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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키 로빈슨役' 채드윅 보스만 떠난 날, 오바메양의 추모 [SQ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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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키 로빈슨役' 채드윅 보스만 떠난 날, 오바메양의 추모 [SQ이슈]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9.0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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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MCU(Marvel Cinematic Universe)의 영화 ‘블랙 팬서’ 주인공을 맡았던 채드윅 보스만(미국)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향년 43세 나이로 세상을 떠나 충격을 자아냈다. 생전 그의 필모그래피는 흑인 인권 신장을 위한 행보 자체였기도 해 많은 이들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같은 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날의 간판 공격수 피에르 오바메양(가봉)이 리버풀과 커뮤니티 실드 맞대결에서 골을 터뜨린 뒤 두 팔로 X자 모양을 만드는 ‘와칸다 포에버’ 세리머니를 펼쳤다. 영화 속 블랙 팬서의 상징과 같은 동작으로 보스만을 추모한 것이다.

오바메양은 과거에도 몇 차례 이 세리머니를 하며 블랙 팬서 가면을 활용하기도 했다. 그는 이에 대해 “우리 가봉 대표팀도 팬서들이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가봉 출신 오바메양뿐 아니라 미국프로농구(NBA) 르브론 제임스(미국)도 마블 최초의 흑인 슈퍼히어로인 블랙 팬서를 기리며 ‘와칸다 포에버’ 세리머니에 동참했다. 

피에르 오바메양(가운데)이 영화 '블랙 팬서'의 '와칸다 포에버' 세리머니를 펼치며 채드윅 보스만을 추모했다. [사진=AP/연합뉴스]

올 초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에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진 뒤 불거진 흑인 인권운동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의 맥을 잇는 행위로도 보인다.

제임스를 필두로 LA 레이커스 선수들은 이날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와 NBA 플레이오프(PO) 5차전을 앞두고 코트에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와칸다 포에버' 세리머니를 하며 보스만을 애도했다.

보스만은 ‘블랙 팬서’에서 지구 최강 기술을 보유한 아프리카 제국 ‘와칸다’의 국왕 티찰라를 연기했다. 이 영화는 흥행했을 뿐 아니라 슈퍼히어로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뉴욕타임스는 보스만 사망에 “블랙 팬서는 흑인 팬들에게 힘과 희망, 자부심을 상징했다”며 추모 열기의 배경을 분석했다.

보스만은 앞서 영화 ‘42’에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사상 첫 흑인선수 재키 로빈슨 역을 분한 바 있다. 또 영화 ‘마셜’에서 미국 최초의 흑인 대법관 서굿 마셜, ‘겟 온 업(Get on up)’에서 흑인음악 대부 격인 제임스 브라운 역 등을 맡는 등 영화계에서 흑인 역사를 대변해왔다.

NBA도 채드윅 보스만을 추모했다. [사진=EPA/연합뉴스]

 

숱한 영화 속에서 흑인 역사를 대변했던 배우 채드윅 보스만. [사진=AP/연합뉴스]

보스만은 사망 전 약 4년여간 대장암 투병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사실을 표면적으로 드러내지 않은 것 또한 블랙 팬서를 통해 흑인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는 본인의 뜻이 깃든 행동이었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그가 백악관을 찾은 건 ‘42’에서 로빈슨을 연기할 때였다”며 “그는 자신의 힘을 아이들의 본보기가 되는 데 사용했고, 그 모든 것을 투병하는 와중에 이뤄냈다”며 경의를 표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 역시 “그의 진정한 힘은 우리가 스크린에서 본 것보다 컸다”고 했고. 최초의 흑인 여성 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상원의원도 “보스만은 너무 빨리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의 삶은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추모했다. 보스만의 생전 마지막 트윗은 해리스 의원의 부통령 후보 지명을 축하하는 글이었다.

마블 영화 ‘어벤져스’의 동료들도 애도 메시지를 남겼다. ‘아이언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그는 생과 사투 속에서도 사회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 애썼다”고 했고, ‘헐크’ 마크 러펄로는 “그의 위대함은 이제 시작됐을 뿐”이라고 힘줬다.

보스만은 영화에서 흑인 최초 메이저리거 재키 로빈슨 역을 분했다. [사진=영화 '42' 캡처] 
공교롭게 재키 로빈슨 역을 맡았던 보스만이 사망한 날 메이저리그(MLB)는 재키 로빈슨 데이를 맞았다. [사진=AFP/연합뉴스]

보스만이 열연한 로빈슨은 1947년 브루클린 다저스(현 LA 다저스)에 입단해 1956년까지 MLB에서 활약하며 내셔널리그 신인상과 최우수선수상(MVP)을 차지. 1962년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로빈슨 성공 이후 유색인종의 MLB 진출이 활발해졌고, MLB는 그의 업적을 치켜세우며 현재 그의 등번호 42를 전체 영구결번으로 지정했다.

공교롭게 보스만이 생을 마감한 날은 MLB 사무국이 지정한 ‘재키 로빈슨 데이’였다. 원래 로빈슨의 데뷔전 날짜인 매년 4월 15일 열리는 행사지만 올해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개막이 늦어졌고, 8월 28일로 미뤄졌다.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를 비롯해 이날 경기에 나선 모든 선수들이 로빈슨의 등번호 42를 달고 경기에 나섰다.

보스만의 연기 인생을 살펴보면 그의 사망에 체육계에서 유독 추모 행렬이 이어지는 배경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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