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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vs바르셀로나, 코로나시대 엘클라시코 : 그 역사적 의미 [김의겸의 해축돋보기]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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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vs바르셀로나, 코로나시대 엘클라시코 : 그 역사적 의미 [김의겸의 해축돋보기]⑩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10.24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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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해버지(해외축구의 아버지)'로 통하는 박지성이 지난 2005년 7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 진출한 이래 대한민국 축구팬들은 주말마다 해외축구에 흠뻑 빠져듭니다. 그 속에서 한 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흥미로울 법한 이야기들을 인물을 중심으로 수면 위에 끄집어내고자 합니다. 고성능 돋보기를 갖다 대고 ‘숨은 그림 찾기’라도 하듯. [편집자 주]

24일 오후 11시(한국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프 누에서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간 2020~2021 라리가(스페인 1부리그) 첫 ‘엘클라시코(El Clásico)’가 열립니다.

라리가 최다우승 1, 2위(레알 34회·바르셀로나 26회)에 빛나는 두 구단입니다. 리그 역대 상대전적은 73승 35무 72패로 레알이 근소 우위이며, 서로를 상대로 나란히 288골씩 넣을 만큼 팽팽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세계축구 최상위 레벨 라이벌전으로 꼽히는 양 팀의 이번 맞대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사상 처음 무관중 경기로 열린다는 측면에서 또 색다른 의미를 갖습니다.

이번 해축돋보기 시간에는 엘클라시코 역사를 돌아보고, 2020년대 코로나 시대를 맞아 개최되는 이번 경기 의의를 짚어볼까 합니다.

2020년대 첫 엘클라시코가 열립니다. [사진=라리가 제공]

◆ 엘클라시코, 그 희비쌍곡선

우선 지난 90년간 엘클라시코 역사를 10년 단위로 끊어 시대별로 살펴볼까요?

△ 1920년대 : 1929년 2월 첫 엘클라시코가 성사됐습니다. 
△ 1930년대 : 레알이 8-2 대승을 챙겼는데, 이는 역대 엘클라시코 가장 큰 점수 차 경기입니다.
△ 1940년대 : 스페인 전역에서 양 팀을 둘러 싼 라이벌전 분위기가 본격 태동합니다.
△ 1950년대 : 1959년 2월 엘클라시코는 스페인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TV 생중계됩니다. 서상원 라리가 한국 주재원은 “이 경기 2주 전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두 도시에선 TV가 품절될 정도였다”며 그 열기를 설명합니다.

1940년대 엘클라시코 라이벌십이 본격적으로 태동합니다. [사진=라리가 제공]

△ 1960년대 : 전성기의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아르헨티나)가 레알을 이끌던 시기입니다. B팀 홈구장은 그의 이름을 따 명명됐죠. 현재는 A팀 안방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가 보수공사 중이라 홈경기가 ‘에스타디오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에서 진행 중입니다. 디 스테파노는 엘클라시코 사상 레알 최다득점 2위(16골, 1위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18골)입니다.

△ 1970년대 : 1970~1971시즌부터 아약스의 유러피언 컵(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전신) 3연패를 이끈 요한 크루이프(네덜란드)가 큰 기대 속 바르셀로나로 이적한 뒤 1973~1974시즌 우승을 견인합니다.
△ 1980년대 : 레알이 1985~1986시즌부터 무려 5연패를 달성하며 전성기를 구가합니다. 
△ 1990년대 : 선수로서 전설이 된 크루이프가 감독으로 부임하자마자 바르셀로나가 정상을 탈환합니다. 그가 이끈 ‘드림팀’은 1991년부터 4년 연속 리그를 제패했고, 1992년에는 UCL 출범 이래 첫 트로피도 거머쥡니다. 

1994~1995시즌에는 이색 기록을 남겼습니다. 호마리우(브라질)가 가세한 바르셀로나가 5-0 대승을 거두자, 그 다음 대결에선 레알이 5-0으로 반격에 성공했죠. 현역 시절 로날드 쿠만(네덜란드) 현 바르셀로나 감독이 득점하며 5-0 승리에 앞장섰고, 이듬해 레알이 설욕할 때는 루이스 엔리케(스페인)가 레알 소속으로 골을 넣었죠. 엔리케는 2015년 바르셀로나의 UCL 포함 트레블을 이끌었으니 참 아이러니합니다. 

요한 크루이프, 호나우지뉴, 리오넬 메시는 시대를 대표한 바르셀로나 에이스였습니다. [사진=라리가 제공]

△ 2000년대 : 호나우지뉴(브라질)가 바르셀로나 암흑기를 걷어냅니다. 2004~2005시즌부터 2연속 우승 성과를 냈고, 2005~2006시즌 UCL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올립니다. 특히 2005년 겨울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엘클라시코에서 멀티골을 터뜨리며 3-0 완승을 주도한 뒤 레알 팬들의 기립박수를 받은 건 아직까지 회자되는 사건입니다. 베르나베우를 방문한 선수 중 기립박수를 받은 건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 이후 처음이었고, 바르셀로나 소속으로도 최초였습니다.

△ 2010년대 : 현 바르셀로나 주장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가 엘클라시코 역사상 최다득점자(리그 18골 포함 총 26골)로 등극합니다. 2017년 후반 추가시간 결승골을 뽑아낸 뒤 레알 팬들에게 자신의 등번호 10을 가리킨 사건은 축구 팬들 뇌리 속에 강렬하게 남아있죠.

라리가는 코로나 시대 첫 엘클라시코를 맞아 전 세계에 홍보하는 데 열을 올렸다. [사진=라리가 제공]

◆ 코로나 시대 첫 엘클라시코

2020년대를 여는 첫 엘클라시코입니다. 코로나19 여파로 팬들과 현장에선 함께할 수 없습니다만 라리가 사무국은 스페인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인 라리가 그 '시즌90'의 백미인 엘클라시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서상원 라리가 주재원은 “축구산업 위기는 스페인 산업 위기와도 연결된다”고 설명합니다. 스페인 GDP(국내총생산) 1.37%가 축구산업에서 나옵니다. 18만 개 일자리를 직간접적으로 창출하고 있다고 하니 라리가가 스페인에서 갖는 의미는 말 그대로 ‘축구 그 이상’입니다.

이번 엘클라시코는 ‘직관(직접 관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집관(집에서 관전)’하는 전 세계 축구 팬들을 위해 각종 최신 중계기술이 총망라됩니다. 증강현실(AR) 중계는 이미 도입된 지 오래며 360도 리플레이는 물론 1인칭 시점 중계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드론을 활용해 다양한 영상미를 제공할 뿐 아니라 수시로 화려한 인포그래픽이 화면을 수놓을 예정입니다.

축구라는 드라마 ‘라리가’ 시즌90의 하이라이트와 같은 경기입니다. 사무국은 '엘클라시코'라는 영화를 만나기 앞서 전 세계 랜드마크에 엘클라시코로 가는 콘셉트의 레드카펫을 깔았습니다 영국, 미국, 호주뿐 아니라 세네갈, 인도, 콜롬비아, 타지키스탄 등에서 만나볼 수 있고, 전 세계 곳곳에서 100개 이상 관련행사를 진행합니다. 한국에선 지난 20일 미디어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했고, 본 경기 때는 조원희(수원FC)의 유튜브 채널 ‘이거해조 원희형’을 통해 콘텐츠가 나갈 계획입니다. 스포티비(SPOTV)에서 독점 중계합니다.

지네딘 지단(왼쪽)과 로날드 쿠만. 양 팀 레전드가 감독으로 맞대결을 벌입니다. [사진=라리가 제공]

◆ 쿠만 VS 지단, 메시 VS 라모스

지난여름 쿠만 감독이 바르셀로나 지휘봉을 잡으면서 양 팀 레전드들이 감독으로서 지략 대결을 벌이게 돼 흥미를 더합니다.

지네딘 지단 감독은 결과만 놓고 봤을 때 레알 역사상 가장 성공한 감독입니다. 현역 시절 2001~2002시즌 UCL 4강에서 바르셀로나를 유린했고, 바이어 레버쿠젠과 결승전에서 발리슛 결승골로 우승까지 일궈냈죠. 2015~2016시즌부터 전무후무한 3연속 UCL 우승 감독이 됐고, 라리가에서도 2회(2017, 2020년) 트로피를 획득했습니다.

쿠만 감독은 1989년 입단해 크루이프 감독 시대 빌드업의 중심이었습니다. 드림팀의 아이콘이었던 그는 국가대표팀 포함 253골을 넣어 역대 최다득점 수비수로 꼽힙니다. 1992년 UCL 결승 연장전에서 프리킥 골을 작렬하기도 했죠.

라리가 시즌90 엘클라시코 주연은 단연 메시(왼쪽 첫 번째)와 세르히오 라모스(왼쪽 두 번째)입니다. [사진=라리가 제공]

바르셀로나에선 발롱도르 6회로 최다 타이틀을 보유 중인 메시가 선봉에 서고, 레알에선 라리가 사상 최다득점 수비수인 세르히오 라모스가 맞섭니다. 두 사람은 엘클라시코 최다출전 1, 2위를 달리고 있기도 해요. 지금껏 라모스가 44경기, 메시가 43경기를 소화했습니다. 

공교롭게 메시는 레알을 상대로 최근 425분 동안 골 침묵하고 있습니다. 16차례 슛이 모두 무위로 돌아갔죠. 비시즌 구단 수뇌부와 갈등을 겪은 메시가 '바르셀로나 심장' 명성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바르셀로나가 2020년대 첫 엘클라시코에서 균형을 맞출 수 있을지 시선이 집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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