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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억 신인' 장재영, 한기주 넘어 류현진-김광현을 향해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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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억 신인' 장재영, 한기주 넘어 류현진-김광현을 향해 [SQ포커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10.08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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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9억 원. 키움 히어로즈가 작정하고 지갑을 열었다. 역대 2번째 최고액 신인 계약금 규모로 장재영(18·덕수고)과 손을 잡았다.

키움은 7일 서울시 고척스카이돔 구단 사무실에서 2021년 신인 1차 지명 투수 장재영과 계약금 9억 원에 입단 계약을 맺었다. 장재영은 키움 전 감독 장정석(47) KBSN스포츠 해설위원 아들로 키움이 누구보다 익숙한 선수다.

프로야구 유일 네이밍 스폰서 제도를 활용하고 있는 키움이기에 더욱 놀라운 규모다. 장재영은 한기주(전 KIA, 2006년, 10억 원)에 이어 역대 신인 계약금 2위에 이름을 올렸다.

키움 히어로즈가 7일 장재영과 계약금 9억 원에 신인 계약을 맺었다. 이는 역대 2위이자 구단 최고 계약 규모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장재영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읽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고교 최고 성적을 낸 건 아니다. 올 시즌 9경기 16⅔이닝 동안 2승 평균자책점(ERA) 5.29에 그쳤다. 고교 통산 성적도 53이닝 5승 2패 ERA 3.57. 성적만으로는 장재영보다 더 잘 던진 선수들도 있었다. 오히려 타자로서 타율 0.370 OPS(출루율+장타율) 1.152로 두각을 나타냈다.

그럼에도 큰 기대를 받는 건 단연 빠른 구속 때문이다. 장재영은 188㎝, 92㎏으로 뛰어난 신체조건에 150㎞가 넘는 공을 쉽게 던진다. 올해 비공식 최고 기록은 무려 157㎞까지 나왔다. 투구 매커니즘도 안정적이고 커브와 슬라이더 등도 준수하게 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서울권 지명 우선순위를 갖고 있던 키움은 큰 결심을 했다. 메이저리그행을 고민 중이던 장재영이 국내 프로야구 진출을 선언하자 과감한 투자를 했다. 9억 원은 역대 2위이자 키움으로선 최고액이다. 2018년 1차 지명 안우진에 건넨 6억 원보다 3억 원이나 많은 액수다.

이상원 키움 스카우트 팀장은 “장재영과 좋은 분위기 속에서 계약을 마쳤다. 장재영은 메이저리그에서 러브콜을 받을 정도로 실력과 가치가 입증된 선수”라며 “키움에 입단해 국내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돼 기쁘다. 장재영이 팀에서 뿐 아니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투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구단에서 아낌없이 지원하겠다. 팬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아버지인 장정석 전 키움 감독(왼쪽에서 2번째)과 나란히 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장재영.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계약 후 장재영은 “어렸을 때부터 오고 싶었던 팀이었다. 1차 지명 된 것에 이어 계약까지 마쳐 기쁘다”며 “사실 고등학교 때 보여드린 게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좋은 금액을 제시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기대에 보답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스스로도 아직은 부족한 게 많다고 느낀다. 자신의 강점에 대해 “ 투수로서 빠른 공을 던지고 부드러운 폼을 가졌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더 빠른 공을 던져야 한다고 욕심을 내기보다는 제구력을 보완하는데 집중하려고 한다. 또 아직 힘이 부족한데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힘을 기르고 싶고 멘탈적인 부분도 더 강하게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내년 시즌 1군 엔트리에 들어 공을 던지는 게 목표”라며 “아직 많은 것들이 부족하다. 이제 막 프로에 첫 발을 내딛었으니 무엇이든 배운다는 마음과 겸손한 자세로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키움의 지명 후 팀 선배가 된 이정후와 통화를 통해 많은 조언을 얻었다는 장재영. 거액 계약까지 이끌어냈지만 그 규모가 프로로서 성공의 척도가 되는 것도, 좋은 성적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역대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한기주를 비롯해 임선동(LG, 1997년), 김진우(KIA, 2002년), 유창식(한화, 2011년, 이상 7억 원), 김명제(두산, 2005년), 윤호솔(NC, 2013년, 이상 6억 원) 등이 거액 계약으로 큰 기대를 모았지만 프로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썼다고 볼 만한 선수를 꼽기 어렵다.

덕수고 에이스였던 장재영이지만 고교 최고 투수라고 평가하기엔 성적이 아쉬웠다. 그를 향한 키움의 기대는 전적으로 미래 가치를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한기주는 데뷔 초반 광속구를 바탕으로 KIA의 뒷문을 책임졌지만 4년차 이후로는 그 임팩트를 이어가지 못한 채 은퇴했고 임선동은 2000년 18승을 거두며 다승왕에 오르기도 했지만 꾸준한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김진우 또한 4차례 두 자릿수 승리를 따내긴 했지만 신인 때 받았던 기대치는 충족시키지 못했다. 유창식은 꽃을 피워보지도 못한 채 승부조작으로 야구계를 떠났고 김명제는 불의의 사고로 기대주라는 꼬리표를 떼어내지 못한 채 야구공을 내려놔야 했다. 윤호솔도 한화로 트레이드까지 됐지만 아직까진 보여준 게 없다.

어쩌면 데뷔 때부터 지나치게 큰 관심이 독이 될 수도, 성장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멈춰버렸기 때문일 수도 있다. 확실한 건 계약 규모가 성공의 척도가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장재영이 이들과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을 불러 일으키는 요소가 있다. 장재영에게 키움은 어떤 팀보다도 익숙한 구단이라는 것. 스스로 “좋은 추억이 많다. 어렸을 적부터 목동야구장에 자주 놀러갔었다. 경기도 자주 봤었고, 그라운드에서 캐치볼도 했었다”며 “히어로즈기 초등학교 야구대회에서 우승을 하고 시구를 한 적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키움히어로즈는 애착이 간다”고 말할 정도.

아버지가 사령탑을 맡았던 팀이기에 정보도 많고 어떻게 선수로서 적응해 나가야 할지도 사전 학습이 돼 있다.

또 키움이 유망주들을 육성하는데 일가견이 있다는 것도 기대감을 더한다. 키움은 이정후, 김하성 등 야수들은 물론이고 안우진, 이승호, 최원태 등을 핵심 전력으로 키워냈다. 프로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던 양현, 이영준 등을 성장시킨 것도 키움의 육성 시스템이었다.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KBO리그의 톱클래스 투수는 어디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심지어 시속 150㎞를 웃도는 빠른공 없이도 말이다. 장재영이 프로에서 빠르게 적응하며 기대감을 성적으로 바꿔낼 수 있다면 류현진, 김광현 이후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차기 빅리거로서 주목을 받게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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