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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서동철 양홍석 묘한 관계, 남다른 호통 의미 [프로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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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서동철 양홍석 묘한 관계, 남다른 호통 의미 [프로농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9.25 1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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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프로농구 감독들은 왜 항상 화가 나 있나요?”

혹자는 말한다. 한 경기에서도 몇 차례나 흐름이 뒤집히고 턴오버를 남발하거나 작전에 따르지 않는 선수들이 있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해본다.

하지만 아무 것도 몰라서 하는 이 말에 비수를 꽂힌 것처럼 가슴 한 구석이 아려오기도 한다. 영광의 농구대잔치 시절과 달리 프로농구는 이제 배구에도 밀리는 4대 프로스포츠 중 꼴찌가 돼 버렸는데, 이러한 부분도 영향이 없다고 볼 순 없기 때문이다. 프로농구를 즐기는 팬들 또한 늘 화가 나 있는 감독들을 마음 편히 바라볼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서동철 부산 KT 감독(왼쪽에서 3번째)이 경기 도중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물론 타 종목에 비해 흐름이 순식간에 뒤집힐 수 있다는 점과 경기 중에도 선수들에게 지시가 용이하다는 점은 있다. 지금은 예능에서 편한 동네 아저씨로 변신한 허재가 감독 시절 호통의 대명사로 불렸던 것만 봐도 프로농구 감독이 얼마나 화를 불러 일으키는 자리인지 알 수 있다. 미국프로농구(NBA)에도 호통치는 감독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모두 다 화가 나 있을 수밖에 없느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만은 않다. 서동철(52) 부산 KT 감독이 대표적이다. 코트 위의 신사라고 불리는 서동철 감독은 유독 점잖고 차분해 더욱 주목을 받는다.

그런 서동철 감독도 늘 조용한 것만은 아니다. 24일 KT와 국군체육부대와 맞붙은 군산 월명체육관. 이례적으로 서동철 감독이 큰 소리를 내는 장면이 포착됐다.

팀이 83-77로 앞서가던 4쿼터 종료 7분여 전. 교체로 다시 코트를 밟은 양홍석의 안일한 패스미스로 점수 차가 좁혀졌다. 이후 미들레인지 점퍼로 만회했지만 스위치 상황에서 상대 센터 박세진을 막지 못해 다시 실점하자 서동철 감독이 작전타임을 부른다.

서동철 감독은 분노했다. “내가 연습할 때도 계속 얘기했다. 지금 몇 번째냐. 픽앤하고 롤하는데 여기서 기다렸다가 얘(박세진)를 어떻게 잡냐. 얘가 용병이었으면 덩크슛이다. 스틸해야지”라며 “언제까지 수비가지고 얘기해야 하나. 뭘 맨날 ‘예’냐. 박세진이 롤할 때 미리 스틸하라고 하는데 공을 잡게 해주면 어떻게 수비하냐. 정신들 차리고 하라”고 말했다.

양홍석은 적극적인 돌파를 앞세워 24득점, 팀 승리를 이끌었다. [사진=KBL 제공]

 

포워드로 공격력은 뛰어나지만 수비에서 허점을 보이는 양홍석에 대한 일침이었다. 앞선 수비에서 KT가 스위치를 했는데 픽앤롤이 펼쳐졌고 양홍석이 덩치가 더 좋은 센터 박세진을 기다리는 방법으로 택해 결국 실점한 것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를 대비해 훈련 과정에서 스틸하는 연습을 했는데 양홍석이 소극적으로 나선 것에 대한 지적. 박세진을 외국인선수로 가정하는 걸 보면 시즌에 돌입해서도 적용될 수 있는 부분들이라는 생각에 더 열을 올렸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후 KT 선수들은 빠르게 움직이면서 외곽 공격을 노렸고 양홍석은 공격의 중심에 서며 24득점으로 팀에 승리를 안겼다.

경기 후에도 양홍석은 경기 후 중계사와 인터뷰에서 “내가 미스를 해서 감독님께 지적을 받은 것 같다.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아야겠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경기 도중 특정 선수를 지적해 혼을 내는 장면이 옳다고만 볼 수는 없다. 선수는 기가 죽고 팬들이 보기에도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조금 달랐다. 팬들은 “서동철 감독이 저렇게 화내는 장면은 처음 본다”, “일침 후 흐름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보니 역시 감독은 감독”, “서 감독님은 말 그대로 채찍과 당근을 잘 배분하는 분”이라는 등 그의 호통에 지지가 이어지고 있다.

서동철 감독(왼쪽에서 2번째)과 양홍석(왼쪽에서 3번째)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올 시즌을 바라보는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사진=KBL 제공]

 

서동철 감독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대표된다. 날카로운 이미지와 달리 선수들과 소통에 적극적이고 여자프로농구(WKBL) KB스타즈 감독 시절부터 지도력도 인정받았다. 경기 중에도 웬만하면 선수들을 격려하고 큰 소리를 내지 않는 그이기에 양홍석을 향한 일침이 얼마나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인지를 잘 알게 한다.

서 감독은 경기 후 “양홍석은 가장 많이 지적을 받고 가장 많이 혼도 나는 선수”라며 “감독 말을 잘 안 듣는 것 같아 제가 서운하다. 말로만 알았다고 하면서 코트에 들어가면 실천을 안 해서 같은 말을 또 하게 되고 홍석이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로에서 3시즌을 보낸 양홍석은 2년차부터 평균득점을 두 자릿수로 끌어올리며 팀의 핵심 공격자원 역할을 맡고 있다. 다만 수비력은 다소 아쉬웠다. 서 감독은 “내 말에 기가 죽는 거 같지는 않은데 양홍석이 좀 더 성장하는 모습이 있으면 좋겠다고 지적하는 것”이라며 “수비 공헌도가 좀 필요하다”고 전했다.

기대감이 있기에 더욱 아쉬움도 큰 법이다. 서 감독은 “좋은 신체조건과 운동능력 센스를 갖고 있으므로 그런 부분이 보완되면 KBL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다는 게 제 나름대로 확신”이라고 보탰다.

1승 1패를 기록한 KT는 4강 진출에 실패해 이제 다음달 10일 개막전인 고양 오리온전까지 시즌 대비에 돌입한다. 서동철 감독의 따끔한 지적과 함께 양홍석이 수비에서도 한 단계 나아진 기량을 뽐낼 수 있을까. 둘의 미묘한 줄다리기가 KT의 올 시즌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가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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