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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켄바워 비난도 이겨낸 과르디올라의 '티키타카' 우승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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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켄바워 비난도 이겨낸 과르디올라의 '티키타카' 우승 신화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3.26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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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에른 뮌헨에 패스축구 접목…최단기간 우승 쾌거, 극강의 팀으로 변모

[스포츠Q 박상현 기자] "티키타카를 접목한 바이에른 뮌헨은 결국 볼품없는 경기를 펼치는 FC바르셀로나처럼 될 것이다."
 
FC바르셀로나의 전성기를 연 '티키타카'에 대해 비판을 가하다니? 어쩌면 축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축구를 모르는 사람의 얘기로군'이라며 웃어 넘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카이저' 프란츠 베켄바워가 한 것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프란츠 베켄바워 명예회장은 레전드이자 신적인 존재다. 베켄바워 회장의 한마디 한마디는 그야말로 금과옥조다. 베켄바워 회장이 티키타카에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했다면 이는 예삿일이 아니다.
 
하지만 호셉 과르디올라(43) 감독은 베켄바워 회장의 주장을 이해한다면서도 자신의 뚝심과 지도력을 바탕으로 바이에른 뮌헨을 극강의 팀으로 만들어냈다.

과르디올라의 선택은 옳았다.

바이에른 뮌헨이 지금 역사를 쓰고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 정규리그 27경기만에 우승을 확정지으며 최단기간 우승 신기록을 불과 한 시즌만에 한 경기 당기며 갈아치웠고 사상 첫 무패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바이에른 뮌헨은 26일(한국시간) 베를린 올림픽 스타디온에서 벌어진 헤르타 베르린과 2013~2014 독일 분데스리가 27라운드 원정경기에서 3-1로 이기고 25승 2무, 승점 77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위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승점 52)와는 무려 승점 25점차다.
 
또 독일축구협회(DFB) 포칼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노리며 2년 연속 트레블(3관왕)까지 바라보고 있다.
 
◆ 패스로 정교해진 '게르만 전차군단'
 
흔히 독일축구를 전차에 비교한다. 후퇴를 모르고 오직 전진만 있는 독일축구 특유의 스타일을 비유한 것이다. 또 그만큼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하기도 한다.
 
베켄바워 회장도 독일 전차축구의 신봉자다. 베켄바워 회장은 "많은 수비수 앞에서 슛을 시도할 기회가 생기면 무조건 슛을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며 "그러나 티키타카는 골문 앞에서도 공을 뒤로 돌린다. 이는 축구를 지루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티키타카를 비난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독일 전차축구를 대표하는 바이에른 뮌헨에 정교함이 더해지니 극강이 됐다.
 
바이에른 뮌헨 역시 FC 바르셀로나처럼 볼 점유율을 높게 가져간다. 안정적인 볼 키핑을 통한 패스 축구를 하다보니 자연스러운 일이다. 티키타카를 바르셀로나에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과르디올라 감독이 바이에른 뮌헨에도 티키타카를 완벽하게 접목시켰다.

◆ 바르셀로나보다 업그레이드된 티키타카
 
그러나 바이에른 뮌헨과 바르셀로나의 티키타카는 약간 차이가 있다. 바르셀로나는 주로 짧은 패스로 공간을 쪼개가며 상대를 압박해나가지만 바이에른 뮌헨은 패스 패턴이 다양하다.
 
짧은 패스를 통한 원터치 패스에 능할 뿐 아니라 지난 시즌 트레블을 달성할 때 보여줬던 긴 패스를 통한 측면 공격도 원활하다. 짧은 패스와 긴 패스를 효율적으로 모두 사용할 수 있다보니 좁은 공간과 넓은 공간에서 모두 위력을 발휘한다.
 
또 특정 선수의 득점력에 기대지 않는다. 바르셀로나는 주로 리오넬 메시에게 골이 집중됐지만 바이에른 뮌헨은 메시만큼 주득점원이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선수들이 고르게 골을 넣는다.
 
현재 마리오 만주키치가 17골로 분데스리가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토마스 뮐러도 12골로 8위에 올라있다. 또 아르연 로벤도 10골을 기록 중이고 프랭크 리베리(9골), 마리오 괴체(8골), 제르단 샤키리(5골)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어시스트에서도 리베리(9개), 뮐러(8개), 하피냐(7개), 괴체(6개), 로벤, 다비드 알라바(이상 5개) 등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다.
 
바르셀로나로 따지면 모든 선수들이 메시고 모든 선수들이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페드로, 다비드 비야인 셈이니 현재 바이에른 뮌헨의 티키타카는 바르셀로나의 업그레이드판이다.

◆ 원톱부터 제로톱까지 전술도 변화무쌍
 
바이에른 뮌헨의 공격 전술은 변화무쌍하다. 만주키치를 활용한 원톱이 주공격 패턴이지만 괴체를 최전방에 배치하는 제로톱까지 다양하다.
 
제로톱은 과르디올라 감독이 바르셀로나에서 자주 사용한 것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오른쪽에서 주로 활약하던 메시를 중앙으로 이동시킨 제로톱 전술을 즐겨 썼다.
 
지금 바이에른 뮌헨 제로톱의 중심은 바로 괴체다. 지난 시즌까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활약했던 괴체는 올시즌을 앞두고 과르디올라 감독의 선택을 받아 바이에른 뮌헨의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괴체의 최전방 이동은 성공적이었다. 메시처럼 측면을 주로 뛰던 괴체는 제로톱 활용 때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정규리그에서 팀내 네번째로 많은 득점을 올리고 있다.
 
그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던 경기는 지난 1월 25일 묀헨글라드바흐전이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리베리 등에게 바르셀로나 시절 메시에게 맡겼던 '가짜 9번' 역할을 맡기기 위해 시도해봤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괴체가 이날 경기에서 '가짜 9번'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이후 줄곧 이 역할을 맡고 있다.
 
◆ 바이에른 뮌헨의 기록 경신, 이제 시작이다
 
극강의 팀이 된 바이에른 뮌헨 앞에 온갖 기록과 역사가 새로 작성되고 있다. 이미 바이에른 뮌헨은 24번째 분데스리가 우승으로 최다 우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27경기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음으로써 지난 시즌 최단기간 정규리그 우승 기록이었던 28경기도 한 경기 단축시켰다. 이와 함께 우승날짜도 열흘 가까이 앞당기면서 사상 처음으로 3월에 우승을 결정지었다.
 
또 시즌 전반에 승점 47을 챙기면서 지난 시즌 승점 42를 5점 이상 높인 바이에른 뮌헨은 독일 분데스리가 최다승 및 무패 우승에도 도전하고 있다.

분데스리가 최다승 기록은 지난 시즌 자신들이 세웠던 29승. 현재 25승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5승만 더하면 이 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또 여태껏 단 한차례도 없었던 무패 우승도 갈아치울 기세다.

이와 함께 리그 19연승으로 이미 지난 시즌 세웠던 최다 연승 기록인 14연승을 일찌감치 넘어섰고 원정 경기 10연승으로 역시 지난 시즌에 세웠던 신기록인 9연승도 깼다.
 
여기에 최소 실점에도 도전하고 있다. 바이에른 뮌헨은 지난 시즌 18실점으로 최소 실점 신기록을 세웠는데 현재까지 13실점을 기록 중이다. 7경기를 4실점으로만 막으면 신기록을 작성하게 된다.
 
더 큰 목표는 사상 최초 유럽축구 2년 연속 트레블이다. 유럽축구에서 셀틱을 시작으로 아약스 암스테르담, PSV 에인트호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바르셀로나, 인터 밀란에 이어 지난 시즌 바이에른 뮌헨까지 모두 7개 팀이 트레블의 영광을 가져갔지만 그 누구도 2년 연속 달성하지 못했다.
 
하지만 현재 DFB 포칼 준결승에 올라있는 바이에른 뮌헨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도 8강까지 올라 있다. 지금의 경기력을 시즌 막판까지 계속 유지한다면 두 시즌 연속 트레블이라는 전대미문의 대기록을 남길 수 있다.
 
물론 과르디올라 감독 역시 트레블을 두차례 달성한 지도자로 세계 축구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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