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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성화 봉송도 보이콧, 백신이 치트키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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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성화 봉송도 보이콧, 백신이 치트키 될까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3.03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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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1년을 미룬 도쿄올림픽은 여전히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다. 막말 논란으로 조직위원장이 교체됐고 새로운 수장 또한 과거 행동이 도마에 올랐다. 자국 내에서도 대회 강행에 대한 반대 의견이 많은 가운데 성화 봉송 주자들까지 줄줄이 대열에서 이탈하고 있다. 총체적난국.

그러나 희망 한 줄기가 싹트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보급이 상황을 반전시켜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과연 도쿄올림픽은 일본의 희망처럼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을까.

하시모토 세이코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이 1일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최근까지만 해도 도쿄올림픽에 대한 여론은 좋지 않았다. 심지어 자국에서도 개최를 미루거나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모시 요시로 전 조직위원장은 막말 논란에 중도 하차했다. “여성이 많은 이사회는 (회의 진행에) 시간이 걸린다”며 “(여성들은) 경쟁의식이 강하다. 누구 한 명이 손을 들고 얘기하면 나도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모두 발언하는 것 같다”고 여성을 비하한 것.

그러나 이후 하시모토 세이코 신임 위원장도 과거 피겨 스타 아사다 마오에게 아베 신조 전 총리와 포옹하도록 강요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술에 취한 채 남자 피겨 선수 다카하시 다이스케에게 키스를 퍼붓는 장면이 공개되며 곤욕을 치렀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하시모토 위원장은 “올 여름 도쿄올림픽 개최는 작년 7월 IOC 총회에서 결정된 일”이라며 대회 강행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상황은 그의 의지와는 정반대로 흘러갔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강행 찬성 의견은 10%가 채 되지 않았다. 올림픽 성공 개최의 필수 요소 중 하나인 자원봉사자들의 무더기 사퇴도 악재다. 벌써 그 규모가 1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채화 이후 미뤄졌던 성화 봉송에도 제동이 걸렸다. 오는 25일부터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시마네현 지방정부가 코로나19를 이유로 취소를 검토하겠다고 전했고 성화 봉송 주자로 낙점됐던 연예인들도 속속 보이콧 의사를 밝히고 있다. 가뜩이나 올림픽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뭇매를 맞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가운데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5월 직접 성화 봉송을 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자 다시 한 번 논란이 일고 있다. IOC 위원장은 평창 올림픽 때도 성화 봉송을 했지만 코로나19 시국 속 경호 인력 등 많은 인원을 동원해야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며 민폐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일본은 도쿄올림픽 개최를 위해 백신 접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그럼에도 일본은 자신감이 넘친다. 믿는 구석이 있다. 바로 백신. 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이 진행되고 있고 코로나19 확산세도 주춤해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일본은 지난달 17일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당초 백신 확보 등에 문제가 겪은 뒤에도 도쿄올림픽 이전까지 전 국민 백신 접종을 완료한 뒤 ‘코로나19 프리’를 선언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계획이 틀어져 6월 말까지 의료 종사자와 고령자에게 2회 접종을 마칠 수 있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테니스 메이저대회 호주 오픈과 북미미식축구리그(NFL) 결승전인 수퍼볼 등 커다란 스포츠 이벤트가 관중 입장 속 무사히 치러졌다는 것도 일본의 대회 강행 의지에 불을 붙이는 요인이다.

이날은 IOC와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올림픽 조직위, 일본 정부, 도쿄도 등이 화상 회의를 열어 대회 관중대책을 논의한다. 관중 입장 여부를 언제쯤 결정하고 허용할 경우 그 규모를 결정짓기 위함이다. 대회 개최를 기정사실화 한 것이나 다름없다. 정상 수용과 50% 제한, 무관중 등 3가지 방안 중에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미 막대한 손실을 본 일본으로선 무관중 대회는 어떻게든 피하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내에선 여전히 하루 800여명 이상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사흘 연속 1000명 이하를 기록한 것은 고무적이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는 없는 수준이다. 오사카부 등 6개 광역지방자치단체에 내려진 코로나19 긴급사태도 해제됐다.

4년, 그리고 미뤄진 1년 동안 올림픽만을 바라본 선수들에겐 대회 취소는 꿈에도 상상하기 싫은 일일 수밖에 없다. 대회가 개최된다면 스포츠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할 흥미로운 경기들이 펼쳐질 전망이다. 다만 조급해선 안 된다. 눈앞의 이익만을 바라보다간 자칫 더 큰 것들을 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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