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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 사는' 박준태, 키움과 쓰는 인생역전 스토리 [SQ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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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 사는' 박준태, 키움과 쓰는 인생역전 스토리 [SQ인물]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8.07 1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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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서른을 맞은 한 무명 야구선수의 삶은 한순간에 180도 변화했다. 불과 1년 전까지 야구를 그만두려고 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욕심을 내려놓고 누구보다 충실히 오늘만 사는 키움 히어로즈 박준태의 이야기다.

야구 팬들이라고 박준태라는 선수를 잘 알 수 있는 건 아니었다. 5시즌 째 뛰고 있지만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그나마 아는 팬들에겐 KIA 소속 무명 타자라고 인식됐을 가능성이 크다. 올 시즌 전까진.

그러나 올 초 단행된 트레이드가 모든 걸 바꿔놨다. 여전히 누구라도 알만한 이름은 아니지만 야구 팬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선수가 됐다.

키움 히어로즈 박준태가 6일 KT 위즈전에서 5회말 2루타를 날린 뒤 2루로 향하고 있다.

 

◆ 은퇴 위기 극복한 트레이드, 야구 인생을 바꿨다

2014년 KIA에서 프로 데뷔한 박준태는 등장과 함께 기대를 보였지만 이후 특별한 활약 없이 경찰 야구단에서 군 생활을 마쳤다. 

전역 후 2018년 85경기에 나서며 기회가 있었지만 타율 0.228로 활약은 아쉬웠다. 지난 시즌엔 0.171까지 추락하며 좌절했다. 야구를 그만두려고까지 했다. 박준태는 “더 이상 그 상황에서 선수로서 갈 데가 없어보였다. 승부보기 힘들다고 생각했다”는 게 그의 설명.

그러나 생각지도 못했던 트레이드는 야구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그땐 ‘내년엔 어떻게 될까’ 자주 생각했는데 그러다보니 자신감도 떨어지고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던 박준태지만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다보니 오히려 단순해졌다. 이 같은 무기력증을 이겨낼 수 있었던 계기로 트레이드를 꼽은 박준태는 “키움와서는 미래에 대한 생각보다는 매일 매일 최선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8년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기회를 얻고도 타율 0.228에 그쳤다. 장점인 출루율은 0.345로 타율과 큰 차이를 보였지만 만족할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올 시즌 완전히 반등했다. 키움이 치른 78경기 중 75경기에 나섰다. 타율은 0.236으로 여전히 높지 않지만 출루율이 0.397로 정상급이다. 팀 내에선 이정후(0.426), 에디슨 러셀(0.412)에 이어 3번째.

2루타를 날린 뒤 오윤 코치(왼쪽)와 하이파이브 하는 박준태.

 

◆ 제 2의 야구인생은 보너스, 키움과 함께 비상하다

타율은 만족하기 어렵지만 4할대의 가까운 출루율로 팀 승리에 일조하는 경기가 많아졌다. 동료들에게 “왜 이렇게 자주 나가냐”는 질문을 받기도 할 정도.

야구 인생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박준태는 “작년엔 잘 못해 올해도 긴장이 됐다”면서도 “하지만 보너스라는 생각을 갖기로 했다. 원래 나만의 스타일에서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코치님들과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얘기하고 경기에 자주 나가다보니 성적도 좋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6일 안방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T 위즈전에서도 9번 중견수로 출전한 박준태는 3타수 1안타 1득점으로 팀의 3-2 역전승을 도왔다.

특히 양 팀이 2-2 동점이던 5회초 위기를 가까스로 벗어난 뒤 5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박준태는 윌리엄 쿠에바스의 컷패스트볼을 잡아당겨 우측 방면 2루타를 만들어냈다. 이어 김혜성의 우익수 뜬공 때는 3루까지 파고들었다. 이어 김혜성의 우익수 뜬공, 김하성의 2루수 땅볼로 결승 득점의 주인공이 됐다.

아직 타율은 만족스럽지 않지만 볼넷과 몸에 맞는 공 등으로 높은 출루율을 자랑하며 진정한 팀 플레이어로 거듭나고 있다.

 

◆ 비결은 무심타법, 박준태는 오늘만 산다

출루의 제왕이 돼가고 있는 그의 비결은 무엇일까. 박준태는 “배운대로 매 타석마다 집중하다보니 출루율이 쌓였다”는 그는 “전광판은 잘 안 보려고 하는데 주위에서 높다고 해서 보게 됐다. 그냥 ‘높네’ 정도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야구 선수라면 기록에 둔감해지기 어렵다. 키움 입단 초기엔 오르지 않는 타율에 생각도 많았다. 박준태는 시즌 초 “계속 타격적으로도 정립 안됐다. 원래 방망이를 잘 치진 않았지만 시행착오를 겪고 좋아지며 초반보단 머릿속도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의미 부여하는 순간 머리가 복잡해진다”고 생각한 박준태는 단순해지기로 했다. 지난 4일 KT전에선 18경기 동안 이어오던 연속 출루 기록이 깨지기도 했지만 오히려 본인은 무덤덤하다.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고. 영화 아저씨의 나오는 명대사처럼 오늘만 살며 매 타석에 집중력을 높여 들어서고 있다.

다만 모든 욕심을 버린 건 아니다. 한 가지 소박한 희망은 타율 상승이다. “1할 칠 때보다는 감사하지만 조금 더 올라갔으면 좋겠다”는 그는 “0.250까지만 올라갔으면 좋겠다. 목표를 원래 높게 안 잡는다”며 소박한 수치를 내세웠다.

그보다는 또 다른 상상을 한다. 바로 가을야구. “가을야구에 나서는 상상은 지금도 하고 있다”며 “저기서 뛰어보면 어떨까 생각하면 한편으론 불안함도 생기지만 경험하다보면 그런 건 사라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출전기회가 안정적으로 주어지자 미래에 대한 걱정이 사라지자 찾아온 변화. “팀이 잘 되는 게 우선”이라는 팀퍼스트 정신은 그의 강점인 출루본능과 맞물려 더욱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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