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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기자회견, 그 리더십 '어디가랴' [SQ현장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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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기자회견, 그 리더십 '어디가랴' [SQ현장메모]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6.10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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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문=스포츠Q(큐) 글 김의겸·사진 손힘찬 기자] 한국 여자배구 국가대표팀 주장 김연경(32·인천 흥국생명)이 국내 복귀 기자회견에서 타고난 리더십을 뽐냈다. 취재 인파가 가득했던 현장에서 특유의 시원시원한 화법과 재치 있는 말솜씨로 장내를 완벽히 장악하고, 인터뷰를 주도적으로 끌고갔다.

프로배구 여자부 흥국생명은 10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김연경 복귀 기자회견을 열었다. 

명실상부 ‘월드클래스’ 윙 스파이커(레프트) 김연경은 쏟아지는 질문에 본래 자신의 캐릭터 그대로 당당하고 또 거침없이 명쾌한 답변을 내놨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걸크러쉬’ 김연경 ‘원맨쇼’라고 봐도 무방할 만큼 좌중을 압도했다.

김연경이 시종일관 자신감 넘치는 자세로 기자회견장 분위기를 주도했다.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이 종료된 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2018~2019시즌 통합 최우수선수(MVP) 레프트 이재영을 잔류시켰고, 리그 톱 세터 이다영을 영입했다. 전력 상승은 물론 상당수 팬덤까지 흡수할 것이란 관측이 따랐는데 심지어 김연경까지 합류했다.

KBO리그(프로야구)에 ‘어우두(어차피 우승은 두산)’라는 말이 있다면 2020~2021시즌 여자배구는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벌써 나온다.

김연경은 “당연히 우승이 목표다. 하지만 무실세트 우승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스포츠라는 게 쉽지 않다. 말처럼 쉬우면 나도 대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V리그와 타 구단에 존중을 표했다. 전반적으로 자신감 가득했지만 겸손의 미덕을 잃지 않았다. 

김연경은 지난 1월 도쿄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복근이 찢어진 상황에서도 대표팀을 정상으로 이끌며 3연속 본선행에 앞장섰다. 이후 재활을 거쳤고,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탓에 터키리그가 중단되자 귀국해 개인 훈련을 통해 몸을 만들고 있다.

김연경은 위트 있는 대답으로 취재진을 들었다 놨다 했다.

여러 차례 방송에서 보여준 예능감은 여전했다.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다. 몸 상태는 어떤가. 체력적으로는 부치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아직 만 32세라 30대 초반”이라고 강조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 직접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 ‘식빵언니’ 활동을 이어갈 것이냐고 묻자 “‘식빵언니’는 (구독자) 40만 명을 거느린 유튜브다. 많은 '잼잼이'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할 수밖에 없다”고 으쓱거렸다. ‘잼잼이’는 식빵언니 구독자를 일컫는 애칭이다.

김연경은 연신 취재진을 들었다 놨다 했다. 그는 우선 올림픽 본선에 맞춰 컨디션을 유지하고자 흥국생명과 1년 단기 계약을 체결했고, 그 이후에 대한 고민은 올림픽 뒤로 미뤄뒀다고 밝혔다. 이 발언 이후 "은퇴 후 지도자를 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아까 1년 뒤도 모르겠다고 말한 것 같은데...”라며 위트 있게 받아쳤다.

그는 2005년 흥국생명에서 데뷔한 첫 해부터 신인왕과 MVP를 휩쓸었다. 개인 타이틀 욕심은 없는지 묻자 “하나도 없다. 받을 건 다 받았다. 팀 우승이 가장 큰 목표고, 더 크게 생각하면 올림픽 메달이 꿈”이라면서도 “만약 우리가 우승하면 기자 분들께 투표권이 있으니 잘 부탁드린다. 다시 말하지만 욕심은 없다”고 손사래 쳤다. 말과 다른 행동으로 공식 석상에서 로비를 벌인 셈이니, 장내 모두가 웃을 수밖에 없었다. 김연경 특유의 자신감과 유머가 모두 담겨있다.

김연경은 진지한 질문에는 또 진중하게 자신의 의견을 제시했다.

김연경은 11년 만에 다시 흥국생명의 간판으로 뛰게 됐다. 국내 복귀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연봉이었는데, 기존 연봉(20억원 가량)의 80%가량 삭감하면서 후배들을 배려했다. 샐러리캡(팀 총 연봉 상한) 탓에 한 팀에서 지급할 수 있는 연봉 합계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기존 팀 주장 김미연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현재 주장이 김미연이다. 주장을 잘 따르는 선배 언니가 되겠다. 작대기(주장 표시)가 없어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경기할 수 있을 것이니 선수들과 잘 화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흥국생명이 국가대표 레프트 라인을 보유하게 되면서 김미연의 입지가 애매해진 상황이다. 후배지만 주장으로 팀을 리드해야 할 김미연에게 힘을 실어주는 멘트였다.

이날 세계적 레프트 김연경의 복귀 소식에 현장에선 올림픽과 V리그 등 경기적 요소뿐 아니라 현행 외인제도, 신생팀 창단까지 한국 배구 판 전체를 놓고 봐도 중요한 사안들도 다뤄졌다. 김연경은 한국 배구 간판답게 자신의 생각을 차분하고 또 진지하게 꺼내놓았다.

마지막 추가 사진 촬영에서 손으로 알파벳 'K'를 그리며 "김연경을 상징하는 시그니처 포즈니 참고하시면 된다"고 사진기자들에게 설명하는 장면은 정말 김연경스런 기자회견의 마무리가 아닐 수 없다. 한국배구 '간판' 김연경은 기자회견장에서도 그 존재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 리더십이 어디 가겠나. 분위기를 완벽히 자신의 것으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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