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탬파베이 최지만-KT 주권, 연봉조정 신청 이길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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탬파베이 최지만-KT 주권, 연봉조정 신청 이길 수 있나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1.19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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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지난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포스트시즌에서 코리안리거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준 최지만(30·탬파베이 레이스)과 KBO리그(프로야구) 홀드왕 주권(26·KT 위즈)이 소속팀과 새 시즌 연봉을 두고 합의점을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나란히 연봉조정을 신청했다.  

미국 AP통신과 탬파베이 지역지 탬파베이 타임스는 지난 16일(한국시간) “최지만이 구단과 합의에 실패해 연봉조정 신청으로 간다”고 전했다.

연봉조정 신청은 구단과 선수 의견이 갈려 계약에 실패했을 경우 제3자인 연봉조정위원회가 중재에 나서는 제도다. 조정위원 3명이 양측 의견을 청취한 뒤 한쪽 손을 들어준다.

최지만은 245만 달러(27억 원)를 요구한 반면 구단은 185만 달러(20억 원)를 제시했다. 2018년 풀타임 빅리거가 된 최지만은 이번에 처음 연봉조정 신청 자격을 얻었다.

최지만과 소속팀 탬파베이 레이스가 2021시즌 연봉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사진=AP/연합뉴스]

좌타 최지만은 2020시즌 42경기에서 타율 0.230 3홈런 16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41을 기록했다. 경기수에 차이가 크지만 19홈런 54타점 OPS 0.822를 남긴 2019시즌과 비교하면 아쉬운 활약이었다. 특히 좌완 투수에게 약점을 보였다. 상대 투수 유형에 따라 선발출전 여부가 정해졌고, 시즌 막바지에는 햄스트링 부상으로 결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에선 진가를 발휘했다. 세계에서 가장 몸값이 높은 게릿 콜(뉴욕 양키스)의 천적으로 주목받았다. 월드시리즈에서 한국인 타자 첫 안타를 기록했고, 1루수로선 다리 찢기 수비를 선보여 화제를 불러 모았다.

앞서 현지에선 최지만이 지난해 연봉(85만 달러·9억 원)의 2배가량인 160만 달러(18억 원) 연봉을 수령할 것이라 점쳤다. 연봉조정 신청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현지 전망을 넘어서는 연봉을 받게 된다. 탬파베이 타임스에 따르면 탬파베이는 지금껏 총 11차례 연봉조정 중재에서 5번 졌다. 여섯 번 연속 이긴 뒤 2016년부터 5번 내리 졌다.

최지만은 지난 17일 구단을 저격하는 듯한 SNS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입을 삐죽 내밀며 고개를 흔드는 짧은 영상을 게재한 뒤 피노키오를 닮은 이모티콘을 올렸다. 탬파베이 타임스는 이를 두고 “최지만은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기분을 설명했다. 거짓말쟁이를 뜻하는 피노키오 이모티콘을 SNS에 올렸다”고 전했다.

KBO리그 홀드왕 KT 위즈 주권도 구단이 제시한 새 시즌 연봉보다 더 많은 금액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DB]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10년 만에 연봉조정위원회가 움직인다.

연봉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한 주권과 KT는 연봉산출 근거자료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제출했다. 연봉조정위원회는 25일까지 연봉조정을 마친다. 절충안은 없다. 조정위원회는 주권이 주장하는 2억5000만 원, KT가 책정한 2억2000만 원 중 하나를 택한다.

우완 불펜 주권은 지난 시즌 77경기에 등판해 70이닝을 소화하며 6승 2패 31홀드 평균자책점(ERA) 2.70으로 활약했다. KT 불펜 자원 중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서도 이닝당 출루허용(1.23), 피안타율(0.213) 등 세부수치까지 훌륭했다. 홀드 1위를 차지하며 KT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 공헌했다. 2019시즌 71경기 75⅓이닝을 소화하며 6승 2패 2세이브 25홀드 ERA 2.99를 남겼는데, 미세하지만 좀 더 안정적인 활약을 보여준 셈이다.  

공을 인정한 구단은 2020시즌 연봉 1억5000만 원에서 7000만 원(47%) 인상한 2억2000만 원을 제안했지만 주권은 3000만 원 더 받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역대 연봉조정 신청은 97차례 있었지만 실제로 조정위원회가 열린 건 20차례에 불과하다. 대부분 조정위원회가 열리기 전 조정을 포기했다. 가장 최근 연봉조정을 신청한 건 2012년 이대형(은퇴)으로 조정위원회가 열리기 전 이를 철회, 당시 LG 트윈스가 제시한 연봉 8500만 원에 사인했다. 주권과 KT 간 조정위원회가 성사되면 KBO리그 역대 21번째 연봉조정위원회가 진행된다.

이대호가 롯데 자이언츠와 FA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로 어떤 것을 양보하며 계약에 다다를지 관심이다. [사진=연합뉴스]
마지막으로 연봉조정위원회 중재를 받았던 이대호는 롯데 자이언츠가 제시한 연봉을 받아들여야 했다. [사진=연합뉴스]

마지막 연봉조정위원회는 2011시즌을 앞두고 열렸다. 2010시즌 KBO리그 타격 7관왕에 오른 이대호가 롯데 자이언츠와 연봉 협상에 난항을 겪었다. 조정위원회는 이대호가 요구한 7억 원 대신 롯데가 내민 6억3000만 원이 더 합당한 금액이라고 판단했다.

현재까지 연봉조정 신청에서 구단에 승리한 선수는 류지현(현 LG 감독) 한 명뿐이다. 역대 전적으로 치면 1승 19패. 2002년 류 감독은 전년도(2001년)보다 2000만 원 오른 연봉 2억2000만 원을 요구했고, 구단은 1억9000만 원으로 맞섰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지난 13일 연봉조정을 신청한 주권을 지지하며, 중립적인 조정위원회 구성을 바랐다.

MLB는 구단과 선수 양 측의 신뢰를 얻은 판사, 변호사, 법학자 등이 참석하지만 KBO리그에선 총재가 5명을 지명하는 방식으로 선수에게 불리한 제도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미국은 역대 연봉조정위원회 사례(495회)를 살펴보면 구단-선수 승리 비율(%)이 57.6-42.4로 대등하다. 이대호 이후 10년 만의 조정위원회인데, 에이전트 시스템이 도입된 뒤 첫 연봉조정이라 의미가 남다르다는 분석이 따른다. 여론은 상대적 약자로 볼 수 있는 주권을 응원하는 분위기다.

선수협은 “KBO에 연봉조정을 신청한 주권의 생각을 존중한다. 정당한 선수의 권리 행사로 인정해준 구단에도 감사하다”며 “조정위원회가 중립적이고, 선수와 구단 모두가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는 인사들로 구성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선수가 연봉조정을 신청하기까지는 많은 고민과 용기가 필요하다”며 “연봉조정 신청이 구단에 부당한 요구를 하는 게 아니라, 선수 본인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기회를 요청하는 것으로 인식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많은 구단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스포츠산업 전반이 침체된 시국이라는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최지만과 주권이 원하는 수준의 연봉을 받을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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