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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멤버들과 대표팀 그리고 이강인, 유상철을 추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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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멤버들과 대표팀 그리고 이강인, 유상철을 추억하며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6.09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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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2002 한일 월드컵 주역인 유상철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이 가족과 축구인들의 마지막 배웅을 받으며 세상을 떠났다. 4강신화를 함께 이룩한 멤버들은 오랫동안 빈소를 지켰고, 축구 대표팀 소집 관계로 참석할 수 없었던 후배들은 묵념으로 선배를 기리고, 세리머니로 추모했다. 특히 유 전 감독이 첫 축구 스승이나 다름 없는 이강인(발렌시아)은 남다른 감정을 전했다.

췌장암 투병 끝에 지난 7일 향년 50세로 작고한 유 전 감독 장례가 9일 오전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축구인장'으로 치러졌다. 발인 등 장례 절차는 유족 뜻에 따라 가족과 일부 대한축구협회(KFA) 관계자 및 축구인 등만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진행됐다.

유상철 전 감독과 오래도록 국가대표로 호흡을 맞춘 황선홍 전 대전 하나시티즌 감독, 김병지 KFA 부회장, 최진철 전 한국프로축구연맹 경기위원장 등은 고인의 마지막 길까지 함께했다. 유 전 감독은 역시 췌장암과 싸우다 별세한 당신의 어머니 옆에 잠들게 됐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신화를 함께한 멤버들은 오랫동안 빈소를 지켰다. [사진=연합뉴스]
2002 한일 월드컵 4강신화를 함께한 멤버들은 오랫동안 빈소를 지켰다. 왼쪽부터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 김병지 KFA 부회장, 황선홍 전 대전 하나시티즌 감독, 안정환 MBC 축구 해설위원, 현영민 JTBC 축구 해설위원, 이천수 KFA 사회공헌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유상철 전 감독과 함께 4강신화를 쓴 한국 축구 영웅들은 동료의 마지막 길을 함께하기 위해 모였다.

유 전 감독 장례식 둘째 날인 8일 오후 멤버 하나둘씩 빈소를 찾았다. 김병지 부회장을 시작으로 이천수 KFA 사회공헌위원장,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 안정환 MBC 축구 해설위원, 황선홍 전 감독 등이 뒤따랐다. 이어 이운재 전북 현대 코치, 최진철 경기위원장, 김태영 천안시축구단 감독, 이민성 대전 감독, 현영민 JTBC 해설위원, 송종국 FC안양 어드바이저, 이영표 강원FC 대표이사, 최용수 전 FC서울 감독, 설기현 경남FC 감독 등 고인과 피치에서 동고동락한 레전드들이 모였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병지 부회장은 "하루밖에 없는 시간인 만큼 다 같이 조의를 표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모두 한 자리에 모이게 된 배경을 전했다. 각자 일정에 따라 빈소에서 밤을 새우거나, 9일 발인까지 함께했다.

김남일 성남FC 감독은 앞서 8일 오전 조문을 마쳤고, 이을용 전 제주 유나이티드 코치는 근조 화환을 보내는 등 각자 방식으로 고인과 작별을 고했다.

2002 월드컵 때 팀을 지휘한 거스 히딩크 감독은 함상헌 거스히딩크재단 사무총장을 통해 유가족에게 메일을 보내왔다. "오늘 그대를 떠나보낸 건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슬픔이다. 소식을 듣고 가슴이 미어지는 듯했다"며 "나는 그대라는 훌륭한 사람과 같이 일할 수 있었던 영광을 누렸다. 유상철은 나와 한국 모두에게 진정한 영웅이었다"는 애절한 메시지로 슬픈 마음을 대신했다.

4강신화를 이끈 거스 히딩크(오른쪽) 감독도 메일로 유가족을 위로했다. [사진=연합뉴스]
4강신화를 이끈 거스 히딩크(오른쪽) 감독도 메일로 유가족을 위로했다. [사진=연합뉴스]

정몽규 KFA 회장은 "6개월 전 건강이 어떤지 물었다. 당시에는 금방 축구계로 돌아올 듯했는데, 이렇게 빨리 가실 줄 몰랐다"며 "하늘나라에서 편안히 잘 지내시기를 빈다"고 소망했다.

허정무 대전 이사장도 "암 진단을 받았지만 상태가 나아져 '잘 지내고 있구나' 했는데..."라면서 "어느 포지션에서나 제 역할을 해 주던 선수였다. 한일 월드컵 폴란드전에서 골을 넣던 모습이 생각난다"고 추억했다.

취재진 앞에서 한동안 입을 열지 못하던 전달수 인천 대표이사는 "축구인 유상철보다 인간 유상철이 좋았다"며 "인천과 함께 난국을 잘 헤쳐나갈 수 있겠다고 판단해 유 감독에게 같이 해보자고 했다. 내가 부족해 감독님이 먼저 가시는 것 같아 안타깝다. 죄송한 마음"이라고 했다.

현재 인천을 지도 중인 조성환 감독은 화환으로 마음을 대신했다. 구단은 홈구장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 임시분향소를 운영하고 있다. 조 감독과 선수단 일동은 임시분향소에서 슬픔을 달랬다.

이밖에 김병수 강원FC 감독, 신태용 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 박항서 베트남 대표팀 감독, 인천 유스 출신 올림픽 대표팀 공격수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을 비롯해 프로축구단 선수단과 서포터즈 등이 조화를 보냈다. 문재인 대통령과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정치계도 추모 화환을 보내왔다.

전날 유상철 전 감독을 기리는 묵념으로 훈련을 시작한 A대표팀은 유 전 감독 발인날 득점 뒤 유상철 이름과 등번호가 적힌 특별 유니폼을 들고 세리머니를 펼치며 고인을 추모했다. [사진=스포츠Q(큐) DB]
전날 유상철 전 감독을 기리는 묵념으로 훈련을 시작한 A대표팀은 유 전 감독 발인날 득점 뒤 유상철 이름과 등번호가 적힌 특별 유니폼을 들고 세리머니를 펼치며 고인을 추모했다. [사진=스포츠Q(큐) DB]

장례식장에 참석할 수 없었던 현재의 태극전사들도 '대선배' 유상철 전 감독을 기리는 시간을 가졌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은 8일 오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훈련을 시작하기 앞서 센터서클에 빙 둘러서서 고인을 위해 묵념했다. 자신의 우상이고 또 선배이자 스승으로 축구인생에 큰 영향을 끼친 유 전 감독의 때 이른 죽음에 후배들은 평소보다 엄숙한 분위기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며 제주 서귀포에서 전지훈련 중인 '김학범호'도 마찬가지. 강창학공원종합경기장에서 훈련을 시작하기 전 같은 방식으로 유 전 감독을 추모했다.

김학범 감독은 먼저 선수들에게 "많은 업적을 남긴 축구인인데 우리가 '버블 격리' 상태에 있어 가 볼 수 없다. 운동장에서 꽃피우고 간 분이니 우리도 운동장에서 묵념하고 훈련을 시작하도록 하자"고 전했다. 그는 따로 KFA를 통해 "안타까운 일이다. 한국 축구를 위해서 진짜 희생하고 많은 것을 보여줬던 후배인데 짧은 생을 마감하고 우리 곁을 떠나 모든 축구인이 안타까워할 것 같다"고 애석한 심정을 밝혔다.

A대표팀은 9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스리랑카와 카타르 월드컵 2차예선 홈경기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고인의 이름과 등번호가 새겨진 특별 유니폼을 들고 세리머니를 하며 추모했다. 경기 앞서 헌정 영상과 묵념이 진행됐고, 팬들은 유 전 감독이 대표팀에서 달았던 등번호 6에 맞춰 킥오프 후 6분 동안 침묵하며 고인을 기렸다.

이강인은 자신의 첫 축구 스승 유상철 전 감독을 떠올리며 발전을 다짐했다. [사진=이강인 인스타그램 캡처]
이강인은 자신의 첫 축구 스승 유상철 전 감독을 떠올리며 발전을 다짐했다. [사진=이강인 인스타그램 캡처]

특히 축구예능 '날아라 슛돌이'를 통해 유상철 전 감독 지도를 받았던 이강인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슬픈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이강인은 "제 축구 인생 첫 스승이신 유상철 감독님. 제 나이 7살, 축구선수라는 꿈만 가지고 마냥 천진했던 시절 슛돌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감독님을 처음 만나게 됐고, 제게 처음으로 축구 재미를 알려주신 감사한 분이셨습니다. 그때 저는 아주 어린 나이였지만 축구에 있어서 만큼은 제게 항상 진지하고 깊이 있는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그때 가르침이 지금까지 제가 걸어온 축구 인생의 의미 있는 첫걸음이었던 것 같습니다"며 유 감독과 처음 스승과 제자로 만났던 때를 돌아봤다.

이어 "제게 베푸셨던 드높은 은혜에 보답해드리기도 전에 먼저 세상을 떠나셔서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감독님이 제게 그러셨던 것처럼 저도 앞으로 후배들 그리고 대한민국 축구의 밝은 미래와 무궁한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제가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해서 더 좋은 선수가 되는 것이 제가 감독님께 드릴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계신 곳에서 꼭 지켜봐 주십시오"라고 썼다.

유 전 감독은 최근 유튜브 콘텐츠 '유비컨티뉴'를 통해 "건강한 일주일이 주어진다면 (이)강인이 경기를 현장에서 직접 관전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던 터라 진한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그렇게 유상철 전 감독의 동료들과 선후배들이 그가 편히 쉴 수 있도록 저마다 방식으로 작별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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