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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엘보' 정찬성, '여우' 오르테가전 복수-타이틀샷 다 놓쳤다 [UFC FIGHT NIGHT 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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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엘보' 정찬성, '여우' 오르테가전 복수-타이틀샷 다 놓쳤다 [UFC FIGHT NIGHT 180]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10.18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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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박재범에 대한 복수도, 챔피언을 향한 발걸음도 모두 무산됐다. 또 엘보에 당했다. 

정찬성(33·코리안좀비MMA·AOMG)은 18일 오전(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야스 아일랜드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FIGHT NIGHT) 180 메인이벤트 페더급 매치에서 브라이언 오르테가(29·미국)에 심판 전원일치 0-3(45-50 45-50 45-50) 판정패했다.

“판정까지 가겠다”고 게임 플랜을 제시했던 정찬성이지만 이 같은 결말을 기대한 건 아니었다. 영리한 오르테가에 제대로 한 방 먹었다.

정찬성이 18일 브라이언 오르테가와 UFC 파이트 나이트(FIGHT NIGHT) 180 메인이벤트 페더급 매치에서 쉽게 정타를 날리지 못하고 패배했다. [사진=UFC 페이스북 캡처]

 

페더급 랭킹에서 정찬성은 4위로 2위 오르테가에 도전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정찬성의 우위를 점쳤다. 이유는 명확했다. 2013년 8월 조제 알도에 어깨 탈구 부상 속 패한 정찬성은 이후 5경기에서 4승을 챙겼다. 야이르 로드리게스에게 내준 1패도 경기 종료 1초를 남기고 ‘럭키 엘보’에 맞아 당한 결과였지만 시종일관 경기력은 앞서 있었다.

더구나 정찬성은 미국 원정훈련 등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며 약점을 지웠다. 강점인 스트라이킹은 물론이고 그라운드 기술에 있어서도 일취월장했다. 주짓수로 붙어도 오르테가에 밀리지 않는다고 자신했을 정도였다.

반면 오르테가는 2018년 12월 맥스 할로웨이에게 커리어 첫 패배를 당한 뒤 2년 가까이 옥타곤에 오르지 못했다. 링 러스트(장기간 실전경험 부족으로 인한 부진) 우려도 따랐다.

이겨야 할 명분도 확실했다. 둘은 당초 지난해 12월 부산에서 맞붙기로 돼 있었는데, 오르테가의 부상으로 무산됐다. 대체 상대인 프랭키 에드가를 꺾은 정찬성은 오르테가가 “도망갔다”며 맞붙고 싶지 않다고 전했는데, 이에 오르테가는 분개했다.

오르테가는 지난 3월 UFC 248이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정찬성이 자리를 비운 사이 동석한 정찬성의 소속사 사장 박재범의 뺨을 때리고는 홀연히 사라졌다. 둘의 경기가 성사될 수밖에 없는 스토리가 만들어졌다. 정찬성 또한 오르테가에 대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인간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오르테가(오른쪽)는 레그킥과 잽 펀치로 정찬성의 전진을 막았다. [사진=UFC 페이스북 캡처]

 

오르테가를 잡아야 할 이유는 또 있었다. 이 경기의 승자는 타이틀샷을 약속 받았다. 은퇴를 생각하고 있는 정찬성이지만 그 시기를 미뤄둔 이유는 챔피언에 대한 욕심 때문이었다.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정찬성은 자신감이 넘쳤다.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이 경기는 스트라이킹만 아니라 주짓수, 레슬링 또한 가능하다. (녹다운 승리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 MMA 경기로서 이기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 예상과는 달랐다. 1라운드는 탐색전 양상이었다. 타격에 우위가 있는 정찬성은 거리를 좁히려 했고 오르테가는 반대로 거리를 주지 않으려고 애썼다. 큰 힘싸움 없이 라운드를 마쳤다.

2라운드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몇 차례 펀치를 정타로 연결하며 기세를 잡아가던 정찬성은 라운드 막바지 뒤엉킨 상황에서 오르테가가 휘두른 백스핀 엘보에 제대로 맞았다. 이후 휘청였고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추가 타격 없이 라운드를 마친 게 다행일 정도였다.

영리한 경기 운영으로 타이틀샷을 따낸 오르테가. [사진=UFC 페이스북 캡처]

 

로드리게스전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었다. 당시 다 이긴 경기에서 정찬성은 1초를 버티지 못했다. 경기 내내 시간을 벌려는 로드리게스의 도발을 다 받아주는 태도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후 방심을 경계하는 계기가 됐다고도 전한 정찬성이었지만 다시 한 번 엘보에 고개를 숙였다.

이후 정찬성은 2라운드 초반과 같은 흐름을 되찾지 못했다. 우위를 잡은 오르테가는 더욱 영리하게 경기를 끌고 갔다. 레그킥으로 타격을 주면서도 정찬성이 무리하게 들어오는 것 같을 때 잽을 날렸다. 차곡차곡 점수를 쌓아갔다.

3라운드까지 판정에서 밀렸다. 이젠 한 방을 노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정찬성은 쉽사리 돌진하지 못했다. 설상가상 오르테가의 머리와 충돌해 눈 부위가 찢어져 피가 흘렀다. 정찬성에겐 신경써야 할 게 하나 더 생겨났다.

5라운드를 앞두고 에디 차 코치는 “펀치로 KO를 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찬성이 이를 모를 리 없었지만 쉽게 전진하지 못했다. 오르테가는 대놓고 수비적으로 백스텝을 밟았고 정찬성에게 공격 기회를 주지 않았다. 

엄청나게 큰 피해를 입은 것까진 아니었지만 전략에서 완전히 패한 경기였다. 실전엔 나서지 않았지만 오르테가는 2년 사이 크게 발전해 있었다. 오르테가는 종합격투기 통산 전적 15승 1패, 정찬성은 16승 6패가 됐다.

뼈아픈 패배가 챔피언을 노리는 정찬성에겐 다시 한 번 절치부심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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