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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위즈 배제성, '천번을 흔들려야 에이스가 된다'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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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위즈 배제성, '천번을 흔들려야 에이스가 된다' [SQ포커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5.3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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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배)제성이에겐 이젠 (멘탈이 무너질 것 같은) 불안감은 없다.”

새로운 에이스가 된 배제성(24)에 대한 이강철 KT 위즈 감독의 평가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러한 생각은 5경기 만에 깨졌다.

배제성은 31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프로야구)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 5이닝 동안 111구를 던지며 7피안타(1피홈런) 4볼넷 6탈삼진 7실점(6자책)했다.

 

KT 위즈 배제성이 31일 키움 히어로즈와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프로야구)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 5이닝 7실점하고도 승리를 따냈다. [사진=KT 위즈 제공]

 

늘 잘할 수만은 없지만 그 과정은 다소 아쉬웠다. 바꿔 생각하면 여전히 성장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기도 하다.

2015년 롯데 입단 후 2군에서만 머물던 배제성은 2017년 KT로 트레이드되며 기회를 늘려갔다.

지난해는 10승(3.76)을 따내며 가능성을 보였고 올 시즌 4경기 25⅓이닝 1승 1패 ERA 1.07로 급성장했다. 여전히 투피치 위주의 투구를 펼치고는 있지만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스프링캠프에서 코칭스태프의 칭찬 세례를 받을만큼 뛰어난 훈련 태도와 집중력을 보였고 치열한 분석의 결과로 슬라이더 비율을 크게 늘린 게 성공 비결이 됐다.

배제성과 NC 다이노스 구창모(23), 삼성 라이온즈 최채흥, 한화 이글스 김민우(이상 25) 등 올 시즌 최근 젊은 투수들의 급반등이 두드러진다. 경기 전 이강철 감독은 “잘 못 크는 선수를 보면 팀 환경도 영향이 있다. 우리나 키움도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많이 줄 수 있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모두 기회를 살리는 건 아니다. 이 감독은 “잘 던져줘야 한다. 기회를 줘도 못크는 선수도 있다”며 성공의 핵심 열쇠로 “결정구가 있는지와 또 마운드에서 멘탈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강철 감독의 믿음과 달리 불안감을 노출하기도 했지만 결국 5회를 지켜낸 배제성은 행운의 승리를 얻었다. [사진=KT 위즈 제공]

 

배제성을 바라보는 인식이 담겨 있는 발언. “제성이도 안 된다고 했는데 작년에 많이 극복했다. (무너질 것 같다는) 불안감 같은 게 안 든다”고 두터운 신뢰를 나타냈다.

평균자책점(ERA)만큼 안정감이 큰 유형은 아니었다. ERA 1,2위 구창모(0.62)와 에릭 요키시(0.92)는 차치하더라도 배제성보다 못한 4위 팀 동료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1.69), 최채흥(1.88)과 비교해도 잘 나타난다. 이닝당 출루허용(WHIP)이 1.30으로 이 부문 20위였는데, 데스파이네(0.94)와 최채흥(1.04)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피안타율(0.263)도 마찬가지로 19위.

위기에서 강했다. 득점권 피안타율은 0.059로 모든 부문에서 압도적인 구창모(0.083)보다도 앞섰다. 불안한 상황 속 지켜보던 이강철 감독에게 두둑한 신뢰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위기가 잦으면 언젠간 무너지기 마련. 경기 초반 타선 폭발로 8-0 리드를 잡고도 배제성은 돌연 흔들렸다. 3회말 실책으로 선두 타자를 내보낸 뒤 3연속 안타로 2실점했다. 박병호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12경기 연속 안타행진을 이어간 이지영에겐 병살타를 유도하며 불을 껐지만 위기는 이어졌다.

4회에도 이택근과 허정협에게 연속 볼넷을 내줬고 전병우에게 담장을 맞는 2루타를 내주고 실점을 하나 더 늘렸다. 박준태의 희생플라이로 또 한 점, 김하성의 스리런포를 맞고 실점은 7까지 불어났다.

그럼에도 이강철 감독은 배제성의 공을 빼앗지 않았다. 그는 4타자를 더 상대하고서야 이닝을 마친 배제성은 5회는 깔끔하게 끝내고 승리 요건을 갖춘 채 6회부터 마운드에서 물러났다.

 

배제성(오른쪽)에게 전폭적 신뢰를 보이고 있는 이강철 감독. [사진=KT 위즈 제공]

 

4회를 마쳤을 때 투구수가 이미 95개에 달했지만 111구까지 던지며 5회를 마친 뒤에야 불펜 투수를 올려 보냈다. 시즌 초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는 투수의 기를 살려주는 한편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경기에선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를 시험해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강철 감독은 현역 시절 10년 연속 두자릿수 승수를 챙긴 프로야구의 전설이다. 임팩트에서 그를 앞선 이는 여럿 꼽을 수 있지만 이름 그대로 강철처럼 단단하게 10년을 버틴 꾸준함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젊은 투수의 성장을 지켜보는 감독으로서, 또 선배로서 배제성이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로서 성장토록 애정을 쏟아 붓고 있는 이 감독이다. 류현진과 김광현, 양현종도 늘 잘 던진 건 아니다. 중요한 건 흔들릴 때나 지는 경기를 통해서도 얼마나 배우고 발전하는지다.

이날도 결국 5이닝을 버텨냈고 이후 불펜 호투와 타선의 활약 속에 승리를 챙긴 배제성이다. 스스로는 다소 부끄러운 승리일 수 있으나 팀으로보면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똑같이 소중한 1승이다.

이강철 감독은 경기 후 “배제성이 어려움을 겪었지만 5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승리를 챙긴 게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다소 주춤했지만 한참 앞서 그 길을 걸었던 이강철 감독의 가르침 속에 배제성은 진정한 에이스로 거듭나기 위해 또 한걸음을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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