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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울산 호랑이는 상주 곶감이 무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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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울산 호랑이는 상주 곶감이 무섭지 않다
  • 김준철 명예기자
  • 승인 2020.10.05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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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스포츠Q(큐) 김준철 명예기자] 옛 전래 동화에서 만날 수 있었던 호랑이와 곶감, 그것을 캐릭터 한 두 팀이 파이널A에서 맞붙었다. 동화 내용상에선 곶감이 어리석은 호랑이를 물리쳤으나, 현실은 달랐다. 발톱을 세운 울산현대축구단(이하 울산) 호랑이가 자비 없이 상주상무프로축구단(이하 상주) 곶감을 먹어 치웠다.

울산은 지난 2일 울산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1 2020 24라운드 상주 전에서 4-1로 승리했다. 전반 3분 정원진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전반 31분과 36분 정승현 멀티골, 후반 14분과 33분 비욘 존슨 쐐기 골로 승점 3을 확보하며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동점골을 넣고 동료 축하를 받는 울산 정승현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동점골을 넣고 동료 축하를 받는 울산 정승현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사실 한때 2위 전북과 승점 차를 5까지 벌리며 여유 있었던 울산 우승 전선에 빨간불이 켜져 있었다. 지난 라운드서 울산이 추가시간 허용한 동점골로 2-2로 비기고, 전북이 상주에 1-0으로 승리해 두 팀은 승점 동률을 이뤘다. 전북이 부진에 빠졌을 때 도망가지 못한데다, 최근 5경기에서 울산이 1승 3무 1패에 그친 탓이다.

울산이 자랑하는 공격력도 주춤한 모습이다. 울산은 이 경기 전까지 23경기 47골로 경기당 2골이 넘는 가공할 득점력을 뽐냈다. 하지만 최근 부진했던 5경기에서는 6골에 그치며 울산답지 않은 모습을 노출했다. 6골 중 4골은 주니오가, 1골은 김태환이 기록했고 나머지 1골은 자책골이었다.

이번 라운드 경기 결과로 1위 자리가 바뀔 수 있는 위기에 반전을 만들어 내기 위해선 울산 강점인 공격력을 한층 살릴 필요가 있었다. 다행히 울산은 상주만 만나면 강했다. 이번 시즌 상대 전적을 보면 화력이 더욱 돋보였다. 울산은 개막전에서 상주를 상대로 4-0 대승을 거뒀고, 상주에서 치른 13라운드에서도 맹폭을 퍼부으며 5-1로 완승했다.

그리고 울산은 이번에도 기대를 충족시켰다. 연고 이전으로 내년 2부 리그 강등이 예정된 상주가 울산과 전북 우승 전쟁의 ‘킹 메이커’를 자처했지만, 울산은 그 포부가 우스운 듯 상주를 몰아친 끝에 다득점 승리를 거뒀다.

시작은 불안했다. 전반 3분 만에 정원진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불투이스가 몸을 던져 1차 크로스 방어에 성공했으나, 세컨드 볼을 받은 정원진이 울산 골문을 뚫었다. 리드를 잡은 상주는 초반 기세를 올렸다. 앞선 2경기 대패를 설욕하려는 듯 무서운 공격을 보여줬다. 울산 처지에선 전반 중반까지 묘하게 흐름이 꼬이는 방향으로 경기가 흘러갔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울산은 냉정함을 잃지 않고 자신들의 축구를 하기 시작했다. 빠르게 진영을 정비해 공·수 밸런스를 잡았고, 득점 찬스일 때는 과감한 공격으로 상대를 압박하며 발톱을 날카롭게 세웠다.

왼쪽 풀백으로 출전해 맹활약한 울산 홍철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왼쪽 풀백으로 출전해 맹활약한 울산 홍철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그리고 강력한 세트피스 두 방으로 역전을 만들었다. 전반 31분 자로 잰 듯 정교했던 홍철 왼발 프리킥을 수비수 정승현이 정확한 헤더로 연결해 동점에 성공했다. 상주 오세훈이 마크맨으로 나섰지만 이를 완벽하게 따돌리고 골 망을 흔들었다. 5분 뒤에는 신진호가 골문 앞으로 코너킥을 올리자 다시 한 번 정승현이 절묘하게 오프사이드 라인을 깨고 가볍게 볼을 밀어 넣었다.

경기를 뒤집기까지 울산 측면 공격이 잘 먹혀들었다. 두 풀백이 상당히 높은 위치까지 올라와 공격 시작점을 당겼다. 전방에서 홍철과 김태환이 압박하니 상주 수비수들이 공을 쉽게 뺏겼고, 울산은 그만큼 측면에서 넓은 공간을 활용할 수 있었다. 김인성과 설영우 등 측면 미드필더들이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대거 만들어내는가 하면, 빠른 돌파 후 최전방 주니오에게 질 좋은 전진 패스를 넣어줘 여러 득점 기회를 잡았다. 

김도훈 감독 교체 카드도 적중했다. 울산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박정인을 빼고 비욘 존슨을 투입했다. 투박하지만 공중 볼 경합에 강점을 가진 비욘 존슨 특유의 단순한 공격이 주효했다. 강한 피지컬로 상대 수비를 밀고 들어갔고, 주니오와 간결한 패스를 통해 득점 찬스를 잡았다. 그는 후반 14분과 33분 연속골로 격차를 벌리며 사실상 상대를 불능 상태로 만들었다.

결국 상주가 공격적으로 나섰으나, 울산이 이를 역이용한 것이 잘 맞아떨어진 셈이었다. 울산은 상주 높은 라인에 대비해 중원 숫자를 늘렸다. 최후방에서 상대 공격을 막기보다 미드필드 지역에서 일차 수비 라인을 쌓아 후방 안정감을 더한 동시에, 공격으로 올라가는 스피드를 그대로 살리는 편을 택했다. 그리고 넣어야 할 때 확실한 공격으로 점수 차를 벌리며 상대를 압도했다.

김도훈 감독도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 구단에 예비역이 많아서 그런지 상주를 만나면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 상주랑 경기했을 때 상대가 내려서기보다 함께 부딪히다 보니 득점 기회가 많았다. 물론 상주도 찬스가 많았지만, 우리 수비가 잘 막은 점도 있다”며 이날 경기 대승 이유를 설명했다.

울산은 이번 승리로 풍요로운 한가위를 보냈다. 비단 승점 3추가라는 결과물뿐만 아니라 최근 주춤했던 공격력이 살아났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또한 이것이 대승으로 이어지며 우승 레이스를 주도할 수 있는 탄력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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