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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메달 기대주⑧] 안바울 김민종, 명가 자존심 회복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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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메달 기대주⑧] 안바울 김민종, 명가 자존심 회복 위해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7.14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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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연기됐던 2020 도쿄 하계올림픽이 오는 23일 개막한다. 한국 선수단은 전체 33개 정식종목 중 13개 종목에서 금메달 7개, 은메달 11개, 동메달 14개를 획득, 톱10에 진입한다는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스포츠Q(큐)는 대회 전까지 포디엄에 오를 후보들을 종합해 시리즈로 송출한다. [편집자 주]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한국 올림픽 역사상 가장 많은 메달을 안겨준 종목은 무엇일까. 세계 최강 자리를 지키고 있는 양궁, 종주국인 태권도도 아닌 유도다.

1964년 도쿄 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유도는 첫 대회 때부터 한국에 기쁨을 안겨줬다. 1964년 도쿄 대회를 김의태(남자 80㎏)의 동메달을 시작으로 1984년 LA 대회 남자 71㎏급 안병근, 95㎏급 하형주가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의 효자종목으로 자리매김했다.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선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이번엔 유도 강국의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각오를 다지고 있다.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은메달로 고개를 떨궜던 안바울이 도쿄 대회에서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사진=연합뉴스]

 

5년 전 기억이 뼈아프다. 2012 런던 대회 때까지 금메달만 11개를 땄던 한국의 기세는 좋았다. 당시 김원진(안산시청), 곽동한(이상 29·포항시청), 안바울(남양주시청), 안창림(이상 27·KH그룹 필룩스)까지 모두 4명의 세계 랭킹 1위를 보유해 기대감을 잔뜩 드높였다.

그러나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단 하나의 금메달도 수확하지 못한 채 대회를 마무리했다. 안바울이 따낸 은메달이 최고 수확이었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건 리우 대회 남자 66㎏은메달리스트 안바울.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기세를 높이던 안바울은 이듬해 병역특례 봉사활동 서류 조작 의혹으로 6개월 동안 중징계를 받으며 잠시 고개를 떨궜다.

무뎌졌던 실전 감각을 찾느라 고생했지만 바울은 올해 들어 폼을 회복했다. 지난해 그랑프리 결승전에선 대표팀 동료 김임환(한국마사회)을 연장 혈전 끝에 꺾고 정상에 올랐다.

5년 전 국제유도연맹(IJF) 세계 1위로서 올림픽을 누볐던 안바울은 작년 27위까지 떨어졌었다. 올림픽 출전을 위해선 랭킹 18위 안에 들어야 하는데 이후 출전 대회마다 금메달을 쓸어 담는 가파른 상승세로 3위까지 뛰어올랐다. 도쿄에서 리우 한풀이에 나선다.

남자 60㎏급 김원진은 특별한 동기부여를 갖고 대회에 나선다. 지난 1월 도하 마스터스 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부친인 고(故) 김기형 씨의 별세 소식을 접하고 오열했다.

김원진은 올 초 돌아가신 아버지 영전에 금메달을 바치겠다는 각오로 도쿄올림픽을 벼르고 있다. [사진=대한유도회 제공]

 

당시 유가족은 국제대회에 참가 중인 김원진이 흔들릴까 봐 별세 소식을 결승전 후에 알리길 바랐고 김원진은 아버지 영전에 도쿄올림픽 메달을 바치겠다는 각오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5년 전 세계 1위로 기대감을 잔뜩 안고 나섰던 리우에서는 8강에서 통한의 패배를 당했다. 패자부활전에서도 천적 다카토(일본)에 패하며 노메달 수모를 겪었다.

그러나 최근 기세는 기대감을 자아낸다. 도하 마스터스에서 대회 3회전부터 결승전까지 4경기 연속 한판승을 따내며 절정의 기량을 보였다.

남자 100㎏급 조구함(29·KH그룹 필룩스)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리우에서 조기 탈락했으나 2018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주특기 업어치기(끌어당기는 기술)에 리우 대회 이후엔 안뒤축걸기(밀어서 넘어뜨리는 기술)까지 추가한 그는 지난해 2월 세계 1위까지 올라서기도 했다. 실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체급을 가리지 않는다. 무제한급 선수들을 상대로는 힘을 키우고 경량급 선수를 상대하며 빠른 상대와 맞서는 방법을 익히며 도쿄행을 벼르고 있다.

남자 73㎏급 안창림도 한국 유도 간판 선수 중 하나인데 금빛 매치기를 위해선 라이벌 오노 쇼헤이(일본)을 넘어서야 한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석패를 당한 뒤 눈물을 흘린 안창림은 지난해 뒤셀도르프 그랜드슬램 결승에서도 오노에게 절반패를 당했다. 역대 전적은 6전 6패.

라이벌 오노에게 번번이 당했던 안창림(왼쪽)은 이번 올림픽 설욕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계 1위 하시모토 소이치(일본)에겐 최근 3연승을 기록할 정도로 강했다. 지난 1월 도하 마스터스에서도 하시모토를 잡고 정상에 올랐다. 오노 트라우마에서 얼마나 잘 벗어나냐에 따라 메달 색이 달라질 전망이다.

또 한 명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남자 100㎏ 이상급(무제한급) 김민종(21·용인대). 한국은 어떤 체급보다 힘과 체격이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해온 무제한급에서 강세를 나타내지 못했는데 이번엔 기대감이 남다르다.

또래보다 큰 체구로 초등학교 4학년 때 도복을 입은 김민종은 가파른 성장세를 그리며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전국 대회를 휩쓸기 시작했다. 보성고 3학년 때인 2018년 12월 대선배들을 모두 꺽고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 후 1년 만에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는 파란을 일으킨 김민종.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문제로 훈련을 하지 못한 탓인지 정체 시기를 겪었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아버지를 도와 돼지고기를 나르는 일을 했지만 훈련을 대체하기엔 부족했다.

도장이 열린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시 훈련에 전념한 김민종은 국제대회에서 랭킹포인트를 차곡차곡 쌓으며 올림픽 출전 기준을 통과했고 대표 선발전에서도 김성민(34·KH그룹 필룩스)을 잡아내며 도쿄행 비행기 티켓을 확보했다.

중량급 유도의 신성 김민종은 무제한급에 33년 만에 메달을 안겨주겠다는 각오로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국제유도연맹 제공/연합뉴스]

 

넘어야 할 쟁쟁한 경쟁자들이 많지만 지금의 기세라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고 싶다”는 바람도 충분히 현실화될 수 있을 전망이다.

남자부에선 이들과 함께 90㎏급 곽동한이 출전하고 여자부에선 48㎏급 강유정(순천시청), 52㎏급 박다솔(순천시청), 57㎏급 김지수(경북체육회), 63㎏급 한희주, 70㎏급 김성연(광주도시철도공사), 78㎏급 윤현지(안산시청), 78㎏ 이상급 한미진(충북도청)이 올림픽 무대를 밟는다.

이번 대회엔 남자부 경기가 5분에서 4분으로 줄어 여자부와 동일하게 치러진다. 득점 기술 역시 ‘한판’과 ‘절반’만 남았고 굳히기 기술은 절반으로 인정되는 시간이 15초에서 10초로 줄었다. 지루하다는 평가에 IJF가 2016년 말 이같이 규정을 개정하며 속도감 있는 경기를 펼칠 수 있게 했다.

더불어 선수가 경기에 소극적으로 임하거나 유도 정신에 반하는 행위를 보일 경우에는 벌점인 ‘지도’를 받게 되는데 지도 3개가 쌓이면 반칙패를 당해 더욱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게 했다.

또 이번 올림픽에선 처음으로 혼성 단체전이 열린다. 남자 3명(73㎏급, 90㎏급, 90㎏이상급), 여자 3명(57㎏급, 70㎏급, 70㎏이상급)이 한 팀을 꾸려 대결한다. 여러 체급이 대결을 펼치기 때문에 전 체급에 강한 선수를 보유한 나라가 유리할 것이란 전망. 3대3으로 동률일 경우 추첨을 거쳐 단판 승부를 벌인다.

국내에서 촌외 훈련을 치르고 있는 대표팀은 막바지 준비를 마친 뒤 오는 21일 결전지 도쿄에 입성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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