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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이글스 아이러니, 프로야구 역대 영구결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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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이글스 아이러니, 프로야구 역대 영구결번은?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10.23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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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우승 트로피보다 영구결번 개수가 많다.’ 

KBO리그(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를 관통하는 문장이 아닐까 싶다. 

현 한화의 상징과 같은 김태균(38)이 지난 21일 현역 은퇴를 발표했다. 올 시즌 최하위를 확정한 한화는 영건들 중심으로 전력 재편을 시작했다. 팔꿈치 충돌증후군으로 재활 중이던 김태균도 후배들의 길을 터주고자 20년 프로 생활에 스스로 마침표를 찍었다. 

구단은 레전드 칭호를 예약한 김태균 은퇴에 최고 예우를 약속했다. 현재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관중 입장이 제한적인 탓에 은퇴식은 내년 성대하게 열 계획이다. 

구단 역대 4번째 영구결번도 유력하다. 프로 2년차 때 잠시 10번을 썼지만 이후 17년동안 등번호 52번을 달고 뛰었다. 현재 모두 구단에 몸 담고 있는 장종훈(35번) 1군 수석코치, 정민철(23번) 단장, 송진우(21번) 2군 육성코치의 뒤를 이을 전망이다. 아직 확정된 건 없지만 내년 은퇴식 준비 과정에서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김태균이 은퇴한다. 등번호 52는 영구결번 지정될 전망이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영구결번은 구단과 리그에 큰 존재감을 보인 ‘대선수’에게만 주어지는 최고 영예 중 하나다. 자신의 등번호를 다른 선수에게 물려주지 않고 영원히 보전하니 육신은 그라운드를 떠나도 그 활약만큼은 길이 아로새긴다는 취지다.

프로스포츠 최초 영구결번은 1935년 미국프로풋볼(NFL) 뉴욕 자이언츠의 레이 플래허티가 남긴 1번이다. 미국프로야구(MLB)에서는 4년 뒤 뉴욕 양키스 루 게릭(4번)이 영구결번 선수가 됐고, 최초 흑인선수 재키 로빈슨의 등번호 42는 전 구단 영구결번으로 지정됐다.

올해로 출범 39년째인 KBO리그에선 역대 14명만 영구결번 스타로 이름을 올렸다. 

1986년 OB(현 두산) 베어스 김영신(54번)이 최초였다. 당시 자신의 부진한 성적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구단에서 애도하는 의미로 지정했다.

이후 1996년 해태(현 KIA) 타이거즈 선동열(18번), 1999년 LG 트윈스 김용수(41번), 2002년 OB 박철순(21번), 2004년 삼성 라이온즈 이만수(22번), 2005년 한화 장종훈(35번), 2009년 한화 정민철(23번), 송진우(21번), 2010년 삼성 양준혁(10번), 2011년 롯데 자이언츠 최동원(11번), 2012년 KIA 이종범(7번), 2013년 SK 와이번스 박경완(26번), 2017년 LG 이병규(9번), 삼성 이승엽(36번)까지 뒤를 이었다. 

구단별로 따지면 한화와 삼성이 나란히 3명씩 영구결번 선수를 지정해 가장 많다. 김태균까지 명단에 추가되면 한화는 4명째 배출한 최초의 구단이 된다. 1999년 이후 우승이 없는 한화에서 영구결번이 가장 많은 아이러니다. 구단 레전드들이 현재 단장(정민철), 코치(장종훈, 송진우) 등 주요 직책을 맡고 있는 한화 팀 컬러가 느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김태균은 22일 은퇴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쏟아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후배들이 김태균이 못 다한 우승 한을 풀 수 있을까.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김태균은 정확성과 힘을 겸비한 프로야구 최고 우타자 중 하나였다. 2001년 천안북일고를 졸업하고 1차 지명으로 입단한 뒤 곧장 신인왕을 차지했다. 일본프로야구(NPB)에서 활약한 2년을 제외한 18시즌 모두 이글스에서만 뛴 ‘원클럽맨’이다. 

통산 2014경기 타율 0.320 2209안타 311홈런 1358타점 1141볼넷 출루율 0.412 장타율 0.516 OPS 0.937을 기록했다. 통산 타율 5위, 안타, 타점, 출루율 3위, 홈런 11위, 볼넷 2위에 오른 채 떠난다. 우타자 기준으로는 타율, 안타, 타점, 출루율, 볼넷 1위다. 또 우타자로는 유일하게 통산 300홈런 2000안타를 작성했다. 

홈런왕과 타격왕도 차지한 바 있고, 골든글러브도 3회 수상했다. 출루율 1위로 시즌을 마친 것도 4회나 된다. 2016~2017년에는 86경기 연속 출루로 한미일 신기록도 세웠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아시안게임 금메달 등 국가대표로도 남 부러울 것 없는 커리어를 쌓았다. 한 가지 남은 통한은 리그 우승이 없다는 것. 그는 22일 은퇴 기자회견에서 “시즌 시작하기 전 ‘성적으로 보답하겠다’, ‘우승의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했는데 약속을 한 번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며 “후배들이 한을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밝히며 눈물을 쏟아냈다.

애도 의미에서 영구결번된 김영신을 제외하면 우승 없이 영구결번된 선수는 이병규가 유일하다. 한화의 영구결번 3인방 장종훈, 정민철, 송진우는 1999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합작했다.

한화와 인연은 은퇴 후에도 이어간다. 구단은 김태균 의사를 반영해 내년 시즌 그를 스페셜 어시스턴트로 위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김태균은 팀 내 주요 전력관련 회의와 해외 훈련 등에 참가하는 단장 보좌 어드바이저 역할을 담당한다. 그가 말한 대로 밝은 미래를 그려갈 후배들은 이글스에 KBO리그 두 번째 우승 트로피를 안길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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