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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 교통사고, 천재에게 찾아온 또다른 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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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 교통사고, 천재에게 찾아온 또다른 시련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2.24 12: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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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참 기구하다. 역경을 딛고 부활했던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6)가 또다시 불운의 늪에 빠졌다.

24일(한국시간) 미국 AP 통신 등에 따르면 우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LA) 카운티에서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를 몰다가 전복 사고로 병원에 이송됐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두 다리가 심하게 다쳤다. 사고 당시 스스로 일어설 수 없는 상태였고 복합 골절로 긴급 수술을 받았다.

우즈가 24일 차량 전복 사고로 수술대에 올랐다. [사진=게티이미지·AFP/연합뉴스]

 

소방당국에 따르면 사고 당시 우즈는 의식은 또렷했지만 차량의 심각한 훼손으로 구조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도끼와 끌 등을 이용해 차량 앞 유리로 우즈를 구조해냈다고 밝혔다.

음주 등 운전 장애 상태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정상 속도보다 비교적 빠르게 달린 것으로 밝혀졌다. 사고가 난 도로는 왕복 4차선 도로의 가파른 내리막길 곡선 구간이었는데 평소 사고가 잦은 곳이었다고. 

경찰에 따르면 우즈가 몰던 제네시스는 중앙분리대를 넘어 여러 차례 구르며 반대편 차선의 연석과 나무 등을 들이받았고 도로에서 9m 가량 떨어진 비탈길에서 멈췄다.

우즈가 몰던 차는 현대자동차 2021년형 SUV 제네시스 GV80. 현대차 후원으로 최근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대회 주최자로 최근 캘리포니아주 LA에 머물러왔고 이 곳에 머무는 동안 현대차로부터 GV80을 빌려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 앞부분과 범퍼는 완전히 파괴됐으나 다행스럽게도 에어백이 작동했고 차량 내부 차체가 거의 파손되지 않았고 우즈 또한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있어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었다.

전복된 우즈의 차량. 앞 범퍼 등이 완전히 파손됐다. [사진=EPA/연합뉴스]

 

유독 풍파가 많은 삶이다. 1996년 프로 데뷔한 우즈는 1997년 21세에 마스터스에서 첫 메이저 타이틀을 따고 2000년 24세에 모든 메이저대회(마스터스·US오픈·브리티시오픈·PGA챔피언십)를 제패하는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며 골프황제로서 발걸음을 뗐다. 2008년엔 무릎 연골 등 다리 부상을 안고도 US오픈 정상에 올라 자신의 14번째 메이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그러나 이후 불행 도미노가 시작됐다. 2009년에도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이를 계기로 여러 여성과 바람을 피웠다는 섹스 스캔들이 터지며 곤욕을 치렀다.

주요 스폰서가 다 떨어져 나갔고 고개를 들지 못했던 우즈는 전 부인 엘린 노르데그렌과 이혼한 뒤 2010년 필드에 복귀해 다시 정상에 섰지만 2014년 당한 허리 부상이 고질병이 됐다. 2107년까지 네 차례나 허리 수술을 받았다.

2017년엔 플로리다주 자택 인근 도로에서 자동차를 세운 채 잠이 들어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음주운전 혐의를 받았으나 본인은 진통제 부작용 때문이었다고 해명했다. 세계랭킹은 어느 덧 1000위 밖까지 추락. 우즈의 재기를 누구도 기대치 않았다.

2019년 마스터스 대회 우승 때 우즈. [사진=EPA/연합뉴스]

 

모두가 안된다고 할 때 우즈는 힘을 냈다. 2017년 말 히어로 월드 챌린지에서 공동 9위에 오르더니 2018년 PGA 투어 상위 30명만 출전할 수 있는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5년만의 정상 탈환. 2019년엔 마스터스를 제패하며 감동의 드라마를 썼고 조조 챔피언십에서 PGA 최다승 타이 82승까지 달성했다.

허리가 또 문제였다. 지난달 말 허리 수술을 받아 재활을 받던 중이던 우즈는 이번 사고로 예상보다 더 긴 재활을 거쳐야 하게 됐다. 

따뜻한 격려의 메시지가 잇따르고 있다. 골프 원로 낵 지클라우스는 SNS를 통해 “아내와 함께 소식을 듣고 걱정하고 있다. 수술이 잘 돼 회복하길 바란다”고 했고 세계랭킹 2위 욘 람은 인터뷰에서 “믿기지 않는다. 얼마나 다쳤는지 몰라 걱정스럽다. 하루 빨리 코스에서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절친한 사이인 저스틴 토마스는 눈물까지 보이며 “제일 친한 사람이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에 너무 마음이 아팠다. 창자가 끊어지는 고통”이라며 “자녀들이 걱정된다. 이겨내리라 믿는다”고 격려했다.

역대 최다승 기록까진 단 1승. 그러나 이번에야말로 진짜 재기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우즈가 이전처럼 역경을 딛고 모두를 놀라게 만들 수 있을까. 골프 팬들의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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