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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아픈 수원, 위기에 빠진 '블루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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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아픈 수원, 위기에 빠진 '블루타카'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5.14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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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장은·김은선 연쇄 부상 이탈…지옥 일정 후유증까지 겹쳐 미드필드 불안

[스포츠Q 박상현 기자] 현대오일뱅크 2015 K리그 클래식에서 한동안 상승세를 탔던 수원 삼성이 지옥 일정 속에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수원은 1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전남과 대한축구협회(FA)컵 4라운드(32강)에서 2골을 먼저 넣고도 연장까지 3-3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4로 져 16강에 오르지 못했다. 수원이 FA컵에서 실패를 맛본 것은 단순한 패배가 아니다. 수원 역시 전북 현대처럼 K리그 클래식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FA컵까지 우승을 노리고 있었기 때문에 중도 탈락은 서정원 감독의 시즌 구상이 어긋나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틀어진 시즌 운영 계획과 함께 수원의 패스축구도 위기를 맞았다. 이 축구칼러는 이미 지난 시즌부터 서정원 감독이 만들어냈다. 스페인의 티키타카를 본따 '블루타카'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수원 패스축구는 미드필드를 장악, 높은 점유율을 가져가며 유리하게 경기를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주전 미드필더들이 연쇄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어려움을 맞고 있는 것이다.

▲ [수원=스포츠Q 최대성 기자] 수원 삼성 선수들이 1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남과 FA컵 경기에서 승부차기로 져 16강 진출이 좌절된 뒤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톱니바퀴 조직력, 주요부품 2개 고장에 삐걱

수원의 가장 큰 장점은 조직력이다. 부임 3년차를 맞는 서정원 감독은 톱니바퀴처럼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조직력을 만들어냈다. 톱니바퀴가 일부 빠져도 대체 부품으로 만회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수원은 주요부품 2개가 고장나면서 삐걱거리고 있다. 오장은과 함께 김은선까지 수비형 미드필더가 모두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시즌 개막 이전 부상을 당해 아직까지 단 한 경기도 나서지 못한 오장은과 수원의 중원을 지켰다가 역시 부상으로 빠져나간 김은선의 빈자리는 너무나 크다.

서정원 감독은 "오장은, 김은선이 잇따라 다쳐 전력에서 빠져나가면서 수비형 미드필더가 부족하다"며 "부족한 인원으로 계속 경기를 풀어가고 있지만 허리에서 선수층이 얇아지면서 어려운 경기를 펼쳐야만 했다"고 토로했다.

현재 수원의 중원은 백지훈, 권창훈, 이상호 등이 번갈아가면서 맡고 있다. 하지만 사나흘 간격으로 계속 이어지는 빡빡한 일정에 이들도 휴식없이 경기를 치르느라 점점 지쳐가고 있다. 이들의 휴식을 위해서는 조지훈 등 백업 미드필더들의 활약이 필수다. 그러나 이들의 활약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서정원 감독의 머리도 아파지고 있다.

이에 대해 서정원 감독은 "교체카드가 많지 않아 고민이다. 선수들을 고르게 쓰며 로테이션을 하고 있지만 부상자가 나와 빠져버리니 문제점들이 돌출되고 있다"며 "무엇보다도 교체로 출전한 선수들의 활약이 너무나 아쉽다. 백업 선수들이 뒤에서 받쳐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니 후유증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 [수원=스포츠Q 최대성 기자] 수원 삼성 백지훈(오른쪽)이 1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남과 FA컵 경기에서 볼다툼을 하고 있다. 수원은 오장은, 김은선 등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백지훈, 권창훈 등이 중원을 지키고 있다.

◆ 지옥일정 덫에 걸린 수원, 체력안배하다가 오히려 힘 빠져

서정원 감독은 사나흘 간격으로 계속 이어지는 강행군에 대한 어려움도 밝혔다. K리그 클래식과 AFC 챔피언스리그, FA컵 등 3개 대회를 모두 치러야하기 때문에 쉴새없이 경기가 이어지면서 체력이 떨어진 것이다.

3개 대회를 모두 안정적으로 치르려면 체력안배가 중요하다. 주전 선수들의 체력을 최대한 배려해줘야만 다음 경기에서도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수원이 FA컵 경기에서 체력안배를 해주다가 좋지 않은 결과만 안았다.

서정원 감독은 "FA컵도 꼭 잡고 싶어서 베스트를 총동원했고 그 결과 2-0까지 앞설 수 있었다"며 "제주와 K리그 클래식 경기가 있고 다음주부터 AFC 챔피언스리그 16강전이 있어 주요 선수들의 체력을 아끼기 위해 교체카드를 썼는데 이것이 경기를 그르치는 요인이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서 감독은 이날 후반 11분과 후반 17분에 레오와 염기훈을 카이오, 이상호와 교체시켰다. 오는 16일 벌어지는 제주와 K리그 클래식 경기 때문이었다. 특히 염기훈은 교체로 나가기 전까지 정대세의 2골을 모두 어시스트할 정도로 맹활약했지만 서 감독은 체력안배를 위해 빼줬던 것이다.

서정원 감독은 "90분 내에 결정을 지으려고 베스트를 내보냈는데 결과적으로 체력안배 때문에 주전들을 빼주다보니 연장까지 가는 등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갔다"며 "염기훈은 70분만 뛰게 한다고 생각해놨기 때문에 그대로 시행했는데 결과적으로 뺀 것이 패배로 이어졌다"고 아쉬워했다.

수원은 체력을 아끼면서 승리까지 챙기려다가 FA컵도 놓치고 연장까지 치르면서 제주와 K리그 클래식 경기도 부담을 안게 됐다. 서정원 감독 스스로도 "FA컵 패배가 향후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걱정할 정도다. 여기에 백업까지 뒷받침해주지 못해 선수들은 더욱 지쳐간다. 힘이 떨어져가는 수원에 비상등이 커졌다.

▲ [수원=스포츠Q 최대성 기자] 수원 삼성 조지훈(오른쪽)이 1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남과 FA컵 경기에서 상대 슛을 저지하고 있다. 조지훈 역시 수비형 미드필더로 백업 역할을 수행해줘야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별 활약을 해주지 못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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