기, 달의 뒷면 같은 곳을 글로 풀어냈습니다. 대단하고 커다란 마음 말고 작고 하찮은 것도 마음인데 이런 감정을 글로 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2016년 오지은 서영호 프로젝트 '작은 마음'이라는 앨범을 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제가 아예 활동을 안 하고 쉬기만 한 것은 아니었어요. (웃음) 공식적인 프로모션이나 활동이 아니고 3집 내고 4집을 오랜 시간 내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인상을 준 것 같습니다."
◆ '정규 4집의 서막' 2020년 오지은 그가 돌아온 이유
싱어송라이터 오지은의 이런 음악적 공백기는 올해로 끝이 나는 모양새다. 지난 2019년 5월 싱글 'NONE'을 시작으로 올해 1월 OST 앨범 '지나가요' 그리고 4월과 5월 싱글 '룸비니'와 '물고기'를 연속 발매했다. 오지은 음악을 기다려온 마니아들과 팬들에게는 더없이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필자 역시 오지은의 새 앨범 발매와 동시에 인터뷰를 요청했을 만큼 그의 음악이 그리웠다. 그렇다면 오지은이 올해 두 장의 싱글앨범을 연속적으로 발매를 한 이유는 무엇일까?
"초기 앨범들의 성공 이후 항상 고민했던 것이 뮤지션으로서 창작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끝이고 나도 언제 간 끝날지 모른다는 것이었어요. 그때는 무섭더라고요."
"예전에는 멜로디가 샘솟고 자다가 벌떡 일어나 곡을 쓰고 카페에서 냅킨에 가사를 썼을 정도였죠. 그런데 나이를 먹으니 이런 것은 운이 좋았던 일시적인 시기고 지금은 어떻게 꾸준한 창작자가 될 수 있느냐, 곡을 만들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죠. 윤종신 선배 같은 분들의 음악을 대하는 자세가 존경스러워요. 그래서 저도 음악을 계속하기 위해 꾸준히 자신과 싸워오면서 스스로 힘을 얻게 됐고 이번에 싱글 앨범 발매까지 이어진 것 같습니다. 특히 이번 두 싱글을 작업하는데 무려 6개월의 시간이 걸렸죠. 그만큼 만족스럽고 대중들에게 들려드려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올해 싱글앨범을 내놓은 것 같아요."
◆ 업그레이드된 오지은 음악 세계 '룸비니', '물고기' 리뷰
4월과 5월 내놓은 싱글 '룸비니'와 '물고기'는 전혀 상반된 스타일을 담은 작품들이다. 우선 '룸비니'의 경우 10여 년 전 발매된 아마추어 증폭기의 곡을 커버한 작품이다. 원곡은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잔잔하게 흘러가는 노래였다. 하지만 오지은은 끈적한 기타 사운드와 귀에 꽂히는 드럼 비트를 활용해 자신만의 스타일로 곡을 재해석해냈다. 예전 오지은의 초창기 록 감성을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는 곡인만큼 팬들에게는 큰 선물이 될 만한 작품이다.
"이 곡이 처음 나온 것이 2010~2011년쯤이었는데. 그 당시 인디신에서 큰 화제가 됐었어요. 아마추어 증폭기만이 가진 아름다움이 있는 곳이죠. 특히 어쿠스틱 기타로 읊조리는 곳인데 제 스타일로 커버를 했어요. 커버하고선 지난해 공연을 하면서 공개했는데 반응이 뜨거웠고 음원으로 내달라는 요청이 많아져서 할 수 있을 때 해보자는 마음으로 싱글 발매를 하게 됐습니다. 커버하면서 저는 '아무도 없는 골목에 둘이서 걷는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 초반 특이한 드럼 비트 등 여러 부분에서 신경을 정말 많이 쓰면서 작업을 했습니다. 이렇게 신경을 많이 쓴 곡이었는데 팬 여러분들이 후기를 통해 '여름밤에 뛰어나와서 정처 없이 뛰고 싶은 기분'이라는 후기를 남겨 줬을 때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앞서 제가 'NONE'을 발매했을 때 이제 오지은 스타일도 바뀌는 것인가 주변에서 말이 많았어요. 그래서 뭔가 화끈한 것을 하고 싶었죠. 또한, 네가 정적인 것을 할 줄 알았다는 그런 시선에 발끈한 것도 있었고요. 그래서 룸비니를 90년대의 (록) 감성에 2020년대의 사운드를 입힌 곡으로 작업한 것 같아요."
'물고기'는 오지은이 2013년 5월 발매한 3집 수록곡으로 정확히 7년 만에 새로운 스타일로 업그레이드돼 다시 세상에 나오게 됐다. 3집 수록곡 당시에는 못의 이이언과 듀엣으로 부른 노래로 기타는 신윤철이 맡았다. 하지만 2020 버전에서는 인디신의 떠오르는 뮤지션 안다영이 오지은과 함께 노래를 불렀고 건반 역시 안다영이, 기타는 김하람이 참여했다. 안다영과 김하람은 90년대 생들로 현재 인디신 음악 트렌드를 주도하는 실용음악과 세대들이다. 이 때문에 2020버전 '물고기'는 현 인디신 음악의 중심 장르인 인디 팝을 이끄는 세대들과 2000년대 중반 이후 인디신 중흥기를 대표하는 음악가 오지은이 만나 앨범을 완성했다는 부분에서 큰 의미를 둘 수 있는 작품이다. 독창성과 기술의 만남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이 때문에 리스너들은 보다 기술적으로 완성되고 최신 트랜드의 사운드를 입힌 오지은만의 새로운 팝 감성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영화 보면 고수들은 몸을 많이 움직이지 않으면서 싸워 이기는 장면이 많잖아요. 2020 버전 '물고기'도 격한 감정표현을 일부러 하지 않아도 듣는 사람이 격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이 목표였던 곡입니다. 특히 '룸비니'도 마찬가지지만 이번에 물고기는 90년대 생들, 젊은 피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너무 만족스러운 곡이 나왔어요. 개인적으로는 90년대 생들의 작업은 전반적인 흐름을 잘 잡고 넓은 의미의 소리를 잘 맞추고 이해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호흡이 너무 잘 맞았습니다. 밸런스가 이미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제가 신경 쓸 부분이 따로 없었습니다. 정말 즐겁고 만족스러운 작업이었고 곡에 대한 만족도도 높습니다."
◆ 정규 4집의 방향성을 제시한 'NONE'
이번 싱글 앨범 발매를 시작으로 앞으로 4집 정규앨범은 언제쯤 나올지도 궁금했다.
"아마 내년에는 정규 4집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직 작업 초기 단계고 올해는 또 작업하는 책도 있어요. 올해는 당분간 집필에 전념할 예정입니다."
오지은에게 4집 정규앨범 발매 시기를 물으면서 대략적인 음악 스타일과 방향성에 대한 질문도 덧붙였다. 오지은의 대답은 의외였다. 지난해 내놓은 'NONE'이 4집 정규앨범의 방향성에 더욱더 가깝다는 답을 줬다.
참고로 'NONE'은 오지은이 긴 공백기를 깨고 내놓은 싱글앨범으로 이전보다 강렬한 느낌은 덜하지만, 더 깊어진 감성과 세련된 사운드가 돋보이는 팝 장르의 작품이다.
"앞으로 발매할 4집 정규앨범의 방향성을 제시한 곡을 말한다면 지난해 발매한 'NONE'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이 곡 같은 경우는 하고 싶은 말이 떠올라야 음악 작업이 되는데 전혀 그런 것이 떠오르지 않았고 황망한 상태에서 쓴 노래입니다. 제 나름의 도전이었죠. 그래서 제목 역시 'NONE'이에요. 'NONE'이 바로 이런 느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담아낸 거죠. 아까 제가 꾸준한 창작자가 될 수 있느냐, 꾸준히 곡을 만들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했는데 이런 마음속에서 만든 곡이 비로 'NONE' 입니다. 다만 'NONE' 같은 스타일의 노래로 한 앨범을 다 채울 생각은 없습니다. 아직 4집 작업 초기 단계이니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 인디신 여성 록 뮤지션의 대들보 오지은
오지은 음악하면 빼놓을 수 없는 장르가 바로 록이다. 오지은이 활동 초기 들려주던 하드한 록 장르의 곡들은 지금도 평론가와 팬들 사이에서 최고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완성도 높은 록 음악을 통해 오지은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인디신을 대표하는 여성 록 뮤지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물었다. 정통 록 음악 장르가 쇠락기에 접어든 현재 인디음악신의 상황을 보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그리고 록 장르의 전성기가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
"(록 장르가) 현재의 음악 트렌드가 아닌 것은 맞다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하는 록 음악은 '뜨거운 음악'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적어지고 있는 것은 트렌드 때문인 것 같고요. 한때 주목을 받으면 시간이 지나서 무시당할 수도 있죠. 그러나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뚝심 있게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봅니다. 최대한의 나를 보여주면서 계속 간다면 언젠가는 록 사운드가 중심이 되는 시간이 다시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60대에 오면 섭섭할 것 같아요. 조금 더 일찍 이 시간이 오길 바랍니다."
◆ 오지은의 앞으로 활동 계획
오지은은 오는 5월 31일 오후 3시와 7시에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살롱 문보우에서 쇼케이스를 가질 예정이다.
"이번 쇼케이스에서 지난해 발매된 싱글 'NONE'부터 '지나가요', '룸미닛', '물고기'를 다 부를 예정입니다. 오셔서 즐겁게 즐겨주세요."
◆ 팬들에게 한마디
"팬 여러분들 버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10년 넘게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고 같이 나이를 먹는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10대 팬들이 생기면 항상 반갑습니다. 10대에게 가장 음악이 필요한 나이인데 제 음악이 도움이 되길 앞으로도 바랍니다."
◆오지은 소개
서울 출신, 고려대학교 서양어문학. 강렬한 록 사운드를 사랑하는 여성 뮤지션으로 10대 때부터 밴드를 시작했다. 20대 초반에 일본 유학을 다녀온 뒤 본격적인 프로 뮤지션으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배우자는 뮤지션 스윗소로우 출신 성진환이다. 오지은은 성진환에 대해 남편이자 좋은 엔지니어이자 마음에 의지가 되는 동료뮤지션이라고 한다.
◆기자가 본 오지은
오지은이 대화 도중 음악 후배들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남들은 남의 취미에 돈을 내는 것을 싫어한다. 비틀스 CD와 내 CD가 값이 비슷한데 과연 이 앨범이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를 생각해야 한다.' 오지은의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그가 왜 인디신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를 달았는지 한꺼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의식 있는 여성이자 감성 있는 음악을 추구하는 뮤지션 그가 바로 오지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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