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19 15:24 (화)
변화무쌍 현대건설, 루소 '클라쓰'-정지윤 '있으매' [SQ초점]
상태바
변화무쌍 현대건설, 루소 '클라쓰'-정지윤 '있으매' [SQ초점]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10.17 17: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원=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헬레나 루소(29·벨기에)가 초장부터 명성에 걸맞은 클래스를 뽐낸 반면 국내산 날개 황민경의 공격력은 아쉬웠다. 하지만 미들 블로커(센터)로 나선 정지윤(19)의 맹활약이 있어 한국배구연맹(KOVO)컵 챔피언을 제압할 수 있었다.

프로배구 수원 현대건설은 17일 경기도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도드람 V리그 여자부 공식 개막전 홈경기에서 서울 GS칼텍스를 세트스코어 3-2(19-25 25-22 25-21 20-25 15-9)로 이겼다.

터키리그 득점 2위에 오르며 베스트7에 든 윙 스파이커(레프트) 루소는 동료 미들 블로커(센터) 이다현 말 맞다나 ‘배구도사’다운 플레이로 기대를 충족시켰다.

루소(왼쪽 두 번째)가 기대에 걸맞은 활약으로 개막전 승리를 견인했다. [사진=KOVO 제공]

키 187㎝ 루소는 GS칼텍스 장신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메레타 러츠(206㎝)에 맞서 1세트부터 9점(공격성공률 60%)을 폭발시켰다. 2세트에도 7점을 내는 등 이날 뛰어난 완급조절 능력을 선보이며 블로킹 4개, 서브에이스 2개 포함 총 28점(공격성공률 40.74%)을 생산했다.

이숙자 KBSN스포츠 배구 해설위원은 “루소가 수비도 받아주고, 서브도 잘 넣어주고 있다. 외인이 아니라 국내선수가 한 명 더 있는 것 같다”며 팔방미인 루소를 칭찬했다. 5세트 결정적인 서브에이스를 작렬하는 등 승부처마다 한 수 위 기량을 과시했다.

반면 루소와 함께 공격진을 구성한 고예림과 황민경은 2세트까지 도합 2점에 머물렀다. 황민경의 장점인 서브에이스가 나오지 않았고, 고예림이 2점 기록한 게 전부였다. 3세트 이후 고예림은 살아났지만 황민경의 공격효율은 좀처럼 올라오지 않았다.

여러 가지 문제에 기인했다. 지난 시즌까지 주전으로 뛰던 세터 이다영(인천 흥국생명) 이적 후 세터 이나연, 이다인과 손발을 맞추고 있지만 아직까지 호흡이 완벽하지 않다. KOVO컵까지 이나연과 주로 호흡을 맞췄지만 최근 들어 이다인의 비중이 이나연과 동등해졌다. 이날 이다인 선발 투입은 예상 외 카드였다.

또 고예림과 황민경 모두 팀에서 리시브, 연결 등 궂은 일을 도맡고 있다. 수비에서 큰 비중을 담당한 탓에 상대적으로 공격은 중앙에 쏠렸다. 중앙은 현대건설의 강점이기도 하다.

높은 타점과 넓은 시야로 늘 제 몫을 하는 지난 시즌 최우수선수(MVP) 양효진의 활약(18점)은 예상 가능했다면 정지윤이 보여준 화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정지윤(가운데)이 센터와 라이트를 오가며 맹활약했다. [사진=KOVO 제공]

센터지만 속공과 이동공격 상황에서 날개 공격수처럼 큰 스윙으로 거침없이 공을 때렸다. 어렵게 올라온 공도 자신 있게 처리해준 덕에 4년차 세터 김다인도 자신감이 붙었다. 이날 무려 21점을 뽑았다. 블로킹은 단 1개뿐이었다. 3세트까지 공격성공률은 무려 60%. 공격점유율 22.22%로 양효진(20.92%)보다 앞섰다.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은 “정지윤은 올 시즌 센터와 라이트를 겸한다고 보면 된다. 센터 비중이 좀 더 높다. 1~4세트는 훈련대로 했고, 5세트에는 완전히 라이트로 섰다. 15점 짧은 승부기 때문에 높이와 공격력으로 싸워야하지 않을까 싶어 라이트로 돌렸다”고 설명했다.

루소에 대해선 “컵 대회 때는 몸 상태가 완벽하게 올라오지 않았다. 지금은 몸이 많이 올라왔다. 블로킹을 이용하는 공격, 타점 잡고 때리는 공격 등 여러 부문에서 제 몫을 충분히 해주는 선수”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루소는 경기를 마친 뒤 “우리는 더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시즌을 통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여러 포메이션을 소화할 수 있는 게 우리 장점인데 더 안정될 것”이라는 말로 자신감을 나타냈다.

변칙의 중심에 정지윤이 있다. “내 몸만 따라준다면, 팀에 도움이 된다면 다양한 역할을 맡고 싶다. 내게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시즌을 치를수록 상대가 나에 대한 분석을 많이 해 더 쉽게 막아낼 수 있게 될 것이다. (양)효진 언니처럼 여러 코스를 때리려고 하고 있고, 또 날개로도 서기 때문에 점수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단 연결이 좋은 정통 세터 스타일의 이다인과 경험이 많고, 이동공격 등에 강점이 있는 이나연 투 세터 체제를 가동한다는 점 또한 현대건설의 변화무쌍한 전술의 바탕 중 하나다. 정지윤과 루소가 좀 더 공격에 치중할 수 있는 것 역시 황민경과 고예림이 수치로 잘 표현되지 않는, 보이지 않는 도움을 많이 주기 때문이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