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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사병,말리리아,결핵,에이즈,코로나바이러스...세계 역사에서 들춰본 감염병과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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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사병,말리리아,결핵,에이즈,코로나바이러스...세계 역사에서 들춰본 감염병과 인간
  • 이두영 기자
  • 승인 2021.01.15 0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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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이두영 기자] 1년 여 전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COVID-19) 확진자가 1억 명에 육박하고 사망자도 200만 명에 가까워지는 상황이다. 의료 수준이 세계 최고인 미국도 사망자가 지난 주 하루 평균 3,223명에 달했다.

민주당에 의해 탄핵의 대상이 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비이성적인 행보를 보면, 감염병 대유행(팬데믹)에 따른 혼란을 악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코로나19가 없었다면 트럼프가 민주주의의 주축 국가인 미국을 백악관마저 폭도들에 의해 난장판이 되는 지경으로 몰아넣을 수 있었을까?

 

막강한 힘을 가진 지도자나 문화·정치계 인사, 지역이나 국가 공동체가 바이러스나 질병의 영향을 받아 발전 방향, 운명이 바뀐 경우는 역사상 숱하게 많다. 질병이 개인 삶의 행로나 사회 흐름을 크게 변혁시킨 경우들을 알아본다.

코로나19 못지않게 인류를 심하게 괴롭히는 감염병이 있다. 결핵,말라리아,에이즈,독감이 대표적이다.

결핵은 선사시대에도 퍼진 질병이며, 히포크라테스가 살았던 고대에도 발생했다는 기록이 있다. 문학작품 등에서 심한 기침을 하며 피를 토해내는 ‘폐병’으로 잘 알려진 질환이며 비위생적 생활환경에서 크게 확산되므로 후진국병으로 불린다.

슬프게도 201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인구 10만명당 결핵 발생률이 66명에 달해 OECD 국가 중 1위다. 전 세계적으로는 한 해 감염자가 1,000만 명, 사망자는 150만 명에 이르고 있다.

경제발전에 따라 결핵은 사라지는 듯했으나 희망 사항일 뿐이다. 항생제 내성을 보이는 변종 결핵균들이 약 개발 속도보다 더 빨리 나타나서 퇴치가 쉽지 않다.

빅토리아 폭포 근처 리빙스턴 동상. 리빙스턴은 아프리카를 탐험하다가 말라리아 열병에 걸려 사망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인권운동가요 대통령을 지낸 넬슨 만델라는 케이프타운 인근 로벤 섬에 18년 동안 감금돼 지내다가 심한 폐결핵에 걸렸다.

다행히 항생제가 있어서 아파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을 끝낼 수 있었지만 만약 적절한 항생제가 없었다면 대통령 재임은 물론 노벨평화상 수상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1837-1901)에도 결핵환자가 득시글했다. 그땐 매독,페스트,콜레라 등과 달리 결핵은 아름다운 질병으로 여겨졌다. 사회풍토가 창백하고 하얀 피부를 가진 얼굴이 선망되었기 때문이다.

폐결핵 환자로 불후의 명작을 남긴 작가도 즐비하다. 소설 ‘폭풍의 언덕’을 쓴 에밀리 브론테와 ‘제인 에어’를 쓴 샬럿 브론테 등 세 자매는 결핵으로 40세 이전에 다 사망했다. ‘나이팅게일에게’ 등을 쓴 천재시인 존 키츠도 같은 병으로 스물다섯 살에 요절하고 말았다.

영문학사에 큰 획을 그은 애드거 앨런 포는 폐병으로 요절한 아내를 기리며 다수의 시를 남겼다. 애너밸 리, 레 노어, 갈가마귀 등이 그런 작품이다. 소설가 토마스 만은 그린 ‘마의 산’에서 요양원 결핵 환자들의 일상을 그림으로써 시대의 아픔을 알렸다.

수많은 예술가,철학자 등을 괴롭힌 질병으로 매독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매독은 성기를 곪게 하는 전염병으로 에이즈처럼 주로 성관계에 의해 전염된다. 콜럼버스 일행이 아메리카 인디언과의 접촉에서 옮긴 성병이라는 설이 지배적이다.

1490년대에 매독은 유럽 전역을 강타해 교황,황제 등 숱한 사람을 저세상으로 보냈다.

15세기 후반 샤를 8세가 이끌던 프랑스군은 막강 화력을 앞세워 이탈리아를 공략했다. 밀라노,피렌체,로마 등을 가볍게 접수하고 남부 나폴리까지 입성했다. 그러나 1495년 7월 치른 포르노보 전투는 실익 없는 ‘뻘짓’으로 귀결됐다.

나폴리군이 성병 보균 여성들을 프랑스 병사들에게 보냈고, 그런 줄도 모르고 여자들을 껴안고 희희낙락하던 프랑스군은 줄줄이 목숨을 잃었다. 프랑스군은 눈물 속에 퇴각할 수밖에.

매독은 병사들의 진군 속도에 맞춰 프랑스, 독일,스위스,영국,네덜란드,폴란드,러시아 등 유럽 전역으로 번졌다. 윤락녀 등과 접촉이 많았던 독일 작곡가 슈베르트와, 시인 겸 수필가였던 하인리히 하이네도 매독에 굴복했다. 특히 슈베르트가 31세에 요절한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보들레르, 플로베르, 모파상,마네, 고갱, 베토벤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예술가들도 매독에 시달렸다.

‘짜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로 유명한 독일 철학자 니체도 프랑스-프로이센 전쟁에서 낙마해 후유증을 겪고 매독,치질 등 온갖 질환으로 골골대다가 거의 혼수상태로 말년을 보냈다.

아프리카 서부 말리.
저지대여서 수질오염이 심하고 모기 등 해충이 많은 아프리카 서부.

 

모기가 전염시키는 대표적인 질병은 말라리아다. 특정한 모기가 사람을 물면 혈류에 유입된 원충이 간에 도달해 서식하며 말썽을 일으킨다.

1902년에서 2015년까지 수여된 노벨의학상 중 말라리아와 관련된 것이 5차례나 된다. 이는 말라리아가 그 만큼 치유하기 복잡하고 어렵다는 것을 방증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거액을 기부해 말라리아 퇴치 속도전 등 지구촌 질병 퇴치에 앞장서고 있다.

2018년 기준 전 세계 말리리아 감염자는 2,280만명이며, 한 해 사망자는 40만5천명으로 추산된다. 사망자의 90%가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주민이다.

말라리아가 세계 역사에서 큰 방향타 역할을 한 사건이 있다. 그리스,페르시아,인도를 아우르는 대제국을 건설해 헬레니즘 문화를 창출한 인물이 알렉산드로스(알렉산더) 대왕이다. 그는 이집트 알렉산드리아를 비롯해 정복한 도시에 자신의 이름을 딴 지명을 70개나 지을 정도로 기세등등했다.

하지만 인도에서 바빌론으로 귀환해 아라비아 원정을 준비하던 중 말라리아열로 사망했다. 향년 33세. 그의 사후 제국은 마케도니아,시리아,이집트로 분리됐으니, 만약 열병에 걸리지 않았다면 그의 용맹심과 지략, 진취성으로 미뤄 볼 때 지구상에 어떤 지도가 그려졌을지 흥미로운 상상이 남는다.

에이즈는 1980~1990년대만 해도 걸리면 죽는 병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 덕분에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이다.

성관계등으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되면 면역체계 손상으로 2차 감염이 일어나서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에이즈)이 발현돼 고통이 시작된다.

2018년 기준으로 HIV 감염 상태로 살아가는 사람이 지구촌에 3,790만 명에 이르고, 그 중 2,330만 명이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받고 있다.

에이즈는 1920년대 아프리카 콩고에서 발생했다. 1980년대에는 미국을 강타해 한 해 환자가 10만명에 이르렀다. 테니스 전설 아서 애시, 그룹 퀸의 리드보컬 프레디 머큐리, 농구선수 어빈 매직 존슨 등 대단한 스타들이 에이즈 환자여서 화제가 됐다.

프레디 머큐리가 태어난 잔지바르 섬.
프레디 머큐리가 태어난 잔지바르 섬.

 

탄자니아 잔지바르 섬 스톤타운에서 태어난 머큐리는 폭발적 가창력과 예술가 기질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으나 에이즈에 시달린 끝에 45세에 음악인생을 마감했다.

인도인의 후예이면서 외모,종교관,음악 성향 등에서 경계가 없는 성향으로 독특한 이미지를 구축했던 그는 죽기 음악을 이어갈 수 없는 아픔을 처절하게 드러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구상에서 현재까지 에이즈로 사망한 수는 약 77만 명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보고된 신규 에이즈 감염자 및 환자는 1,222명이다. 그중 20~30대가 63%를 차지했다.

지난 2,000년 동안 전쟁, 전염병, 자연재해를 막론하고 인구 대비 사망자를 가장 많이 낸 것은 페스트다.

이 병은 박테리아에 감염된 쥐벼룩이 매개한다. 페스트균이 쥐벼룩의 소화기에 장애를 유발하면, 쥐벼룩은 살아남기 위해 숙주인 쥐의 몸을 맹렬하게 뜯어먹는다. 이때 쥐벼룩 위 속에 있던, 박테리아에 감염된 내용물이 침샘에 섞여 나온다.

쥐벼룩이 쥐를 옮겨 다니며 피를 빨고 사람 몸에도 붙어서 균은 빠르게 전파된다. 흑사병은 얼굴과 손발을 검게 변화시키기 때문에 흑사병으로 불렸다.

14세기 중반 흑사병으로 유럽인구의 20~30%가 사라졌다. 고대 그리스 패망의 빌미가 된 펠로폰네소스전쟁 때 수많은 병사와 난민들을 죽음으로 내몬 것도 흑사병이었다.

6세기에도 광풍처럼 몰아친 흑사병은 한 권력자의 이름에 먹칠을 했다. 동로마제국(비잔틴제국) 황제 유스티아누스1세가 지배하던 때 흑사병이 창궐했기 때문에 ‘유스티아누스 역병’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검역을 뜻하는 쿼런틴(Quarantine)은 당시 탄생한 용어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배가 입항할 때 멀리 떨어진 섬에 40일 동안 격리해서 페스트에 감염된 사람이 없음을 확인했다. 쿼런틴은 40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Quaranta(콰란타)에서 유래했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 해마다 사망자 30만~60만 명을 기록하는 무서운 역병이다. 변이가 변화무쌍하고 전파력도 좋다. 우리나라만 해도 2015년 이후 사망자가 매년 200명 이상 보고되고 있다.

100여 년 전 서구세계를 휩쓴 스페인독감은 5억 명을 감염시켰고, 보는 이에 따라 다르지만 최대 1억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 배경은 제1차 세계대전이다.

미국에서 발생한 독감이 미국이 연합군으로 참전하는 바람에 철도와 차량, 군인 이동을 통해 유럽으로 들불처럼 확산됐다. 프랑스군과 영국군의 절반 이상이 감염됐고, 독일군도 90만 명이나 감염됐다.

그 결과 1918년 봄 독일군은 서부전선에서 연합군에 대공세를 펼쳤으나 패배하고 말았다. 독감이 유행하지 않았다면 전쟁과 세계 역사는 다른 방향으로 향했을지 모른다.

이 글은 최근 발간된 ‘질병이 바꾼 세계의 역사’, ‘살인 미생물과의 전쟁’을 비롯해서 ‘역사를 바꾼 17가지 화학 이야기’, ‘임페리움’ ‘로마인 이야기’ 등 서적을 참고해서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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