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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기성용-맞서는 피해자, 결국 끝까지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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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기성용-맞서는 피해자, 결국 끝까지 가나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3.02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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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피해를 받았다고 말하는 사람보다 혐의가 의심되는 기성용(32·FC서울)이 더 당당하다. 진실공방의 마침표는 법정에서 장소를 옮겨 가려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24일 세상을 놀라게 한 학교폭력(학폭) 폭로가 터졌다. 앞서 프로배구, 프로야구 선수들의 학폭 미투가 터져나왔던 터라 가해자로 지목된 기성용에 대한 시선은 부정적이기만 했다.

그러나 시간이 거듭될수록 상황이 변하고 있다. 기성용은 단호히 맞서고 있고 피해를 주장하는 측에서도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27일 전북 현대와 K리그1 개막전을 마치고 자청해 취재진 앞에 나선 기성용.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기성용의 초등학교 후배 A와 B는 2000년 기성용과 C에게 강제 구강 성교 등 성폭력을 당했다고 밝혔다. 그 피해 사례가 단순 폭력과는 달라 더욱 충격을 자아냈고 큰 파장을 일으켰다.

기성용은 소속사 측을 통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더니 법정대응도 불사치 않겠다고 했다. 이후 오히려 A와 B가 중학교 시절 성 문제로 인해 징계를 받았고 그 피해를 받았다는 이의 증언이 나오며 여론은 빠르게 뒤집혔다.

기성용은 SNS를 통해 “결코 그러한 일이 없었다. 제 축구 인생을 걸고 말씀 드린다. 고통받는 가족들을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동원해 강경하게 대응하기로 했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A와 B의 법정 대리인인 박지훈 변호사는 “기성용이 피해자들에게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건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라며 명백한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했다. 기성용의 인격권 보호를 위해 본인과 소속팀 외엔 자료를 제출하지 않겠다고도 말했다. 다만 비도덕적 행태가 계속되면 공개할 수밖에 없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기성용이 다시 나섰다. 기자회견을 자처했다. 지난달 27일 2021 하나원큐 K리그1 개막전 뒤 자발적으로 공식 석상에 나서 마이크를 잡았다. 경기에선 선발 출전하고도 전반을 채 마무리하지 못하고 교체됐고 팀도 패했으나 피해가지 않았다.

다시 한 번 자신의 가해 혐의가 사실이 아니라고 밝히며 “증거가 있으면 빨리 증거를 내놓기를 바란다. 왜 증거를 얘기 안 하고 딴소리하며 여론몰이를 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앞서 박 변호사는 기성용이 A와 B를 압박하고 회유하는 통화 내용이 담긴 녹취본을 FC서울과 기성용 측에 전달하겠다고 했는데, 기성용은 “(녹음 파일 등이) 안 왔다”며 만나서 사과를 받길 원한다는 A의 입장을 전해 듣고는 “사과할 게 없고 미안한 것도 없다. 너희들이 사과하고 폭로내용에 대한 반박기사를 낸다면 선처하고 만나볼지 생각해보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박 변호사는 “기성용이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 조만간 증거 전체를 공개하겠다”고 맞섰다. 당시 피해 상황에 대한 자료가 존재할 것으로 생각하기는 어려운 가운데 박 변호사 측은 A와 B의 구체적이고 일관된 피해 관련 진술과 기성용과 통화 녹취본 등을 증거로 제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0년도 지난 사건 당시 기성용과 D는 형사미성년자였고 공소시효도 지나 형사 책임을 묻는 것은 불가능하다. 박 변호사도 앞서 이 부분을 인정했다. 민법상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 소멸시효도 지나 민사적으로 배상 받기도 쉽지 않다. 결국 증거를 공개해 여론에 따라 잘잘못을 가릴 것처럼 보였으나 또 한 번 반전이 일었다.

기성용이 강경하게 나서고 있는 가운데 박 변호사는 보도자료에서 기성용을 향해 자신들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해줄 것을 요청했다. 증거는 대중에 공개하는 대신 기성용과 그의 변호사 외에 공개되지 않을 수 있도록 수사기관과 법원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기성용과 피해자들 외에도 다른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것. 기성용은 곧 C씨와 D씨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소하는 동시에 민사적 책임도 물을 것으로 보인다.

K리그가 개막했는데도 많은 관심이 여전히 기성용에게 쏠려 있다. 그러나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짚고 가야할 것은 분명히 짚고 가야 한다. 아직 누구의 잘못인지 명확히 밝혀진 건 없다. 길고 지루한 싸움이 될 수 있지만 보다 명쾌하게 잘잘못을 가려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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