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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수 FC서울 감독이 보여주는 '말의 힘' [SQ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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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수 FC서울 감독이 보여주는 '말의 힘' [SQ초점]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6.09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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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최용수(47) FC서울 감독은 K리그(프로축구) 그리고 2002 한일 월드컵 세대를 아울러 가장 구수하고 매력적인 화법을 소유한 인물로 통한다. 그는 감독으로서 또 해설위원으로서 말이 가진 힘을 보여주는 어록을 여러 차례 남겼다.

FC서울은 지난 6일 '안방'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1부) 디펜딩챔프 전북 현대와 이른바 ‘전설매치’에서 1-4 완패하며 시즌 첫 연패에 빠졌다. 최용수 감독은 선수들의 잘못을 지적하기보다 패배를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며 기운을 북돋웠다.

최 감독은 “전반에는 나쁘지 않은 흐름을 이어가며 상대 빌드업에 잘 대비했지만 문제는 후반이었다. 후반 이른 시간 실점으로 균형이 무너졌다. 양 측면을 상대에게 너무 내주지 않았나싶다”고 복기했다.

최용수 FC서울 감독이 지난 6일 전북 현대전 완패를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최용수 감독은 이어 “선수들이 버거워했다. 패배의 책임은 내가 다 안고 갈 것이다. 축구 인생은 이기고 지는 게 반복되는 것이니 선수들은 절대 고개 숙여선 안 된다. 내가 부족했다. 대구FC전 등 타이트한 일정이 기다린다. 잘 준비해 승점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줬다.

또 “선수 개개인적으로 이런 패배를 절대 잊어선 안 된다. 왜 이런 상황이 나왔는지 선수들과 이야기 나누고 훈련해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18년 서울은 시즌 내내 부진에 허덕였고, 결국 강등권에 몰렸다. 그해 10월 최용수 감독이 다시 친정팀 지휘봉을 잡았고, 극적으로 팀을 잔류시켰다. 승강 플레이오프(PO)에서 승리한 뒤 그는 “모든 축구인이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구단도 설마 이렇게 될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선수들은 한 점 한 점의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 내부적으로도 많은 문제점을 봤다. (예전의) 위용을 찾기 위해선 소통, 책임감, 선수 구성 등에서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일갈했다.

지난 시즌에는 이렇다 할 빅네임 영입 없이도 초반 선두 경쟁을 벌였고, 최종 3위로 마감했다. 지난해 내내 그는 “서울의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 좋은 경기력으로 발걸음이 끊긴 팬들을 다시 경기장으로 불러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당장 우승을 다투진 못하더라도 젊은 선수들의 성장세를 치켜세우며 멀리 내다봤던 그다.

최용수 감독은 서울에 다시 부임한 2018년 10월 이후 꾸준히 팀의 점진적인 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날 전북전 무기력한 패배에 어린 선수들에게 고개 숙이지 말라고 당부해 인상적이다. 실제로 선발 명단 11명 중 조영욱(21), 한찬희(23), 김진야(22), 황현수(25), 김주성(21) 등 5명이 20대 초중반 어린 선수들이었고, 벤치에도 강상희, 차오연(이상 22), 양유민(21) 등 신인 트리오가 자리했다.

조영욱과 투톱으로 짝을 이뤘던 아드리아노는 부진했고, 전반을 모두 마치지 못한 채 교체됐다. 이에 대해선 “훈련 때 열심히 해줬고, 장점을 잘 보여주지 않을까 생각했다. (교체가) 급하지 않았나 생각도 들기도 했다”면서도 “플레이스타일을 지금 시점에 바꾸긴 쉽지 않다. 공격적인 연계와 공 간수, 적극성 면에서 부족했다는 생각에 평소 잘 하지 않지만 전반에 교체카드를 썼다”고 밝혔다. 

칭찬으로 시작해 보완사항을 넌지시 던지는 것은 물론 미안함 마음까지 모두 드러냈다.

2015년 박주영이 해외생활을 마치고 서울에 복귀했을 때 최 감독이 “꺼져 가는 젊은 친구의 열정을 되살려주고 싶었다”고 한 건 지금도 축구 팬들 사이에서 회자된다. “박주영이 워낙 화려한 삶을 살아왔지만 ‘풍요 속 빈곤’이라고, 감성적인 부분이 남아 있다. 자기가 대장이지만 거꾸로 자기를 안아줄 사람이 필요했다”며 감싸준 바 있기도 하다.

최용수(오른쪽) 감독은 감독으로서 또 해설위원으로서 숱한 어록을 남겼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당시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부진한 박주영을 향한 여론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최 감독이 그의 가치를 인정해줬고, 박주영은 다시 서울의 정신적 지주로 팀을 이끌기 시작했다. 지난 시즌에는 10골 7도움을 생산하며 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복귀에 앞장섰다. 만장일치 신인왕을 받았던 데뷔 시즌(2015년, 18골 4도움) 이후 최다 공격포인트였다.

이처럼 최 감독은 말에 힘을 실을 줄 아는 사람이다. 

지난 2월 기성용의 친정 복귀가 무산되자 “프리미어리그에서 200경기 넘게 소화한 친구를 마다할 지도자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은 때가 되면 하겠다. 지금은 내일 경기에 집중하고 싶다. 양해 바란다”는 말로 구단 프런트와 현재 가지고 있는 자원들에 대한 존중을 잊지 않았다.

최용수 감독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당시 SBS에서 마이크를 잡고 경기를 중계하며 전문적이기보다 친근하고 익살스런 멘트로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기도 했다.  

최 감독의 말은 겉으로 봤을 때는 두루뭉술하고 포괄적인 용어들로 점철된 듯 보이나 그 속에는 전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이야기는 물론 주변을 아우르는 힘까지 모두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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