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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름 '2억 손배소', 노선영 '공소시효 지났다'? [SQ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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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름 '2억 손배소', 노선영 '공소시효 지났다'? [SQ이슈]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1.20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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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평창동계올림픽 그 후 3년. 김보름(28·강원도청)과 노선영(32)의 싸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스피드스케이팅 팀 추월 ‘왕따 주행’ 의혹의 가해자로 지목받았던 김보름이 이번엔 피해를 주장했던 노선영에게 활을 겨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20일 김보름의 법정대리인인 허원록 변호사는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며 “김보름은 피고(노선영)의 허위 인터뷰로 인해 감당하기 어려운 지탄을 받았다. 그동안 공황장애, 적응장애 등의 증상으로 장기간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많은 계약이 무산돼 경제적으로 큰 피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왕따주행' 가해자로 몰렸던 김보름이 노선영을 상대로 2억 원 손해보상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연합뉴스]

 

사건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김보름은 한국 빙속 기대주였다. 첫 채택된 매스스타트의 금메달 유력 후보이자 여자 팀 추월 에이스이기도 했다. 반면 노선영은 후배인 김보름, 박지우(23)에 비해 다소 기량이 뒤처졌다.

팀 추월 8강전. 노선영은 김보름과 박지우가 결승선을 통과한 한참 뒤에 들어왔다. 팀 마지막 주자의 피니스 라인 통과 기록으로 성적이 좌우되는 팀 추월 특성상 의구심을 자아냈다. 특히 에이스였던 김보름이 노선영을 챙겨 페이스를 끌어올려 주기는커녕 나몰라라 레이스를 펼쳤다는 것이었다.

결승선을 통과한 노선영은 착잡한 표정과 함께 눈물을 터뜨렸고 김보름은 인터뷰에서 노선영을 탓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추후 코치진의 해명도 석연찮았다. 대중은 노선영에게 동정을, 김보름에겐 차가운 시선을 보냈다.

더구나 노선영은 사연 많은 선수였다. 골육종으로 숨진 전 쇼트트랙 대표 고(故) 노진규의 누나인데, 노진규는 국가대표 경기 중 어깨를 다치며 양성 종양 진단을 받았고 대한빙상경기 연맹의 안이한 대처로 일을 키웠고 병세가 악화되며 결국 세상을 떠났다.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도 연맹의 행정 착오로 팀 추월 출전이 무산될 뻔 했다.

노선영은 안쓰러운 선수가, 김보름은 악역이 돼 있었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김보름, 박지우 선수의 자격박탈과 적폐 빙상연맹의 엄중 처벌을 청원합니다’라는 게시글이 올라왔고 60만여 명이 참여했다. 청와대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이에 대한 진상조사를 벌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노선영(왼쪽)을 무시하고 고의적으로 '왕따주행'을 펼쳤다는 논란으로 김보름(가운데)은 거센 비판을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이후에도 시시비비가 명확히 가려지지 않았다. 노선영은 수차례 방송 인터뷰에 나섰으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말은 없었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며 노선영의 발언들에 의심을 품는 이들도 하나 둘 생겨났다. 

문화체육관광부 주도로 이뤄진 조사결과 김보름과 박지우에 대해선 ‘고의성 없음’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경기 막판 의도적으로 가속을 한 것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말끔하게 해결됐다고 보긴 어려우나 잘못을 따지자면 의사소통에 문제를 보인 감독과 팀 플레이에 저해가 될 수 있게 따로 훈련을 하게 둔 관계자들의 탓이 더 컸다.

다만 김보름을 향한 삐딱한 시선은 쉽게 달라지지 않았다. ‘프레임’의 덫에 갇힌 것. 김보름은 스트레스가 심각해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고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도 쉽게 웃지 못했다.

대회 1년 뒤. 김보름이 날을 세웠다. 실상은 자신이 노선영에게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라는 것. “노선영이 훈련을 방해했고 괴롭힘으로 기량이 좋아지기 어려웠다”는 것. 2010년 선수촌 합류이후 욕설과 폭언 등 가혹행위가 지속돼 왔다고 주장했다. “지도자들에게 이야기하면 지도자들이 노선영을 불러 지적한다. 그러면 ‘왜 김보름 편만 드느냐’고 반박해 해결이 안 됐고 지도자들도 ‘그냥 참으라 했다’”고 답답해했다.

평창올림픽 이후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는 김보름(왼쪽에서 3번째)과 노선영(오른쪽). [사진=연합뉴스]

 

 
이어 김보름은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앞으로 선수생활을 더 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저를 지켜봐주시는 국민, 팬분들에게 잘못 알려진 부분, 오해를 풀고 나가야 조금 더 훈련에 집중하고 운동선수로서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을 거 같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2년이 더 흘러 김보름은 다시 한 번 꺼져가는 불씨를 재점화했다. 노선영을 상대로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 1억 원과 재산상 손해 1억 원을 합쳐 2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허 변호사는 “아직도 많은 국민은 진실의 실체를 모른 채 원고를 비난하고 있고 원고는 정신적 충격이 지속돼 소를 제기하기로 한 것”이라고 전했다. 정신적 피해는 물론이고 후원 중단, CF 및 협찬 계약 무산 등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까지도 보상하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자신의 발언에 그쳤던 것에서 나아가 국가대표 동료 선수 5명과 코치 1명의 자필 목격담을 증거 자료로 제출했다.

김보름 측은 소장을 통해 “피고의 진심 어린 사과를 희망했지만 이에 응하지 않았다”며 “오해를 풀지 못하면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도 사건의 실체를 모르는 다수로부터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2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는 김보름이 노선영을 상대로 2억원을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서 김보름과 노선영은 모두 출석하지 않았고 대리인을 통해 입장을 대변했다.

평창올림픽 팀 추월 논란 파급은 이젠 법정으로 자리를 옮겨졌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노선영 측은 제대로 반박하지 못했다. “폭언과 폭행이 운동선수들 사이에서 불법행위가 성립하는지 판단을 따라야겠지만 피고는 원고보다 한국체육대 4년 선배이고 법적으로 사회상규를 위반하지 않은 정도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만약 폭언이 불법행위가 된다 해도 이미 2011년, 2013년, 2016년 일로 불법행위의 소멸시효가 완성됐을 뿐 아니라 이 시점에서 소송을 제기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폭행 사실을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도 큰 일이 아니라는 문제의식을 보여 더욱 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또 “원고가 실제로 소송을 진행하는 것인지 대한빙상연맹이 원고 이름을 빌려서 대리로 진행하는 것인지도 의문”이라고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에 김보름 측은 “협회 차원의 소송이라는 등의 말을 삼가달라”고 반박했다.

노선영 측은 또 “피고(노선영)는 허위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며 “원고의 인터뷰로 국민이 청와대에 청원을 하게 되고 원고가 피고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심리가 필요할 것 같다. 피고 역시 원고의 허위 인터뷰로 정신적으로 고통 받은 점을 고려해 반소를 제기할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양측의 입장을 확인한 뒤 추가로 주장을 입증할 자료와 서면 등을 제출해달라고 당부하고 이날 재판을 마무리했다. 다음 변론기일은 오는 3월 17일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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