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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 김원진 애타는 사부곡, 세상에서 가장 슬픈 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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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 김원진 애타는 사부곡, 세상에서 가장 슬픈 금메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1.13 12: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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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기쁨도 잠시. 마치 현진건의 소설 ‘운수 좋은 날’처럼 앞선 기쁨들이 전혀 위로가 되지 못하는 새드엔딩이었다. 태극마크를 달고 처음 메이저 대회 금메달을 따던 날, 김원진(29·안산시청)의 눈엔 기쁨이 아닌 슬픔의 눈물이 가득 차올랐다.

김원진은 12일 카타르 도하 루사일 스포츠아레나에서 열린 2021 국제유도연맹(IJF) 도하 마스터스대회 남자 60㎏급 결승전에서 양융웨이(대만)에 누우면서 던지기 한판승,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이내 김원진의 얼굴은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담은 슬픈 표정으로 바뀌었다.

김원진이 12일 2021 국제유도연맹(IJF) 도하 마스터스대회 남자 60㎏급에서 정상에 올랐다. [사진=국제유도연맹 홈페이지 캡처]

 

세계 12위 김원진은 파죽지세였다. 3회전부터 결승전까지 4경기 연속 한판승을 거두고 세계 정상에 등극했다. 

IJF는 지난해 2월 뒤셀도르프 그랜드슬램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모든 국제대회를 무기한 연기했다. 11개월 만에 열린 대회에서 거둔 성과는 그동안 착실히 훈련을 해온 것을 증명하는 훈장과도 같았다. 

2013년 태극마크를 단 이후 국가대표로서 메이저 대회에서 처음 따내는 금빛 메치기여서 그 값어치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시상대에 오른 김원진은 밝은 미소를 보였다. 

그러나 이내 얼굴은 일그러졌다. 금호연 대표팀 감독에게 무언가 이야기를 전해들은 뒤였다. 아버지 김기형 씨의 별세 소식을 접한 것.

금메달을 목에 건 김원진(왼쪽에서 2번째)은 시상식을 마친 뒤 금호연 감독에게 아버지의 별세 소식을 전해듣고는 오열했다. [사진=국제유도연맹 홈페이지 캡처]

 

어느 부자가 안 그렇겠냐마는 유독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남달랐다. 1남 2녀 중 장남인 김원진이 경기에 나설 때면 아버지는 전국 어느 곳이든, 언제든 달려갔다. 아들에겐 차마 말하지 못했지만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꿈이었다고.

그런 아버지에게 많이 의지했던 김원진도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아버지께 선사하겠다는 꿈. 

올림픽이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전초전 격인 마스터스대회 금메달은 김원진의 자신감을 고취시키기에 충분했다. 

문제는 자신이 유도를 하는 이유 중 큰 몫을 차지했던 커다란 존재 하나가 사라져 버렸다는 것. 마음의 준비도 하지 못한 이별이었다. 故(고) 김기형 씨는 지난 10일 등산 도중 심근경색으로 갑작스레 사망했다.

아버지와 유독 각별했던 김원진(오른쪽)은 눈물을 감추지 못하고 서둘러 귀국했다. [사진=대한유도회 제공/연합뉴스]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에게 금메달을 선물하겠다는 마음 뿐이었던 김원진은 외출도 삼간 채 훈련에 매진하며 대회를 나섰다. 이를 잘 아는 가족들은 대회를 마칠 때까지 김원진에겐 이 소식을 전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처음 소식을 전해들은 김원진은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그러더니 이내 오열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조기 귀국으로 동요될 동료들을 걱정했다.

김원진은 13일 오전 비행기 편으로 귀국한 김원진. 이미 12일 발인은 마무리된 상황. 가족은 유골함을 집에 모셨다가 김원진과 함께 장지로 이동할 예정.

올림픽이 눈 앞에 다가왔다. 안타까운 이별을 했으나 아버지가 그토록 원했던 올림픽 금메달을 영전에 바쳐야 한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 하늘에 계신 그의 아버지 또한 가장 바라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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