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0-10-26 20:04 (월)
6년 기다린 김세영, '세리 키즈'는 전설로 향한다 [LPGA] 
상태바
6년 기다린 김세영, '세리 키즈'는 전설로 향한다 [LPGA]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10.12 17: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박세리를 보며 꿈을 키운 소녀는 어느덧 골퍼들이 선망하는 대상이 됐지만 하나 이루지 못한 꿈이 있었다. 그리고 긴 기다림 끝 ‘여제’마저도 넘어서 정상에 우뚝 섰다.

김세영(27·미래에셋)은 12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뉴타운 스퀘어 애러니밍크 골프클럽(파70·6577야드)에서 열린 2020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7개를 엮어 7언더파 63타를 쳤다.

합계 14언더파 266타를 기록한 김세영은 박인비(9언더파 271타)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커리어 첫 메이저 정상에 등극했다.

김세영이 12일 2020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최종라운드에 우승을 차지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AFP/연합뉴스]

 

7언더파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김세영은 메이저 대회에서만 7승을 차지한 ‘여제’ 박인비의 거센 저항을 견뎌내야 했다. 2015년 이 대회에서 박인비에 우승을 내줬던 기억에 자칫 흔들릴 수도 있었다.

세 타 차 4위로 출발한 박인비는 첫 홀(파4)부터 버디로 추격에 나서더니 김세영을 꾸준히 압박했다.

그러나 김세영은 흔들리지 않았다. 박인비가 전반 3타를 줄이자 김세영도 똑같이 달아났다. 보기 하나 없이 천천히 추격해왔지만 김세영은 더욱 집중하며 자신만의 페이스를 유지했다. 특히 13번부터 17번 홀까지 4개의 버디를 몰아친 건 감탄을 자아냈다.

박인비가 17번 홀까지 버디를 추가해냈지만 간격을 크게 벌려놓은 김세영은 18번 홀(파4) 세컨드 샷을 그린에 올린 뒤 미소를 지었다.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는 김세영. [사진=게티이미지·AFP/연합뉴스]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 나선 김세영은 “스코어보드를 보지 않았다. (박)인비 언니가 당연히 잘 칠 것이라고 생각해 뛰어넘을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대결처럼 생각하면 오히려 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더 잘 치려고 노력했다”고 버디 행진의 비결을 밝혔다.

6년이라는 길고 긴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US오픈에서 ‘맨발의 기적’과 함께 당시 IMF 경제 위기로 실의에 빠져 있던 국민들에게 감동을 안겼던 박세리를 보고 꿈을 키웠던 소녀는 빠르게 성장했다. 중학교 2학년이었던 2006년 한국여자아마추어 선수권대회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했고 2013년 20대 초반의 나이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3승, 이듬해 2승을 거두더니 퀄리파잉스쿨을 통해 2015년 LPGA 투어 무대에 발을 디뎠다.

데뷔 시즌부터 3승을 챙기며 신인상을 차지했고 이듬해 2승, 2017년과 2018년에는 1승씩 따냈다. 지난해에도 3승을 보태며 두 자릿수 우승 대열에 합류했다. 박세리(25승), 박인비(20승), 신지애(11승)에 이은 4번째 기록.

‘역전의 여왕’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막판 뒷심이 대단했다. 오히려 뒤져 있는 상태로 시작하는 것이 더 기대감을 자아낼 정도였다. 우승할 때마다 입고 있던 ‘빨간 바지’는 그의 상징이 됐다.

김세영이 우승을 확정짓는 파 퍼트 이후 주먹을 불끈쥐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USA투데이/연합뉴스]

 

2018년 7월 마라톤 클래식에선 최종합계 31언더파 257타로 정상에 올랐는데, 이는 LPGA 투어 사상 72홀 역대 최저타와 최다 언더파 신기록이었다. ‘전설’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 27언더파)의 이름 위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 넣었다.

그러나 메이저 대회에만 나서면 작아졌다. 28차례 메이저 대회에서 톱10에 든 것만 8번. 준우승도 2차례나 있었다. 메이저 우승이 없는 선수 중 가장 많은 승수를 챙긴 것도 바로 김세영이었다.

그렇기에 더욱 기쁨이 컸다. “처음 메이저 우승하게 돼 눈물 흘리고 싶지 않은데 언제 터질지 모르겠다. 오랫동안 메이저 우승이 없어 너무 하고 싶었다. 정말 기쁘다”는 김세영은 “지난해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했을 때도 큰 대회라 기뻤는데, 메이저 우승이라 그런지 CME 때 우승보다도 더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우승상금 64만5000달러(7억4155만 원)를 챙긴 김세영은 시즌 상금(90만8219달러)과 올해의 선수상 포인트(76점)에서 각각 박인비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통산 11승으로 신지애와 한국인 통산 승수 3위에 올라선 김세영이 메이저 악연을 끊어내며 전설로 가는 길의 첫 걸음을 뗐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