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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열 감독 '여유' 화법, KB손해보험 체질개선 될까 [남자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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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열 감독 '여유' 화법, KB손해보험 체질개선 될까 [남자배구]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10.28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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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특유의 거침없는 언변은 여전하다. 대학 무대, 해설위원을 거쳐 프로 사령탑으로 데뷔한 이상열(55) 의정부 KB손해보험 감독이 팀 분위기 쇄신에 앞장서고 있다.

KB손해보험은 27일 경기도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도드람 V리그 남자부 1라운드 홈 개막전에서 수원 한국전력을 세트스코어 3-1로 제압하며 2연승을 달렸다. 

지난 두 시즌 연속 봄 배구와 거리가 먼 6위로 마친 KB손해보험이다. 특히 직전 시즌에는 개막전 승리 뒤 4경기 연속 5세트에서 패하며 기세가 꺾였다. 이후 연패 숫자가 12까지 늘어날 만큼 깊은 수렁에 빠지기도 했다.

이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연패에 익숙했지만 연승에는 익숙하지 않은 팀이다. 사실 오늘 경기 욕심이 났지만 선수들에게 티는 안 냈다”며 선수단 부담을 덜어주는 데 힘 쓰고 있다고 밝혔다.

이상열 감독이 케이타 경기력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사진=KOVO 제공]
이상열 감독이 KB손해보험 체질 개선을 노리고 있다. [사진=KOVO 제공]

시즌 초반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말리 출신 19세 어린 재능 노우모리 케이타는 스파이크 높이가 372㎝에 달할 만큼 높은 타점의 공격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2경기에서 도합 72점을 쓸어담았다. 공격성공률, 점유율 모두 50%를 상회했다. 특유의 세리머니와 패기는 KB손해보험에 늘 부족했던 자신감과 여유를 불어넣는 요소이기도 하다.

역전패가 많았고, 큰 점수 차로 앞설 때도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던 KB손해보험이다. 이상열 감독은 체질 개선에 나섰다.

이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전에는 이기고 있을 때도 뒤집히는 일이 많았는데, 최근 연습경기들을 돌아보면 지고 있다가도 역전하는 일이 많이 생겨 기분이 좋다”며 “잘 못했을 때도 유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1세트 잘했기 때문에 2세트는 못할 수도 있다고 봤다. 잘 버텨줘서 선수들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어 “다가올 인천 대한항공전(25일)에 집중할 뿐이지 ‘1라운드 몇 승을 따내야지’ 하는 목표는 없다. 이제 2경기 했을 뿐이다. 연승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우쭐하면 큰 일 난다. 심하게 얼어 있는 친구들이다. 이기면서도 걱정하는 친구들이라 ‘감독이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만큼 분위기를 풀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날 경기 앞서 “오늘도 이기면 다음 경기가 있는 날 바로 체육관으로 와도 된다”는 농담성 공약으로 선수들 마음의 짐을 덜어주기도 했다.

이상열 감독은 선수단에 여유를 불어넣고 있다. [사진=KOVO 제공]

코트 위 리더이자 분위기메이커로 자리매김한 막내 케이타에 대해서도 너그럽게 멀리보고 기다려 주겠다는 방침이다. 

“입국하자마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이라 고민이 많았다. 보질 못했으니. 연습 첫 날 (기량을) 보고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코치들이 주말에도 운동을 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지만, 알아서 잘 하는 선수라고 생각해 기다리면 올라올 것이라고 봤다”고 돌아봤다.

아프리카 출신에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10대 젊은 피다. 한국의 추운 날씨, V리그의 빠듯한 일정, 세리머니를 자중하는 문화에도 적응해야 한다. 이날도 2세트 극심한 난조에 빠졌지만 3세트부터 다시 상대 코트를 맹폭했다.

이상열 감독은 “케이타 스스로 신이 나도록 해줘야 한다. 사무국에 DJ를 부르자는 농담도 했다. 다음 경기에는 금테를 두른 말리 국기도 걸 계획”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범실이 많은 점에 대해선 “많이 때리기 때문에 범실이 많다. 야구에서도 홈런 타자가 삼진이 제일 많은 법이다. 만약 시건방지게 한다고 하면 제재가 들어가겠지만 늘 열심히 한다. 공을 때리겠다는 욕심이 강하다. 겁이 없어 발전 가능성이 크다”며 “동료들이 좀 더 자신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세터 황택의도, 국내 선수들도 케이타의 플레이 덕에 힘이 날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김정호(사진)가 바뀐 팀 분위기를 전했다. [사진=KOVO 제공]

2018~2019시즌부터 KB손해보험 유니폼을 입고 있는 윙 스파이커(레프트) 김정호는 이상열 감독의 노력을 체감한다.

“감독님이 재치 있는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 오늘도 농담으로 분위기를 밝게 해주셨다. 이기고 있을 때 불안해하는 경향을 없애려고 많이 연습했다. 경기하다 보면 불안한 면이 나올 때가 있는데, 감독님께서 계속 풀어주려고 하시고 선수들도 조금씩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작년에는 부담도 많았는데, 올해는 많이 줄었다. 연차가 쌓이면서 부담은 내려놓고, 팀에 필요한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며 “우리가 엄청 약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강한 상대는 오히려 좀 더 내려놓고 할 수 있다”는 그의 말에서 KB손해보험이 새 시즌 임하는 각오를 알 수 있다.

이상열 감독이 한 세트 안에서도 기복이 심한 KB손해보험 경기력을 잡아낼 수 있을까. 강력한 우승후보 대한항공과 일전에서 그 기세가 시험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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