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켑카 이글쇼에 당한 이경훈, 다음엔 우승까지! [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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켑카 이글쇼에 당한 이경훈, 다음엔 우승까지! [PGA]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2.09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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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상대는 미국프로골프(PGA) 정상급 골퍼. 막판까지 매섭게 추격했지만 예상치 못했던 ‘이글쇼’에 당했다. 그럼에도 아쉬움보다 기대감이 크다. 이립(而立) 골퍼 이경훈(30·CJ대한통운)의 골프인생이 이제 본격적인 서막을 알렸다.

이경훈은 8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TPC스코츠데일(파71)에서 열린 PGA투어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오픈(총상금 730만 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하나로 3언더파, 68타를 기록했다.

최종 합계 18언더파 266타를 적어낸 이경훈은 마지막날에만 이글 2개로 날아오른 브룩스 켑카(31·미국)에 한 타 뒤져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이경훈이 8일 막을 내린 PGA투어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사진=게티이미지·AFP/연합뉴스]

 

선두에 3타 뒤진 3위로 시작한 4라운드 이경훈은 PGA 데뷔 첫 우승을 노리며 날카로운 샷 감각을 이어갔다. 

2번 홀(파4) 버디를 잡아냈고 15번 홀(파5)에서 세컨드 샷을 벙커에 빠뜨렸음에도 노련하게 탈출해 오히려 타수를 하나 줄이며 공동 선두까지 뛰어올랐다.

문제는 켑카의 무서운 기세였다. 3번 홀(파5)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더니 13번 홀(파5)부터 3연속 버디, 단독 선두로 뛰어올랐다. 특히 15번 홀(파5) 211m 롱아이언 샷을 그린에 올리며 낚은 버디는 환상적이었다.

먼저 17번 홀(파4)에 진입한 켑카는 305m 17번 홀(파4)에서 아이언 티샷을 그린 근처까지 보내더니 감각적인 어프로치 샷으로 칩인 이글을 낚으며 우승을 예감했다.

이경훈도 17번 홀(파4)에서 1.5m 버디를 잡아내며 켑카를 한 타 차로 쫓았다. 켑카가 마지막 홀(파4) 보기로 마무리했지만 이경훈은 10m 버디 퍼트를 아쉽게 놓치며 고개를 떨궜다.

그러나 충분히 만족할 만한 성과다. 2011년 한국남자프로골프(KPGA)에 입회한 그는 2018~2019시즌 PGA에 진출해 아직까지 우승이 없었다. 개인전 종전 최고 기록은 2019년 11월 공동 5위.

이경훈은 날카로운 샷 감각으로 생애 최고 성적을 써냈다. [사진=AP/연합뉴스]

 

올 시즌에도 큰 반전은 없는 것처럼 보였다. 12개 대회에서 6번이나 컷 탈락했고 소니오픈 공동 19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준우승으로 단숨에 내년 투어 카드 확보에 성큼 다가섰다. 페덱스컵 포인트 245점을 더해 지난주 263위에서 142위 오른 48위로 급격한 랭킹 상승을 이뤘다. 주머니도 무거워졌다. 준우승으로 64만9700달러(7억2500만 원)를 챙겼다. 

경기 후 PGA와 인터뷰에 나선 이경훈은 “이번 대회를 통해서 많은 것들을 느끼고 배웠다. 아쉬움도 남지만 너무 잘한 것 같아서 매우 기쁘다”며 “첫날부터 컨디션도 좋고 아이언, 드라이버, 퍼트 등 모든 게 잘 됐고 위기 상황도 잘 막았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부족한 점을 다시 한 번 느끼고 보완한 효과를 봤다. 이경훈은 “아이언 샷 연습을 많이 했던 덕에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며 “샷이 좋지 않을 때는 몸을 못 쓰고 손을 많이 쓰는 편이었다. 몸의 회전 순서를 생각하면서 몸을 잘 쓰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이젠 단숨에 골프계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이경훈은 “이렇게 우승에 근접할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 했다. 마지막 날 경기를 하면서 좀 떨리고 긴장도 많이 했지만 재미있고 흥분이 되는 경험이었다”며 “다음에도 비슷한 기회가 온다면 꼭 기회를 잡고 우승을 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이경훈을 꺾고 정상에 오른 켑카는 부상 등으로 1년 6개월 만에 통산 8번째 승리를 챙겼다. [사진=USA투데이/연합뉴스]

 

켑카의 벽이 높았다. 켑카는 2019년 가을 무릎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고 줄기세포를 활용한 연골 재건술을 받았다. 그러나 한 달 뒤 젖은 바닥에 미끄러지며 다시 부상 악몽에 시달렸다. 탄탄한 근육질 몸매와 완벽한 샷으로 ‘필드의 슈퍼맨’으로 불렸던 그지만 부상 앞에선 힘을 쓰지 못했다. 단단했던 멘탈도 무용지물이었다.

세계랭킹 정상에서 12위까지 떨어졌다. 지난 2개 대회에서도 연속 컷 탈락을 경험했던 그는 2015년 PGA투어 첫 우승을 거둔 피닉스 오픈에서 완벽히 부활했다. 완벽한 샷으로 마지막 라운드 힘을 내며 2019년 7월 월드골프챔피언십(WGC) 페덱스 세인트주드 인비테이셔널 이후 1년 6개월 동안 끊겼던 우승 소식을 전했다. 

경기 후 켑카는 “지난 1년 6개월 동안은 정말 힘든 나날이었다. 과연 재기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 적도 많았다”며 “눈물도 많이 흘렸고 나 자신에게 의구심도 가졌다. 희망도 없었다”고 재활 과정 중 겪은 고통을 생생히 전했다.

강한 정신력이 무기였다.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그는 “항상 우승할 수 있다고 여겼다. 몸이 따라주지 않아도 마음만은 우승할 수 있다고 믿었다. ‘좋아, 기회만 온다면 끝내버리겠어!’라고 나 자신한테 말하곤 했다. 가야 할 길을 걸었고, 좋은 샷과 뛰어난 퍼트를 해내기만 하면 된다. 우승해서 기쁘다”고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상대가 켑카였기에 수긍할 만한 결과였다. 이경훈은 “긴장도 많이 했지만 재미있었다”면서 “많이 배웠기에 다음에 이런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고 꼭 우승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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