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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V리그 복귀, 그 누가 의심했나 [여자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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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V리그 복귀, 그 누가 의심했나 [여자배구]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10.22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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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그 누가 의심했던가. 김연경(32·인천 흥국생명)은 역시 김연경이었다.

김연경이 11년 만에 V리그로 돌아왔다. 여전한 월드클래스 기량을 뽐내며 여제의 귀환을 알렸다. 김연경을 앞세운 흥국생명은 지난 9월 한국배구연맹(KOVO)컵 결승전 패배를 설욕하며 자신들이 왜 강력한 우승후보인지 다시 증명했다.

흥국생명은 2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20~2021 도드람 V리그 여자부 서울 GS칼텍스와 방문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9-27 30-28 26-28 25-17)로 이겼다.

해외를 돌고 돌다 11시즌 만에 V리그 무대를 밟은 김연경은 서브에이스 4개 포함 25점으로 승리에 앞장섰다. 2009년 4월 11일 GS칼텍스와 챔피언결정전 7차전 매치포인트를 따낸 이후 11년 만에 국내 리그 경기에 뛰게 됐으니 매 세트 감회가 남달랐을 터다.

김연경이 2세트 백어택 성공 후 포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흥국생명은 비시즌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국가대표 윙 스파이커(레프트) 이재영을 잡고, 세터 이다영을 영입하며 전력을 강화했다. 게다가 김연경까지 연봉 3억5000만 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에 데려왔으니 ‘1강’으로 불린 건 당연했다.

전승을 넘어 무실세트 우승 전망까지 나오던 때 V리그 전초전 격인 KOVO컵 결승에서 GS칼텍스에 셧아웃 완패했으니 여자배구판은 한층 흥미로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더 큰 관심이 쏠린 흥국생명의 시즌 첫 공식경기였다. 홈 팀 GS칼텍스에 따르면 이날 장충체육관에는 56개 언론사 소속 취재진 77명이 몰릴 만큼 취재열기가 상당했다. 사전 취재신청 현황을 기준으로 하니 현장에는 훨씬 많은 인원이 함께했다고 볼 수 있다. 워낙 취재진이 많아 양 팀 감독 사전 인터뷰는 기자회견실이 아닌 관중석에서 진행할 정도였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앞서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KOVO컵 결승 패배로 예방주사를 맞았다"며 더 나은 경기력을 예고했다. 올초 복근 부상을 입은 김연경의 몸 상태도 점점 올라오고 있다. 

특히 KOVO컵에선 새 주전 세터 이다영을 비롯해 주전이 3명이나 바뀐 탓에 호흡이 아쉬웠다. 이재영을 향한 목적타 서브에 리시브가 흔들리자 이다영은 ‘믿을맨’ 김연경에게 토스를 집중시켰는데, 이를 포착한 GS칼텍스가 블로킹 높이를 높이고 끈끈한 대각 수비를 펼치며 막아냈다.

GS칼텍스 완승에도 불구하고 장기전인 리그에선 흥국생명의 위력이 배가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흥국생명은 이날 GS칼텍스와 1~3세트 모두 듀스까지 가는 접전을 벌이는 와중에도 승부처에선 한 수 위 기량을 보였다. 그 중심에 김연경이 있었다.

김연경을 앞세운 흥국생명이 GS칼텍스에 설욕했다. [사진=연합뉴스]

1세트 김연경은 4점, 공격효율 7.14%에 그칠 만큼 막혔다. 하지만 외국인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루시아가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한 덕에 숨통이 트였다. 27-27에서 루시아가 백어택으로 세트포인트를 만들자 김연경이 서브에이스로 끝냈다.

1세트 부진에 스스로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던 김연경은 2세트부터 본격적으로 활약했다. 27-28 듀스에서 리시브를 받은 뒤 특유의 각 깊은 스파이크로 듀스를 만들었다. 29-28에서도 GS칼텍스 외인 러츠의 스파이크를 가뿐히 받아내며 세트스코어를 2-0으로 벌렸다.

3세트 23-17까지 앞섰던 흥국생명은 GS칼텍스 러츠를 막는 데 실패하며 세트를 내주고 흔들렸다. 그때 김연경이 해결사로 나섰다.

4세트 20-16, 22-16에서 연속해 서브에이스를 기록하며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결국 공격성공률을 42.55%까지 끌어올린 채 마쳤다. 경기 내내 또 작전타임 때마다 동료들이 처지지 않도록 격려하는 등 주장으로서 면모도 인상적이었다.

김연경은 경기를 마친 뒤 중계방송사 SBS스포츠와 인터뷰에서 “긴장도 많이 했다. (KOVO컵에서) 안 좋은 모습으로 졌기 때문에 분석도 많이 하고 비디오도 많이 봤는데, 그래서인지 생각이 더 많았다”면서 “앞으로도 경기가 계속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잘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은 김연경 공격력을 떨어뜨리기 위해 키 206㎝ 최장신 라이트 러츠가 김연경(192㎝)을 블로킹 할 수 있도록 로테이션을 짰다. 김연경은 “러츠랑 계속 맞물렸기 때문에 많은 생각이 필요했다. 러츠를 피하면 수비가 있고, 수비를 피하면 러츠가 있어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후반에 풀렸다”고 돌아봤다.

김연경은 강타와 연타를 고루 섞어가며 GS칼텍스 수비를 공략했다. [사진=KOVO 제공]

김연경이 자리를 비운 11년 동안 V리그 수준이 많이 올라왔다. 박미희 감독은 “리그가 상향평준화됐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김연경 역시 “나도 같은 생각이다. 모든 팀들이 너무 잘하고 있다. 오늘 GS칼텍스도 너무 잘했던 것 같고,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실력이 비슷해졌다고 생각한다”고 동조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그는 “어리다고 생각했던 이재영, GS칼텍스 강소휘, 이소영 등 후배들이 이제 팀 주축이 돼 있다. 자랑스럽다. 한국배구 수준이 많이 올라왔다는 걸 느낀다”고도 덧붙였다.

오는 2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대전 KGC인삼공사와 벌일 흥국생명의 홈 개막전은 KOVO컵 결승과 마찬가지로 광고가 붙는 KBS 2TV에서 생중계된다. 김연경 효과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오는 31일부터 각 경기장 수용인원 최대 30%까지 관중을 들이고, 11월 부터 이를 50%까지 상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연경을 보기 위해 많은 팬들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 아랑곳 않고 체육관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김연경은 “이렇게 오랜 만에 돌아오게 됐는데 많은 분들이 성원을 보내주셔서 힘이 난다. 시즌은 기니까 점점 좋아지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힘줬다. 또 “지난 시즌 관중으로 장충체육관을 찾은 적 있는데, 당시 뜨거운 열기에 가슴이 벅차올랐던 기억이 있다”며 “빨리 팬들이 가득한 경기장에서 뛰고 싶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그는 이날도 세트를 거듭할수록 더 나은 활약을 보였다. 박 감독 역시 김연경의 몸 상태가 80%정도까지 올라왔다고 했던 만큼 경기를 치를수록 더 플레이 완성도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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