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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의 여왕' 이미림, 모든 걸 바꾼 결정적 칩샷 [ANA 인스퍼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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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의 여왕' 이미림, 모든 걸 바꾼 결정적 칩샷 [ANA 인스퍼레이션]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9.14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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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이보다 더 기쁜 입수 벌칙(?)이 있을까. 올해는 이미림(30·NH투자증권)이 호수의 여인으로 등극했다.

이미림은 14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미라지 미션힐스 컨트리클럽(파72·6763야드)에서 열린 2020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2번째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총상금 310만 달러) 4라운드에서 이글 하나와 버디 4개, 보기 하나를 묶어 5언더파 67타를 치고 공동 1위 넬리 코다, 브룩 헨더슨(이상 미국)과 치른 연장에서 홀로 버디를 잡아내며 메이저 첫 승을 수확했다.

이미림이 14일 2020 LPGA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놀라운 하루였다. 전반 2개의 버디를 기록한 이미림은 12번 홀(파4) 장거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빠르게 선두권을 추격했다.

후반부 뒷심이 무서웠다. 16번 홀(파4) 세컨드샷이 그린 바로 옆에 떨어졌는데, 가볍게 들어올린 칩샷이 홀컵으로 빨려 들어가며 칩인 버디를 성공시켰다. 17번 한 타를 잃으며 선두권과 격차가 벌어지는 듯 했지만 18번 홀(파5)에서 마술을 부렸다.

세컨드 샷이 그린 옆으로 향해 버디를 성공해도 선두와 한 타 차이였지만 다시 한 번 퍼올린 공이 홀컵으로 빨려 들어가며 칩인 이글로 공동 선두로 도약했다. 이날 칩인 버디 2개에 이은 놀라운 감각을 엿볼 수 있는 샷이었다. 코다가 버디를 놓쳤고 헨드슨이 버디를 잡아내며 3명이 동시에 연장으로 향했다. 

18번 홀에서 다시 시작한 연장 라운드. 헨더슨과 코다의 버디 퍼트가 홀 컵 옆을 스치듯 지나갔고 이미림이 버디를 잡아내며 동료들의 축하를 받았다. 이날 이미림을 도운 행운의 18번 홀이었다.

16번 홀 버디를 이끌어낸 환상적인 칩샷. [사진=AP/연합뉴스]

 

경기 후 인터뷰에 나선 이미림은 좀처럼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잘 모르겠다. 믿지 못하겠다”는 말이 그의 심정을 대변했다.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오라”는 친구들의 격려는 결국 이미림을 생애 첫 메이저 우승자로 이끌었다.

2017년 3월 KIA 클래식까지 3승을 챙겼던 이미림이지만 이후 3년 6개월 동안 우승이 없었다. 지난 2시즌 상금랭킹 68위, 44위에 그칠 만큼 지독히도 풀리지 않았다. 톱10도 2차례씩 오른 게 전부였다.

그러나 재개된 LPGA에서 가장 빛난 건 이미림이었다. 2라운드에서 잘 치고도 3라운드에서 보기 3개를 범하며 주춤했고 이날도 17번 홀 치명적인 보기를 기록했지만 결국 스스로의 힘으로 기적적인 역전 레이스를 완주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이미림은 “17번 홀 보기가 나와 다소 실망했고 18번 홀에서는 일단 버디를 하자는 마음이었다”며 “그런데 칩샷이 그대로 이글이 되면서 정말 놀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칩샷을 우승의 요인으로 꼽으면서도 “평소엔 그렇지 않은데 오늘만 그랬다”고 머쓱해하기도 했다.

포피스 폰드에 몸을 던지고 있는 이미림. ANA 인스퍼레이션 전통의 우승자 세리머니다. [사진=AP/연합뉴스]

 

ANA 인스퍼레이션 전통의 입수 세리머니 감격도 누렸다. 대회 우승자는 미션힐스 컨트리클럽 내 ‘포피스 폰드’에 캐디 등과 함께 뛰어드는 전통이 있는데 무거운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시상식을 마친 이미림은 수줍은 자세로 입수하며 2020년 ‘호수의 여인’이 됐다.

이미림의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은 10년 연속 메이저대회 정상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2010년엔 단 하나의 메이저 우승 트로피도 들어 올리지 못했지만 2011년 유소연(US오픈)에서 시작된 우승 릴레이는 이미림이 올 시즌 2번째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짜릿한 역전 우승을 차지하며 이어가게 됐다.

이제 상승세를 이어갈 때다. 이미림은 “좋은 결과가 나왔지만 여전히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다만 앞으로 어느 대회를 나가든 오늘처럼 부담감을 느끼지 않고 경기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박세리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인해 힘겨웠던 1990년대 후반 국민들에게 감동과 힘을 전달했다. 이미림도 마찬가지였다. “중계를 보시면서 응원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어려운 시기에도 보내주신 응원에 정말 감사드린다”고 마음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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