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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들끓는 비판? 더 중요해진 미국전 [도쿄올림픽 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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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들끓는 비판? 더 중요해진 미국전 [도쿄올림픽 야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8.05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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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결승행을 앞두고 열린 한일전에서 충격적인 패배. 벌써 비판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부진한 선수들을 향한 것을 비롯해 시간을 돌려 감독의 선수 선발, 나아가 올림픽 참가팀과 본선 경쟁 방식에 대한 이야기로까지 번지고 있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4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개최국 일본과 2020 도쿄올림픽 야구 승자 준결승전에서 2-5로 졌다.

그러나 아직 실망하긴 이르다. 5일 오후 7시 열릴 미국과 패자 준결승전에서 이기면 결승에 올라 일본에 설욕할 기회를 얻는다. 싸늘해진 여론을 되돌리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전이다.

고우석이 4일 일본과 야구 준결승전에서 3타점 싹쓸이 2루타를 맞고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몇 장면을 제외한다면 대표팀 경기력 자체는 박수 받을 만했다. 선발 고영표(KT 위즈)는 5이닝 동안 91구를 던져 2실점으로 잘 막아냈다. 미국과 조별리그 경기에 선발 등판했던 고영표는 사흘 휴식 후 다시 등판했고 2경기에서 161구를 던지는 투혼을 보여줬다.

일본 선발이 평균 시속 150㎞의 빠른공과 위력적인 스플리터와 커브로 일본프로야구(NPB)를 정복하고 있는 야마모토 요시노부(오릭스 버팔로스)였음에도 타자들은 집중력을 발휘했다. 0-2로 끌려가던 6회 박해민(삼성 라이온즈)과 강백호(KT), 이정후(키움 히어로즈), 김현수(LG 트윈스)의 4안타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그러나 한순간에 승부가 다시 기울었다. 8회말 1사 1루 1루수 땅볼 때 황재균(KT)이 병살플레이를 위해 2루로 송구했고 아웃카운트 추가했다. 이어 1루 백업에 들어간 고우석(LG)이 공을 넘겨받았다. 타이밍으로는 완벽한 더블플레이. 그러나 고우석의 발은 베이스를 찾지 못했고 타자주자를 살려보냈다.

아쉽기는 해도 아웃카운트 하나만 추가하면 됐으나 고우석은 한없이 흔들렸다. 이후 폭투로 주자를 2루로 내보냈고 제구가 잘 되지 않자 고의4구를 택했다. 2사 1,2루. 또다시 볼넷까지내주며 만루 위기에 놓였고 야마다 데쓰토(야쿠르트 스왈로스)에게 큼지막한 2루타를 맞고 3실점했다. 사실상 승부가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흔들리는 고우석을 교체하지 않고 밀고가다 패배를 당한 김경문 감독은 비판의 화살을 맞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포털사이트 댓글 기능이 사라졌으나 대표팀을 향한 비판 여론은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야구 관련 커뮤니티를 비롯해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 댓글 등을 통해 고우석을 향한 비판이 들끓고 있다.

앞서 많은 기회를 놓친 중심 타선 양의지(NC 다이노스)와 오재일(삼성 라이온즈)에게도 화살이 옮겨가고 있다. 양의지는 이번 대회 1할대 초라한 성적을 내고 있다. 이날도 4타석 연속 삼진을 당했다. 투수리드가 강점으로 꼽히는데, 이날은 고우석이 무너지는 걸 막아내지 못했고 그 과정에서 포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주자의 추가 진루를 허용하기도 했다. 오재일도 결정적인 기회에서 삼진을 당하는 등 기대와는 다른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김경문 감독을 향해 비판을 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9전 전승 금메달 신화를 비롯해 ‘믿음의 야구’로 명성을 쌓은 김 감독인데, 그게 화가 되고 있다는 것. 고우석이 흔들리는 건 야구 팬들도 알 수 있을 정도인데, 투수교체를 미루다 결국 일이 커졌다는 것. 또 부진한 양의지를 중심 타선에 배치시키는 것이나 한 템포 느린 투수교체, 쓰는 선수만 활용하는 기용법에도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나아가서는 결국 선수 선발 과정에서부터 잘못됐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뿐 만이 아니다. 단 6팀이 참가해 3위 안에 들면 메달을 수확할 수 있고 준결승에서 패했는데도 다시 결승행을 노릴 수 있는 더블 엘리미네이션 방식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날 미국에마저 패한 뒤 3,4위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더라도 웃으며 귀국하기 어려울 것 같은 분위기다.

신인 이의리가 결승행 문턱에서 선발 투수로서 중책을 맡는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대회가 더블 엘리미네이션 방식으로 치러진다는 건 야구 팬들을 납득시키진 못할지언정 대표팀엔 천만다행인 일이다. 마지막 기회가 남았다. 이날 미국전을 승리로 장식한다면 비판 여론을 잠재우는 동시에 일본에 복수할 수 있는 판이 깔린다.

물론 미국은 만만치 않은 상대다. 조별리그에서 2-4로 패했고 메이저리그 출신 선수들도 즐비하다. 이날 미국 선발은 제구력에 강점이 있는 조 라이언. 올해 트리플A에서 12경기 4승 3패 평균자책점(ERA) 3.63을 기록 중인데 평균 시속 150㎞대 속구와 체인지업, 슬라이더를 섞어 던진다. 공을 숨겨나오는 디셉션 동작도 뛰어나 처음 상대하는 한국 타자들에겐 까다로울 수 있다. 탈삼진 능력도 뛰어나지만 약점도 있다. 좌타자에게 고전한다는 점. 강백호와 이정후, 오지환, 오재일 등의 활약에 기대가 쏠린다.

한국은 신인 이의리(KIA 타이거즈)가 나선다. 도미니카공화국과 녹아웃 스테이지 1라운드에서 홈런 하나를 맞는 등 3실점했지만 5이닝 동안 삼진 9개를 잡아내며 기대에 부응했던 그다. 당시 74구만 던지긴 했으나 사흘 휴식 후 다시 마운드에 올라야 하는 건 경험이 적은 이의리에게 부담이다. 마땅한 선택지가 없기에 이의리가 5이닝 가까이 최소 실점으로 버텨주고 불펜 투수들에게 공을 넘겨주는 게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일본에 패했으나 다시 한 번 기회를 얻은 한국. 이날 미국을 꺾으면 일본과 결승에서 다시 만나 설욕을 노릴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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