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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지 않는' 시청자들, 설강화는 방송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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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지 않는' 시청자들, 설강화는 방송될 수 있을까
  • 김지원 기자
  • 승인 2021.03.29 1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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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지원 기자] 방영 2회 만에 방송가에서 퇴출당한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에 이어 올 하반기 방송 예정인 JTBC 드라마 ‘설강화’가 도마 위에 올랐다.

정해인과 블랙핑크 지수가 주연으로 나서는 '설강화'는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어느 날 갑자기 여자 기숙사에 피투성이로 뛰어든 명문대생 수호(정해인 분)와 서슬 퍼런 감시와 위기 속에서도 그를 감추고 치료해준 여대생 영초(지수 분)의 사랑 이야기를 담는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설강화'의 시놉시스가 민주화운동 폄훼와 독재 정권 정당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사진=JTBC 제공]
[사진=JTBC 제공]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공개된 시놉시스에 의하면 '설강화'는 "1987년 최루탄이 폭죽처럼 터지던 시대, 여대 기숙사에 피투성이 남자가 뛰어들고, 여학생은 그를 시대를 위해 싸우는 운동권 학생이라 생각해 치료해 준다. 그러나 남자는 무장간첩이었고, '지옥' 같은 훈련에서 살아남은 일당백 용사였다. 조국이 그에게 맡긴 미션을 완수해야 하는 처지에 자신을 살려준 여자에게 사랑에 빠지면서 두 사람의 비극적인 운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내용이다.

누리꾼은 남파간첩이 민주화 운동을 주도한다는 점, 운동권 학생들을 고문한 안기부 팀장을 ‘원칙적이고 열정적이며 대쪽같은 인물’이라고 소개한 점, 안기부 기획수사의 피해자로 대공분실에서 고문을 당했던 실존 인물 '천영초' 민주투사와 같은 이름인 여자 주인공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설강화 촬영을 중지시켜야 한다는 청원글도 올라왔다. 청원인은 "민주화 운동에 북한의 개입이 없다는 걸 몇 번씩이나 증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저 작품은 간첩을 주인공으로 했다"며 "그 외에도 다른 인물들은 정부의 이름 아래 인간을 고문하고 죽이는 걸 서슴지 않은 안기부의 미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6일 게재된 'JTBC의 드라마 설강화의 촬영을 중지시켜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은 29일 정오 기준 11만 7400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왼쪽부터) 배우 정해인, 블랙핑크 지수 [사진=스포츠Q(큐) DB]
(왼쪽부터) 배우 정해인, 그룹 블랙핑크 지수 [사진=스포츠Q(큐) DB]

 

JTBC 측은 26일 입장을 내고 "'설강화'는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고 안전기획부와 간첩을 미화하는 드라마가 결코 아니다"라며 "1980년 군사 정권을 배경으로 남북 대치 상황에서의 대선 정국을 풍자하는 블랙코미디인 동시에 그 회오리 속에서 희생되는 청춘들의 멜로극"이라고 기획 의도를 전했다.

그러면서 "미완성 시놉시스 일부가 온라인에 유출되며 앞뒤 맥락 없는 특정 문장을 토대로 각종 비난이 이어졌지만 이는 억측"이라며 "남파 간첩이 민주화 운동을 주도한다는 소문, 학생 운동을 선도했던 실존 인물을 캐릭터에 반영했다는 설, 안기부를 미화한다는 비판은 제작 의도와 전혀 다르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앞선 '조선구마사'의 선례가 광고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찍이 설강화를 '손절'한 협찬사가 등장한 것. 설강화에 가구를 협찬 중인 흥일가구는 "설강화 이슈를 뒤늦게 접했다. 이에 설강화 측에 가구 협찬 관련 사항을 삭제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전제작으로 이루어진 드라마이기에 100% 제품 철회는 불가능하다하여 최소한의 노출로 요청할 예정"이라면서 "협찬 전 드라마 제작사에 꼼꼼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협찬을 진행하게 되어 심려를 끼친점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대중들과 방송국, 드라마 제작사들은 '조선구마사'가 맞닥뜨린 초유의 사태를 접하면서, 이미 협찬 및 제작 지원이 진행된 드라마도 방송 2회 만에 전면 폐지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국민 정서와 역사 의식을 고려해, 보다 신중한 콘텐츠 제작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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