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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 다이빙 김수지-육상 장대높이뛰기 진민섭, 값진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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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 다이빙 김수지-육상 장대높이뛰기 진민섭, 값진 성과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1.08.02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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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육상 불모지에서 그것도 군인 신분으로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보여준 우상혁(25·국군체육부대)의 활약은 보는 이들에게 용기를 건네기 충분했다.

지난 주말에는 취약 종목에서 기분 좋은 소식이 많이 들려왔다. 우상혁뿐만 아니라 수영 다이빙 김수지(23·울산시청)와 육상 높이뛰기 진민섭(29·충주시청)도 세계 높은 벽에 거침없이 맞선 끝에 유의미한 성과를 남겼다.

한국 다이빙 사상 최초의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메달리스트 김수지는 한국 여자 다이빙선수로는 처음 올림픽 예선을 통과했으나 아쉽게 결승에 오르지는 못했다.

김수지는 지난달 31일 일본 도쿄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다이빙 여자 3m 스프링보드 준결승에서 5차시기 합계 283.90점을 받아 18명 중 15위에 그쳤다. 이로써 김수지는 상위 12명이 메달을 놓고 다투는 결승에는 가지 못했다.

여자 다이빙 새 역사를 쓴 김수지. [사진=AP/연합뉴스]
여자 다이빙 새 역사를 쓴 김수지. [사진=AFP/연합뉴스]

김수지는 전날 열릴 예선에서 5차시기 합계 304.20점을 받아 전체 27명 중 7위로 18명이 경쟁하는 준결승에 들며, 결승 진출 희망을 밝혔다. 한국 다이빙에서 올림픽 예선을 통과한 건 남자 우하람(23·국민체육진흥공단)에 이어 김수지가 두 번째며, 여자선수로는 최초였다.

우하람은 지난 2016년 리우 대회 남자 10m 플랫폼에 출전해 한국 다이빙 사상 최초로 올림픽 준결승에 오르고 나아가 결승까지 진출해 11위를 차지한 바 있다.

김수지는 2019년 광주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여자 1m 스프링보드에서 동메달을 따 한국 다이빙 최초이자 여자 수영 종목에서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시상대에 섰다. 1m 스프링보드는 올림픽 정식종목도 그의 주종목도 아니었고, 이후 3m 스프링보드 종목에 매진해왔다.

지난 5월 올림픽 최종예선을 겸해 열린 2021 국제수영연맹(FIN) 다이빙 월드컵 여자 3m 스프링보드 예선에서 가까스로 도쿄행 티켓을 획득했다. 2012년 런던 대회 당시 14세 중학생으로 한국 선수단 최연소였던 그는 9년 뒤 두 번째 올림픽에선 최단신(152.7㎝) 타이틀을 달고 나섰다. 리우 대회 대표선발전에서 탈락했지만 특유의 긍정적인 마인드로 극복하고 값진 결과를 만들었다.

[사진=연합뉴스]
진민섭은 한국선수로는 33년 만에 올림픽 장대높이뛰기 본선 무대를 밟았다. [사진=연합뉴스]

장대높이뛰기에선 우상혁의 동료 진민섭이 육상 트랙&필드 희망을 노래했다. 같은 날 일본 도쿄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육상 남자 장대높이뛰기 예선에서 5m50으로 전체 30명 중 공동 19위에 올랐다. 결선에 오를 수 있는 선수는 12명. 이번엔 공동 12위 3명(5m65)이 발생해 총 14명이 결선 티켓을 손에 넣었다.

진민섭의 개인 최고기록은 한국기록인 5m80.  갑작스런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진민섭은 연합뉴스를 통해 "5m30과 5m50을 1차시기에 넘었다. 5m65와 5m75도 넘을 자신이 있었다"며 "5m65 1차시기에서 장대를 들고 세 발째 디디는데 종아리가 딱딱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스트레칭 등으로 풀어보려 했지만, 3차시기 때는 통증이 심해졌다"고 곱씹었다.

그는 지난해 3월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에서 열린 뱅크타운 장대높이뛰기대회에서 '빌린 장대'로 5m80을 날아올라 도쿄 올림픽 기준 기록을 통과했다. 33년만에 한국선수가 올림픽 장대높이뛰기 본선에 나서게 됐다. 그것도 기준 기록을 통과하며 올림픽에 뛰게 된 건 나선 진민섭이 처음이다. 

극적인 스토리가 있었다.

출국 당시 호주 시드니 공항 수하물 처리 규정문제로 5m20 짜리 장대를 비행기에 실을 수 없었고, 장대 없이 호주에 도착했다. 호주에 도착하자마자 김도균 코치가 장대를 수소문했다. 김 코치는 개인적인 인연이 있는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스티브 후커(호주)에게 어려운 부탁을 했고, 5m20짜리 장대를 빌리고자 공항에서 1500㎞ 이상 떨어진 노스애들레이드까지 직접 운전해 달려갔다.

우상혁(오른쪽)과 진민섭을 지도한 김도균 코치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했다. [사진=연합뉴스]
우상혁(오른쪽)과 진민섭을 지도한 김도균 코치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했다. [사진=연합뉴스]

후커의 장대는 1988년에 만든 오래된 장비였지만 진민섭 손에서 후커의 장대는 올림픽 티켓이 됐다. 이날 그는 자신이 세운 한국기록(5m75)을 5㎝ 넘어선 한국 신기록을 달성하며 염원하던 올림픽행까지 확정지을 수 있었다.

김도균 코치는 진민섭과 우상혁에게 든든한 형이자 아버지 같은 지도자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김 코치와 우상혁, 진민섭은 묵묵히 실력을 갈고닦아왔고, 이번 대회 한국 육상 새 역사를 쓸 수 있었다.

김 코치 아내이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허들 금메달을 목에 건 '아시아 허들여제' 정혜림(광주광역시청)은 "우상혁과 진민섭이 훈련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봤다"며 "그렇게 열심히 훈련하고 고민하면, 잘될 수밖에 없다. 우리 (우)상혁이는 아직 어리니까, 더 성장할 것이다. 부상으로 이번 대회는 아쉽게 마친 진민섭도 이미 엄청난 일을 해낸 선수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는 진민섭도 더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응원했다.

진민섭 역시 "사실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선수보다 고생 많이 한 분이 김도균 코치님"이라며 "코치님 노력이 외부에도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어렵게 출전한 올림픽이었건만 갑작스런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사진=연합뉴스]

진민섭은 1988년 서울 올림픽 이재복 이후 33년 만에 올림픽에 나서며 "예선에서 내 개인기록 타이인 5m80을 넘어 결선에 직행하고, 결선에서 5m90을 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이미 세계 중상위권에 접근한 그의 몸 상태가 완벽했다면 충분히 노려볼 만한 기록이었다.

그는 8년 전 2013년 대만오픈국제육상경기선수권에서 5m64로 개인 첫 한국기록을 세웠고, 2020년 3월까지 총 8차례나 한국기록을 경신했다. 홀로 한국기록을 끌어올려왔고, 어느덧 세계 정상권과 간격도 좁혔다. 올림픽 기준 기록을 통과하며 장대높이뛰기 새 역사를 쓴 진민섭이 올림픽 결선 꿈을 미완으로 남겨뒀다.

진민섭은 "내년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에서 어느 정도 성적을 내고, 3년 뒤 '완전체'로 파리 올림픽을 치르고 싶다"며 "그 때는 꼭 결선에 진출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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