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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준 못 도운 쿠에바스-김재윤-조현우, KT 쓰라린 첫 가을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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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준 못 도운 쿠에바스-김재윤-조현우, KT 쓰라린 첫 가을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11.09 2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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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지휘봉을 잡고 처음 치르는 가을야구. 이강철(54) KT 위즈 감독의 계획은 완벽했다. 8회초 2사전까진.

KT는 9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0 신한은행 SOL(쏠)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 2-3으로 졌다.

잘 싸우고도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 81.3%(26/32)를 두산에 넘겨줬다. 2,3,4차전이 더 중요했다고는 하지만 너무도 뼈아픈 패배였다.

잘 던지던 소형준(오른쪽)이 위기에 몰리자 마운드에 모여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는 KT.

 

창단 첫 가을야구. 백전노장 박경수(36) 조차도 처음 겪는 포스트시즌이었다. 2위로 먼저 기다리고 있었지만 오히려 쫓기는 쪽은 KT였다.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두산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경험 때문이었다.

이강철 감독은 경기 전 “1차전 이기면 정말 좋지만 오히려 2~4차전에서 승부수가 될 것 같다. 그래서 2~4차전 승부수를 걸까도 했는데 그래도 1차전을 피할 수는 없어서 소형준을 1차전에 투입했다”며 “소형준이 잘 풀어준다면 의외로 쉽게 갈 수도 있을 것 같다. 혹시 지더라도 우리의 승부처는 2~4차전이라고 선수들에게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형준은 기대 이상의 투구를 펼쳤다. 7회 2사까지 무실점 호투. 2명의 주자를 남겨두고 나갔지만 구원등판한 주권이 실점 없이 위기를 넘겼다.

상대 선발 크리스 플렉센을 공략하지 못하는 건 달리 방법이 없었다. LG와 준PO에서도 플렉센은 6이닝 11탈삼진 무실점 피칭하며 언터처블 모드였다.

고졸루키 소형준은 7회 2사까지 무실점 피칭하며 기대 이상의 역할을 해냈다.

 

이후 투수는 예고한대로 윌리엄 쿠에바스. 다만 이강철 감독의 말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이 감독은 4차전 선발 예정인 쿠에바스가 불펜 대기할 것이라면서도 등판 조건으로 “소형준이 평균 5이닝을 던지니까 상황에 따라 이길 수 있으면 쿠에바스가 끝까지 간다”며 “소형준이 6이닝까지 가면 쿠에바스 아낄 수 있다. 동점 상황에서는 안 쓰고 1~2점차에서는 1이닝 맡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소형준은 5이닝을 넘어 6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그러나 8회초는 양 팀이 0-0으로 맞선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이 감독은 쿠에바스를 등판시켰다. 계획에서 어긋난 결정은 악수가 됐다. 쿠에바스는 첫 타자 최주환에게 몸에 맞는 공을 던지더니 정수빈의 희생번트와 오재일의 내야 안타로 1사 1,3루를 자초했다.

불펜 피칭격으로 쿠에바스를 내보냈던 이강철 감독은 11구만 던지게 하고 쿠에바스를 내렸다. 4차전 선발엔 큰 무리가 없을 만한 투구였다. 다만 결과는 좋지 않았고 이는 자칫 4차전 선발로 나설 쿠에바스에도 부담이 될 수 있는 결과였다.

또 이 감독은 경기 전 “오히려 두산이 낫다는 생각도 했다. 두산이 강한 공을 워낙 잘 치는 타자들이 많아서 제구와 변화구를 던지는 투수에게는 조금 약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는데 힘 실린 속구로 승부하는 김재윤을 구원 등판 시켰다.

8회초 KT 3번째 투수 김재윤의 빠른공을 공략해 적시타를 터뜨리는 두산 허경민.

 

그리고 결과는 2실점. 속귀 위주로 던지던 김재환은 김재환에게 5구 포크볼을 던져 1타점 선제 적시타를 맞았고 허경민에겐 속구만으로 승부하다가 다시 한 번 적시타를 허용했다.

KT는 8회말 플렉센을 강판시키며 동점을 만들었지만 이후에도 기회를 살려가지 못했다. 9회말 마운드엔 김재윤이 계속 올라왔다. 첫 타자 김재호에게 속구를 맞아 안타를 내주더니 도루까지 허용했다. 오재원의 희생번트로 1사 3루.

두산은 대타 김인태를 내세웠고 KT 벤치도 마운드에 올랐다. 조현우가 공을 넘겨받았다. 올 시즌 54경기에서 5승 1패 1세이브 9홀드 ERA 3.09로 KT의 핵심 불펜 역할을 해준 조현우. 그러나 가을야구 경험이 없는 투수에게 승부처 위기 상황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결국 김인태에게 우전 안타를 내주고 실점한 뒤에야 이닝을 마칠 수 있었다.

8회 혼신의 힘을 써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지만 또다시 넘어간 분위기를 되돌리긴 힘들었다. 결국 KT의 가을 첫 경험은 쓰라린 패배로 막을 내렸다. 선수들은 물론이고 이강철 감독도 사령탑에 오른 뒤로는 처음 나선 경기였기에 KT엔 값진 수업료가 지불해야 했던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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