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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254] 하빕, 게이치 잡고 은퇴선언 '마이클 조던처럼'... '아! 정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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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254] 하빕, 게이치 잡고 은퇴선언 '마이클 조던처럼'... '아! 정다운'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10.26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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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어찌 보면 당연했던 승리보다는 이후 밝힌 깜짝 발언에 더욱 시선이 집중됐다.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던 라이트급 세계 최강 하빕 누르마고메도프(32·러시아)가 옥타곤을 떠난다.

하빕은 25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야스 아일랜드에서 열린 UFC 254 메인이벤트 라이트급 타이틀전에서 저스틴 게이치(31·미국)를 2라운드 1분 34초 서브미션(트라이앵글 초크)로 잡아냈다.

타이틀 3차 방어이자 종합격투기 29전 29승. 어쩌면 하빕은 패배를 몰랐던 지구 최강 사나이의 불패신화는 영원히 기록될 지도 모르겠다.

하빕 누르마고메도프가 25일 UFC 254에서 저스틴 게이치를 물리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UFC 트위터 캡처]

 

하빕의 레슬링에 넘어가지 않겠다고 자신하던 게이치는 1라운드 하빕의 테이크다운을 막아낸 뒤 레그킥과 강력한 펀치로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하빕에겐 레슬링만 있는 게 아니었다. 레슬링에 철저히 대비하고 온 게이치를 향해 의외의 펀치를 쏟아 부며 분위기를 가져왔고 이후 소나기 펀치로 흐름을 되찾았다. 결국 1라운드가 마무리되기 전 테이크다운에 성공하며 우위를 점한 채 1라운드를 마쳤다.

정작 맞닥뜨리니 다부졌던 각오가 무색해진 게이치는 레그킥을 앞세워 더욱 단단히 문을 걸어잠그려 했다. 하빕에게도 적잖은 타격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탓일까. 하빕의 주먹이 나오는 순간 다시 레그킥으로 맞서려던 게이치가 쓰러졌다. 하빕이 순식간에 뒤로 파고들어 테이크다운을 해낸 것. 예상 외 일격에 당한 게이치가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하빕은 트라이앵글 초크로 탭을 받아냈다.

승리를 챙긴 하빕은 옥타곤 바닥에 쓰러져 한동안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가장 감격스러운 순간 지난 7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작고한 아버지가 떠올랐기 때문.

게이치를 잡아낸 뒤 옥타곤 바닥에 엎드려 눈물을 쏟아낸 하빕. [사진=UFC 트위터 캡처]

 

마이크를 잡은 뒤엔 “아버지가 없는 상황에서 싸우는 것에 큰 의미를 느끼지 못하겠다”며 은퇴를 선언했다. 이어 하빕은 오픈 핑거 글러브를 링 위에 고이 올려둔 채 경기장을 떠났다.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이 떠오르는 행보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 시카고 불스에 3연패를 안긴 조던 또한 그랬다. 유독 각별했던 아버지 제임스 조던이 10대 강도에게 당해 유명을 달리한 것. 팀 역사상 첫 스리핏을 달성한 가장 기쁜 순간에 오열한 그는 아버지와 추억이 깃든 야구선수 길로 전향했다.

조던의 이후 행보를 통해 하빕의 미래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조던은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는데,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보였지만 리그가 파행을 맞았고 때마침 불스도 어려움을 겪어 결국 농구계로 돌아온다. 몸 상태를 회복한 조던은 다음 시즌부터 다시 스리핏을 이뤄내며 농구의 신으로 등극했다.

코너 맥그리거는 은퇴를 전략적으로 사용한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은퇴와 복귀를 수차례 반복했다. 하빕이라고 마음을 되돌릴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격투기 팬들 또한 하빕의 은퇴를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기에 언젠가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거두지 않고 있다.

정다운(왼쪽)은 화끈한 엘보 공격에도 1,2라운드 열세를 뒤집지 못해 무승부 판정을 받았다. [사진=UFC 트위터 캡처]

 

이날 타이틀전만큼 관심을 받았던 건 ‘천재 신예’ 정다운(27·코리안탑팀)의 3연승 여부였다. 상대는 베테랑 파이터 샘 앨비(34·미국). 승리가 유력해 보였다. 그러나 결과는 3라운드 스플릿 판정 1-1(29-28 28-29 28-28) 무승부였다.

48경기나 치른 백전노장은 역시 노련했다. 1,2라운드 큰 타격 피해를 입힌 것은 아니었으나 차곡차곡 포인트를 쌓아갔다. 굳이 우위를 따지자면 앨비 쪽에 가까웠다.

TFC 무대를 거친 정다운은 지난해 UFC 데뷔 후 거둔 2연승 포함 12연승을 달렸다. 첫 경기 서브미션으로 승리를 따냈던 그는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경기에서 펀치로 KO를 따냈다. ‘천재’라는 수식어도 붙었다.

이대로 무너질리 없었다. 이번엔 엘보라는 창을 예리하게 갈고 닦았고 3라운드 근접전 도중 오른쪽 팔꿈치 공격으로 앨비를 쓰러뜨렸다. 이후 공세를 펼쳤다.

앨비는 크게 흔들렸다. 정다운은 KO를 얻어내기 위해 더 과감하게 앨비에게 다가섰고 한 차례 더 강력한 엘보 공격을 상대 안면에 꽂아 넣었다.

KO 시키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다고는 해도 승리를 의심할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UFC는 역시 임팩트보다는 포인트였다. 큰 타격 없이도 테이크 다운 후 상위 포지션만 잡고 버텨도 승리를 챙겨가는 경기가 수두룩하다. 정다운도 실망했다. 경기 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내가 부족해서 이기지 못했다. 스승님과 코리안탑팀 식구들에게 죄송하다”고 자책했다.

강력한 엘보로 확실한 무기 하나를 더 확보한 건 수확. 억울함을 없애기 위해선 스스로 경기를 끝내야 한다는 교훈도 얻었을 것이다. 결과는 아쉬웠지만 또 한 번 성장했다는 걸 입증했다는 것에 위안을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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