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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어우흥'? 김연경의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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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어우흥'? 김연경의 전망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6.1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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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여자배구 판에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란 말이 생겼다. 김연경(32)이 인천 흥국생명에 돌아오면서 그렇잖아도 강했던 흥국생명이 더 세졌다. 김연경 본인의 생각은 어떨까.

김연경은 10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 서울에서 열린 복귀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이 12시즌 만에 복귀하게 될 새 시즌 V리그를 전망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흥국생명의) 핑크색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많이 설렌다. 빨리 코트에서 경기하고 싶다. 많은 팬들이 기다리고 있어 부담도 있지만 좋은 모습 보여드릴 테니 성원해주시면 우승으로 보답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남대문=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김연경이 다시 흥국생명의 핑크색 유니폼을 입고 뛴다.

2018~2019시즌 통합우승을 차지한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 에이스 이재영이 부상에 시달린 탓에 3위로 마쳤다. 이재영이 1월 열린 도쿄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부상을 달고 뛰었고, 후반기 연패에 빠지며 우승권과 거리가 멀어졌다. 이재영이 지난해 비시즌 내내 각종 국제대회에 출전하느라 지쳐있던 탓에 과부하가 걸린 셈이었다.

3위로 플레이오프(PO) 진출이 유력했고, 이재영이 회복하면서 ‘봄 배구’에서 반등을 노렸건만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5라운드 성적을 기준으로 시즌이 조기 종료되고 말았다. 

흥국생명은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을 앞두고 이를 갈았다. 샐러리캡(구단 총 연봉 상한)을 기존 14억 원에서 옵션 5억 원 포함 총액 23억 원으로 늘리는 데 앞장섰다. 이재영(총액 6억 원)을 잔류시켰고, 리그 톱 세터 이다영(총액 4억 원)을 영입했다. 

코로나19 확산 속 해외리그 운영이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올림픽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김연경이 경기력 유지를 위해 V리그 흥국생명 리턴을 추진했고, 박미희 감독은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지난 시즌 무난했던 루시아를 재지명했다.

그리고 지난 6일 흥국생명은 김연경과 연봉 3억5000만 원에 계약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애초 터키에서 연봉 20억 원가량 수령하며 '세계 최고연봉' 타이틀을 갖고 있던 김연경에게 흥국생명이 지급할 수 있는 최고 금액은 6억5000만 원이었지만, 대의적 차원에서 연봉을 낮춰 1년 단기 계약하는 데 합의한 것이다.

[남대문=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김연경의 가세로 흥국생명이 새 시즌 우승후보 입지를 굳혔다.

이재영-김연경 ‘쌍포’에 외인 루시아까지 화려한 공격진을 갖춘 데다 샐러리캡에도 여유가 생겨 김세영, 이주아 등 미들 블로커(센터) 라인과 리베로 박상미까지 제대로 된 전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

우승후보로 불리는 것은 당연하고, 팬들 사이에선 무실세트 우승, 무패 우승 이야기까지 나온다.

김연경은 “무실세트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스포츠라는 게 쉽지 않다. 말처럼 쉬우면 나도 조금은 대충할 수 있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당연히 우승을 목표로 팀과 함께 준비할 거지만 '무실세트 우승‘이라는 단어는 조심스럽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김연경의 합류는 배구판 전체를 부흥시킬 흥행 요소로 꼽힌다. 많은 팬들은 올림픽을 앞둔 시점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에 기인해 만들어진 이 상황에 고무됐다. 아직 전성기인 김연경의 플레이를 가까이서 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리그 밸런스가 붕괴됐다는 지적도 따른다. 심지어 연봉도 기존의 80%가량 깎으면서 들어왔으니 타 구단 입장에서는 볼멘소리를 낼 법도 하다. 만약 김연경이 현 흥국생명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 연봉인 6억5000만 원에 계약했다면 나머지 주요전력들의 트레이드 등 ‘줄 이탈’은 불 보듯 뻔했다.

이에 대해 김연경은 “먼저 흥국생명 팬들께 앞으로 좋은 모습으로 보답할 것이란 말 하고 싶다. 나머지 팀 팬들도 내가 플레이하는 걸 가까이서 보면서 즐거워할 거란 생각이다. 행여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지더라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면 그것 또한 좋아하실 거라 생각한다”며 “다른 팀 팬들도 흥국생명 팬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FA시장에서 국가대표 레프트 이재영(왼쪽)을 지키고, 세터 이다영을 영입한 데다 김연경까지 복귀했다. 흥국생명이 우승후보로 꼽히는 이유다. 한편으로 국가대표팀 측면에선 시너지가 기대되기도 한다. [사진=흥국생명 제공]

이어 “우리가 상대적으로 강하다고 말하는 만큼 상대 팀들도 그만큼 강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전체적인 리그 레벨이 올라가는 순기능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모든 팀을 견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올 시즌 흥국생명에 맞설 적수로 화성 IBK기업은행을 꼽았다. “흥국생명과 계약을 결심한 뒤 다른 팀 전력을 따져봤는데, 모든 팀이 강해졌다. 특히 올해 IBK기업은행에서 좋은 선수와 계약을 많이 했다. 수원 현대건설, 대전 KGC인삼공사도 잘하고 있어 올 시즌 재밌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지난 시즌 5위로 마친 IBK기업은행은 1순위로 외인 지명권을 얻자 러시아 국가대표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안나 라자레바의 이름을 불렀다. ‘김우재호’는 김희진, 김수지 등 내부 FA 단속에 성공했고, 흥국생명에서 조송화를 데려와 세터도 보강했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주전 세터 이다영과 주전 윙 스파이커(레프트) 김연경, 이재영이 흥국생명에서 한솥밥을 먹는다. 올림픽을 1년 앞둔 시점이니 대표팀 입장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이들이 많다.

김연경은 “올림픽을 많이 언급했지만, 본 대회는 내년이다. 국가대표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 이야기하기보다 우리 팀이 올 시즌 우승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 분리해 생각해야 한다”면서도 “물론 이다영, 이재영과 함께 뛰기 때문에 (대표팀) 호흡 면에서 장점은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절친인 김연경(왼쪽)과 김수지가 V리그에서 서로를 적으로 만난다. [사진=FIVB 제공]

또 대표팀 절친 김수지, 양효진(현대건설)과 서로 상대하게 됐다. 김연경이 2005년 데뷔해 V리그를 휩쓸고 2009년 일본으로 떠나며 해외생활을 시작했으니 11년 만에 프로 무대에서 맞붙는다.

김연경은 “김수지, 양효진은 상당히 환영하고 좋아했다. 워낙 친하다보니 기댈 수 있는 친구가 한하나 한국에 들어온다는 점에서 좋아했지만 한편으로 적으로 만나기 때문에 부담스러워하기도 했다”는 반응을 전했다.

김연경 역시 1월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복근을 다쳤다. 재활을 거쳐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다. 그는 “몸 상태는 괜찮은 편이다. 비시즌 휴식도 많이 취하고 치료받고, 웨이트 트레이닝 통해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 근육량 늘리고, 선수들과 호흡도 끌어올려 시즌 때 좋은 모습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이미 신인상을 시작해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상(MVP)까지 V리그에서 받지 못한 상을 찾기 어려운 김연경이지만 새 시즌 MVP 욕심도 내비쳤다. 

“만약 다른 팀이 우승하면 해당 팀 메인 선수가 받을 것이다. 우리 팀에는 잘하는 선수가 많기 때문에 알 수 없다”면서도 “기자분들께 투표권이 있으니 잘 부탁드리겠다. 큰 욕심은 없다”고 해 회견장을 폭소로 물들였다.

김연경은 계약 상 7월 1일부터 흥국생명 소속이 된다. 박미희 감독은 “아직 몸 상태를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결과에 맞춰 훈련을 진행할 생각”이라며 정규리그에 앞서 열릴 한국배구연맹(KOVO)컵에 김연경을 출전시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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