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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금융 펠리페-KB손보 케이타, 남자배구 순위판 흔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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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금융 펠리페-KB손보 케이타, 남자배구 순위판 흔들까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10.26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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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지난 시즌 나란히 봄 배구 진출에 좌절했던 남자배구 안산 OK금융그룹과 의정부 KB손해보험이 새 시즌 1라운드에 만만찮은 전력을 뽐내고 있다. 각각 ‘1강’ 인천 대한항공과 전 시즌 1위로 마친 서울 우리카드를 잡아냈다.

앞서 양 팀의 외국인선수 선발은 엇갈렸다. 

만년 하위권 KB손해보험은 혁신을 위한 승부수를 띄웠다. 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권을 얻자 모우모리 케이타(19·206㎝·말리)와 계약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반면 OK금융그룹은 본래 발탁했던 미하우 필립(25·폴란드·197㎝)이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하자 우리카드와 재계약에 실패한 펠리페 알톤 반데로(32·204㎝·브라질)를 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으로 외인을 뽑아야 했기 때문에 안전한 선택이 줄을 이었다. 앞서 세 시즌이나 V리그를 경험한 펠리페는 적응이 따로 필요 없었다. 

아직 몇 경기 치르지 않긴 했으나 케이타와 펠리페가 예상을 뛰어넘는 활약으로 양 팀의 반등을 이끌 것이란 기대감을 자아낸다.

V리그 4년차 펠리페가 새 시즌 활약을 예고한다. [사진=KOVO 제공]

OK금융그룹은 25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도드람 V리그 남자부 대한항공전에서 세트스코어 3-2(25-16 25-19 18-25 21-25 25-23)로 이겼다. 본래 15점만 내면 끝나는 5세트에서도 듀스를 거듭하며 25점 승부를 벌인 끝에 따낸 값진 승점 2다. 지난 시즌 상대전적 1승 4패 절대 열세를 뒤집고 개막 2연승(승점 5)을 달렸다.

펠리페는 양 팀 통틀어 최다인 32점(공격 성공률 60.41%)으로 맹활약했다. 대한항공 아포짓 스파이커 안드레스 비예나(194㎝·스페인)가 컨디션 난조로 부진한 것과 대조를 이뤘다. 스페인 국가대표팀에서 유러피언 컵 예선에 출전하느라 뒤늦게 합류한 비예나는 이날 6점, 공격효율 13.33%에 그쳤다. 

3세트부터 임동혁이 비예나를 대신하며 분위기 반등을 이끌고 승부를 5세트까지 끌고 갔지만 비디오판독으로 판정이 계속 번복되고, 듀스의 듀스가 이어진 혈투 끝에 OK금융그룹이 웃었다. 펠리페는 5세트에 무려 77.78%의 공격성공률로 8점이나 더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석진욱 OK금융그룹 감독은 수원 한국전력과 만난 지난 22일 “훈련 때 항상 진지한 펠리페는 범실도 많지 않다. 동료들에게 ‘범실은 팀에 마이너스 요인’이라는 조언도 한다. 좋은 외국인 선수 들어와서 정말 다행”이라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석 감독은 “펠리페는 오픈 공격으로 랠리를 끝내는 힘이 있는 선수는 아니다. 하지만 기교가 있다”며 “경기를 치를수록 팀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4시즌 연속 대체선수로 V리그 코트를 밟게 됐지만 지난 시즌 1위 팀 주포답게 안정감 있는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팬들 역시 ‘왜 펠리페는 늘 대체선수에 머무는 것이냐’며 반문하는 이유다.

케이타(오른쪽)는 데뷔전부터 40점을 폭발시켰다. [사진=KOVO 제공]

KB손해보험 케이타는 연습경기에서 보여줬던 탁월한 운동능력을 실전에서도 제대로 발휘했다. 23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우리카드를 세트스코어 3-1(29-27 24-26 25-20 25-18)로 잡는 데 앞장섰다. 우리카드는 3연패(승점 1)에 빠졌다.

베일에 싸였던 케이타가 데뷔전부터 40점(공격성공률 53.84%)을 폭발시켰다. 이상열 KB손해보험 감독은 앞서 “발전 가능성은 굉장하지만 나이가 열아홉이라 그런지 잘하는 날이 딱 19% 정도”라고 밝혔지만 이날 연신 상대 블로커 위에서 하이볼을 처리한 뒤 화려한 세리머니를 펼치며 실력과 스타성 모두 뽐냈다.

이 감독은 케이타 혈기에 기대를 건다. “애가 고삐 풀린 망아지 같다. 그걸 보고 뽑았으니 제어할 생각은 없다”며 “그런 면이 장점이 될 수 있다. 안 다치고 이 상태로 계속 가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점프나 타점이 천안 현대캐피탈 2년차 기량을 꽃 피운 다우디 오켈로(201㎝·우간다)보다도 높다. “다우디는 차분하고 성실한 장점이 있는 선수지만 우리 팀에서 성적을 내려면 다우디보다 월등해야 한다”는 말로 케이타가 다우디 이상 해줘야만 목표한 바에 도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상열 KB손해보험 감독은 케이타의 거침 없는 패기에 기대를 걸고 있다. [사진=KOVO 제공]

케이타의 이날 공격점유율은 58%에 달했다. 어린 선수라도 일정이 빠듯한 V리그에서 매 경기 모든 세트 50% 이상의 공을 처리하다보면 무리가 올 수밖에 없다. 기복을 줄이려면 이날처럼 김정호, 김동민 등 국내파 날개 공격진의 활약도 동반돼야 한다.

이상열 감독은 케이타의 흥에 대해서도 “법을 어기는 게 아니면 놔둬야 한다. 그러면서 자기 컨디션도 좋아지고 다른 선수들도 흥이 나서 컨디션 좋아지는 게 아닌가”라며 껄껄 웃었다.

케이타 역시 “내가 나의 흥을 돋우기 위함이다. 더 열심히, 집중해서 하게 된다”고 했다. 한 손을 쫙 펴서 얼굴 앞에서 흔드는 세리머니는 “아무도 막을 수 없다는 뜻이다. 상대 블로커들 위에서 다 때릴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케이타는 “아직 내 경기력을 찾는 과정이다. 초반에 범실도 많이 나와 아쉬웠다. 오늘보다 더 잘할 수 있다. V리그 경험을 통해 리더 자질을 갖출 수 있을 것 같다. 내 미래 경력에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며 “쉽지 않겠지만 우승이 목표”라는 패기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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